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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사용량은 늘었는데…위기의 한전, 추가 자구책 만지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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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지난 8월 주택용 전기 사용량이 1년 전보다 4.6% 늘었다. 8월 이어진 폭염으로 인해 여름과 겨울을 통틀어 월간 사용량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오른 전기요금까지 고려하면 각 세대는 25%의 전기요금을 더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한국전력이 발표한 전력 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8월 주택용 전기 판매량은 9377GWh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8월 가구당 평균 전기 사용량은 333㎾h로 지난해 8월의 325㎾h보다 2.5% 증가했다. 지난 8월 하루 최고 기온이 섭씨 33도 이상인 폭염일은 11일로 2018년 이후 가장 많았는데, 이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지난해 8월 427㎾h(지난해 7~8월 4인 가구 월평균 전기 사용량)의 전기를 쓴 4인 가구는 6만6690원의 전기요금을 냈다. 이들은 올해 438㎾h의 전기를 써 8만3390원을 냈을 것으로 추산된다.

전기요금이 전기 사용량보다 더 늘어난 건 전기요금 인상 때문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지난해 여름 이후 전기요금은 세 차례에 걸쳐 인상됐다. 1㎾h당 총 28.5원을 더 내야 한다.

반면 메모리 반도체 감산 등 경기 부진 영향으로 8월 산업용 전기 사용량은 2만4703GWh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2.1% 감소했다.

한국전력공사 실적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전력]

한국전력공사 실적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전력]

한편 한전은 8월에 1㎾h당 149.1원에 전기를 구매해 166원에 판매했다. 1㎾h당 차익은 16.9원이다. 지난 5월부터 차익이 플러스를 기록해 장기간 이어진 역마진 구조를 해소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올해 1~8월 누적 기준으로는 1㎾h당 전기 구입 단가와 판매 단가가 각각 153.7원, 151.3원으로 여전히 적자 구조다. 특히 여기엔 송·변전시설 투자비, 인건비 등은 반영되지 않는다. 1㎾h당 차익이 20원은 넘어야 적자를 보지 않는 수준이라는 게 한전 설명이다.

적자에 시달리는 한전은 이달 중 추가적인 자구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동철 신임 사장은 올 4분기 전기요금을 적어도 킬로와트시(㎾h)당 25.9원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추가 자구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하면서다.

추가 자구책 주문이 나온 건 한전이 지난 5월 내놓은 25조원 규모 재무 개선 계획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어서다. 당시 한전은 ‘알짜 부동산’인 서울 여의도 남서울본부를 매각하고, 임직원 급여와 성과급도 일부 내놓기로 했다. 정원도 500명 가까이 감축하고, 전력구매비도 절감하는 등 지출을 최소화하겠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부동산 매각은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4급 이하 임직원의 임금 반납도 노조의 반발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한전은 한 발짝 더 나아간 자구책을 마련해 국정감사가 끝나는 이달 19일 이후 발표할 계획이다. 우선 대대적인 규모의 조직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이나 해외사업 추가 매각도 거론된다.

하지만 전기요금 인상이 동반되지 않은 자구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 부채는 올 6월 말 기준 201조4000억원에 달한다. 한전은 올해도 연간 7조원 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창의융합대학장은 “아무리 사람을 줄이고 부동산을 매각해도 한전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며 “결국 전기요금을 적시에 인상해야 한다. 최소 ㎾h당 20원대는 올려야 올해 동절기에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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