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없었다" 말 바꾼 교수 입건…전북교육감 무죄 뒤집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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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를 선고받은 서거석 전북교육감(가운데)이 지난 8월 25일 전주지법 로비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대 이귀재 교수 '위증 혐의' 입건

전북대 총장 재직 시절 '동료 교수 폭행 의혹'을 부인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서거석 전북교육감이 오는 18일 항소심 첫 공판을 앞두고 복병을 만났다. 검찰이 폭행 피해자로 지목된 이귀재 전북대 생명과학부 교수를 위증 혐의로 입건하고, 지난 10일 자택·연구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다.

15일 전주지검에 따르면 이 교수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허위사실 공표)로 기소된 서 교육감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거짓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교수는 경찰 수사 초기에 "서 교육감에게 폭행당했다"고 말했다가 검찰과 법정에선 "기억나지 않는다" "묵직한 것에 부딪혔다"고 말을 바꿨다. 이에 전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 노종찬)는 지난 8월 25일 "이 교수 발언을 믿을 수 없다"며 서 교육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형사소송 기본 원칙상 수사 기관에서 한 진술보다 법정 진술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면서다.

폭행 의혹 사건은 2013년 11월 18일 오후 8시쯤 전주 한 식당에서 당시 전북대 총장이던 서 교육감이 '총장 선거에 출마하지 말라'며 이 교수 뺨을 때렸다는 게 핵심이다. 지난해 6·1지방선거 당시 서 교육감이 TV토론회와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어떠한 폭력도 없었다"고 부인하자 경쟁 후보인 천호성 전주교대 교수가 검찰에 고발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검찰은 이 교수 병원 진료 기록과 기자 취재 수첩 등을 근거로 "폭행이 있었다"고 결론짓고 서 교육감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10년 가까이 "서 교육감에게 맞았다"고 주장하던 이 교수가 선거 국면에서 갑자기 "폭행당한 적 없다"고 말을 바꾼 배경에 서 교육감 측과 거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5월 22일 이 교수가 자필로 '최근 전북교육감 선거와 관련해 회자하는 사항(폭행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써준 사실 확인서를 당시 서 후보 측이 발표한 걸 두고 교육계에선 "서 교육감 캠프에서 이 교수를 회유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전북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김윤태·서거석·천호성 후보 내외(왼쪽부터)가 지난해 5월 27일 전북도청에서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개표 결과 서 후보가 득표율 43.52%로 당선됐다. 천 후보는 40.08%, 김 후보는 16.38% 득표율을 기록했다.[연합뉴스]

서거석 교육감 측 "위증 거래 없었다"

검찰은 최근 "이 교수가 진술 번복 대가로 서 교육감 측으로부터 거액을 받기로 했다"는 취지의 진술과 증거를 확보, 이 교수를 강제 수사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서 교육감 측은 "지난해 전북대 총장 선거에 출마한 이 교수가 돈을 빌려준 지인과 관계가 틀어지자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서 교육감을 끌어들였다"고 발끈했다.

서 교육감 측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빚 독촉에 시달리던 이 교수가 '서 교육감에게 돈을 받아서 갚겠다'고 한 말을 해당 지인이 오해하고 검찰에 제보한 것으로 안다"며 "'위증 관련 거래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이 교수가 만들어낸 허구이고, 우리 쪽은 이 교수와 만난 사람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아직 서 교육감이 위증교사 혐의로 입건됐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며 "이미 이 교수는 수차례 말을 바꿔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 됐기 때문에 위증죄 수사가 항소심 결과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검찰은 1심에서 서 교육감에게 당선 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전주지검은 "현재 수사 중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