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박정희 결단으로 123m 지었다…50살된 소양강댐 '年 2조 가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수문을 개방하고 물을 방류하고 있는 강원 춘천시 신북읍의 소양강댐. 지난해 8월 모습이다. 연합뉴스

수문을 개방하고 물을 방류하고 있는 강원 춘천시 신북읍의 소양강댐. 지난해 8월 모습이다. 연합뉴스

15일은 소양강댐이 준공 50주년을 맞는 날이다. 북한강 상류 소양강댐은 지난 1973년 10월 15일 준공됐다.
대한토목학회는 지난 7월 소양강댐을 토목 문화유산으로 지정한 바 있다.

지난 12~13일 강원 특별자치도 춘천시 세종호텔에서는 ‘댐과 사람들’을 주제로 '2023 춘천 국제 물 포럼'이 열렸고, 이 행사에서는 준공 50주년을 맞은 소양호를 집중적을 다뤘다.

지난 13일 강원 춘천 세종호텔에서 열린 2023 춘천 국제 물포럼에서 참석자들이 채택된 '춘천 물 선언'을 낭독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지난 13일 강원 춘천 세종호텔에서 열린 2023 춘천 국제 물포럼에서 참석자들이 채택된 '춘천 물 선언'을 낭독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이 포럼에서 다뤄진 내용과 춘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춘천경실련)에서 최근 발간한 『소양강댐 50년 - 춘천 시민사회의 기록』을 바탕으로 소양강댐 50년을 정리한다.

동양 최대 사력댐으로 탄생

1973년 10월 15일 준공돼 15일로 준공 50주년을 맞는 강원 춘천 소양강댐. 1973년 당시 공사 현장 모습이다. 연합뉴스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1973년 10월 15일 준공돼 15일로 준공 50주년을 맞는 강원 춘천 소양강댐. 1973년 당시 공사 현장 모습이다. 연합뉴스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소양강댐은 1967년 4월 착공했다.
빈곤 퇴치와 경제성장을 내 건 박정희 대통령 정부는 소양강댐을 건설을 3대 국책사업의 하나로 추진했다. 나머지 두 개는 경부고속도로와 서울지하철 건설이었다.

수자원과 전력 확보를 위해 1966년 정부는 미국의 기술 지원 아래 '한강 유역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댐 건설 후보지를 물색했고, 조사단은 소양강을 막아 높이 145m의 댐을 건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상공부는 높이 86m의 수력발전용 콘크리트댐을, 건설부는 높이 122m의 다목적댐을 각각 제안했다.
상공부와 건설부는 팽팽하게 맞섰고 총리의 조정에도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강종수 한국 대(大)댐회 고문은 "건설부가 총리를 우회해 대통령에게 직보하는 승부수를 던졌고, 박 대통령이 건설부의 손을 들어줬다"고 국제 물 포럼 기조 강연에서 증언했다.
이 과정에서 1m 더 높은 123m 높이의 댐을 짓기로 했다.

소양강댐 국토건설단. 중앙포토

소양강댐 국토건설단. 중앙포토

당초에는 콘크리트 댐으로 건설할 계획이었으나, 현대건설의 고(故) 정주영 회장의 제안으로 1968년에 사력(砂礫·모래와 자갈)댐을 짓는 것으로 변경됐다.

당시에는 시멘트와 철근 같은 자재를 확보하기도, 깊은 산지까지 운반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북한의 공격까지 염두에 두고 내린 결정이기도 했다.
점토를 쌓고 모래와 자갈로 덮은 사력댐은 미사일 공격에도 일부만 손상을 입고 나머지는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력댐으로 바꾼 덕분에 공사비도 절약하고, 공사 기간도 1년 단축할 수 있었다.
총 공사비 290억 원이 들어갔고,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로 들여온 대일청구권 자금이 활용됐다.

지난 12일 춘천 국제 물포럼에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는 강종수 한국 대댐회 고문. 강찬수 기자

지난 12일 춘천 국제 물포럼에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는 강종수 한국 대댐회 고문. 강찬수 기자

1972년 11월 11일 본 댐 축조가 완료되고, 담수가 개시되면서 당시 동양 최대의 사력댐, 세계 4위의 댐(지금은 세계 5위)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높이 123m, 제방 길이 550m, 저수량 29억㎥ 규모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을 600번 채울 수 있는 물의 양이다.

소양강댐 단면도. [한국수자원공사]

소양강댐 단면도. [한국수자원공사]

소양강댐은 미국 기술자의 제안으로 시작됐고, 다목적댐 시공 경험이 없어 일본 전문가가 설계와 시공 감리를 도맡았다.

소양강댐 건설을 통해 토목건설 기술과 경험이 축적되고, 양성된 기술자들은 훗날 건설 붐이 일어난 중동 지역에 진출했다.

1984년 홍수 땐 일촉즉발 위기

강원 춘천 소양강댐이 수문을 열고 방류하고 있다. 2017년 8월의 모습이다. 연합뉴스

강원 춘천 소양강댐이 수문을 열고 방류하고 있다. 2017년 8월의 모습이다. 연합뉴스

준공 1년 전인 1972년부터 소양강댐에 물을 채우기 시작했다.
워낙 큰 규모라 1981년 시범으로 수문을 개방할 때까지 발전 방류 외에 수문을 개방한 적이 없었다.
댐 규모는 29억㎥인데, 연간 유입량은 17억5000만㎥이기 때문이었다.

국회에서는 "채울 물도 없는데, 댐은 너무 크게 쌓아 국고를 낭비했다"는 질책이 10년 동안 반복됐다.

하지만 1984년 8월 31일에서 9월 4일 사이 한반도에 닥친 태풍 탓에 서울 등 수도권이 침수되는 대홍수가 났고, 이때 소양강댐이 제대로 역할을 했다.

1984년 9월 홍수 때 상가건물 1층 천장까지 차버린 서울 성내동에서 고무보트를 탄 주민들이 물건을 실어나르고 있다. [중앙포토]

1984년 9월 홍수 때 상가건물 1층 천장까지 차버린 서울 성내동에서 고무보트를 탄 주민들이 물건을 실어나르고 있다. [중앙포토]

소양강댐이 위험 수위, 198m 만수위에 육박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방류를 최대한 미룬 덕분에 수도권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댐이 넘치면 사력댐의 특성 탓에 댐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일촉즉발의 위기였지만, 마지막까지 단계적으로 수문을 열면서 버틴 덕분에 수도권 침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이후 2004년 보조 여수로 건설에 들어갔다. 위험한 순간에 수문 외에 다른 통로로 물을 내보내는 시설이다.
소양강댐은 5개 수문으로 초당 5500㎥를 방류할 수 있었는데, 보조 여수로 덕분에 이제는 초당 1만1000㎥까지 방류할 수 있다.

연간 2조원 이상의 경제적 편익

아름다운 소양호의 아침. 중앙포토.

아름다운 소양호의 아침. 중앙포토.

국제 물 포럼에서 강신욱 K-water 연구원 연구관리처 수석연구원은 주제 발표를 통해 "소양강댐은 서울 등 수도권에 연간 12억㎥의 생활·공업용수, 관개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고, 수력 발전을 통해 연간 3억5300만kWh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물 공급을 팔당호에서 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상류 소양강댐과 한강본류(남한강) 충주댐이 맡고 있다.
충주댐의 역할을 제외하더라도 소양강댐의 역할은 지대하다.

다목적댐인 소양강댐의 방류량 조절 덕분에 홍수 때(7~9월)는 팔당호로 들어오는 물이 6억5300만㎥ 줄고, 갈수기 등 나머지 기간(10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에는 6억6700만㎥의 물이 팔당호에 더 공급된다.

강수량의 대부분이 여름철에 집중되는 한반도 기후에서 소양강댐은 수도권의 홍수와 가뭄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은 셈이다.

한강.임진강 수계의 댐.보. 한강홍수통제소

한강.임진강 수계의 댐.보. 한강홍수통제소

강 연구원은 "소양강댐은 산업발전에 필요한 용수와 전력을 지원했고, 홍수와 가뭄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해 '한강의 기적'을 가져온 원동력이자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초석이 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소양강댐은 관광 자원의 역할도 한다. 연간 18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됐다.
이러저러한 효과를 다 합치면 소양강댐의 경제적 편익은 2022년 기준으로 연간 2조 115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됐다.

댐의 그림자, 수몰민 

1973년 10월 15일 지어져 15일로 준공 50주년을 맞는 강원 춘천 소양강댐의 1973년 당시 준공식 모습. 연합뉴스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1973년 10월 15일 지어져 15일로 준공 50주년을 맞는 강원 춘천 소양강댐의 1973년 당시 준공식 모습. 연합뉴스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이다. 소양강댐의 대표적인 그림자는 수몰민이다.

댐 건설로 춘천시와 양구군, 인제군 등 3개 시·군의 6개 면(面) 38개 리(里), 농경지 2700㏊가 수몰됐다.
이로 인해 3092세대 1만7800여 명의 이주민이 발생했다.

소양강 주변 지역에는 화전민과 숯장이 등이 다수 살았는데, 주민들이 고향을 등지고 뿔뿔이 흩어지면서 이들 마을의 문화도 사라졌다.
수몰민에 대한 보상비도 당시에는 매우 적었다.

당시 수몰민에 대한 보상금 총액을 소양강댐 공사비 총액과 비교해볼 때 23.3%에 불과했다.
이는 최근 건설되고 있는 댐들의 경우 총공사비의 60~70%가 주민 보상비로 쓰이는 상황과 큰 차이가 있다.

이때문에 춘천경실련이 발간한 책자에는 "토건 세력과 국가의 의지가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인 ‘개발 독재’의 유령이 등장하게 됐다"고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개발 독재는 나중에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에서도 반복됐다는 비판이다.

2015년 봄 가뭄으로 소양강댐 상류의 바닥이 훤히 드러나 있다. [중앙포토]

2015년 봄 가뭄으로 소양강댐 상류의 바닥이 훤히 드러나 있다. [중앙포토]

극심한 가뭄이 이어진 2017년 6월 강원 양구군 소양강댐 상류 소양호에 물이 줄어들면서 댐 건설로 수몰됐던 옛 마을 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극심한 가뭄이 이어진 2017년 6월 강원 양구군 소양강댐 상류 소양호에 물이 줄어들면서 댐 건설로 수몰됐던 옛 마을 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주제 발표에서 오세현 강원도민일보 부장은 지난 50년 동안 수몰민을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그들이 살아오면서 겪은 아픔을 소개했다.

오 부장은 "수몰민 엄 모 씨의 경우 '고향이 북한이면 통일이 되면 가볼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있지, 우리는 통일되기보다 더 어렵다. 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남아 있는 주민도 불편을 겪는다. 기존 춘천~양구 사이 도로는 47㎞였는데, 댐 건설 후 새로 건설된 도로는 우회하면서 84.6㎞로 늘어났다. 면사무소 가는 데 5시간이 걸리는 곳도 있다.
한편, 오는 20일 소양강댐 정상 옛 팔각정 자리에서는 수몰 지역 실향비 제막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불편과 불이익 겪는 댐 사람들

소양호의 물안개.[중앙포토]

소양호의 물안개.[중앙포토]

춘천은 특이한 곳이다. 전국 어느 곳을 살펴봐도 대형 수력발전 댐 3개(소양·춘천·의암댐)를 보유하고 있는 도시는 춘천뿐이다.

인공호수가 생기면서 춘천지역엔 안개가 늘었다.
전국 평균 안개일수는 연간 24.2일인데,  춘천댐과 의암댐이 세워진 후 연평균 40일로 늘었고, 소양강댐 준공 후에는 연평균 64.3일로 폭증했다.
안개의 미세한 물방울에 대기오염 물질이 녹아들면 스모그가 될 수 있고,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

서리가 끼는 날도 연간 77일에서 연간 114.7일로 50%나 늘었다.
이 역시 호수로 인해 대기 중에 수증기가 늘어난 탓이다.

춘천 주민 중에서도 소양강댐에서 방류한 물로 만든 수돗물을 공급받는 경우 또 다른 불편을 겪는다.
여름에 방류되는 물도 수온이 15도 정도로 기온보다 훨씬 차다. 댐 중층의 차가운 물을 방류한 탓이다.

오동철 춘천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국제 물 포럼 주제 발표에서 "아무리 더운 날에도 냉수로는 샤워하지 못한다"면서 "화장실에 결로가 발생하고, 곰팡이가 자라기 쉽다"고 밝혔다.

댐으로 인해 댐 주변 지역이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각종 규제에 묶인 것에 대해 시민들은 불만이다.
여기에 한국수자원공사에 물값까지 내야 하는 것도 못마땅하다.

지난 12일 춘천 국제 물포럼에서 김범철 강원대 명예교수가 댐이 수질 수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지난 12일 춘천 국제 물포럼에서 김범철 강원대 명예교수가 댐이 수질 수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댐이 생기기 전부터 소양강에서 물을 취수했는데, 소양강댐에서 방류한 물을 끌어다 쓸 때 물값을 내야 한다.

지난 2000년 춘천시와 수자원공사 사이에 진행된 물값 분쟁을 계기로 ’춘천시민 물값대책위원회‘가  결성되는 등 20년 넘게 물값 갈등이 이어졌다.

강원연구원 전만식 선임연구위원은 "댐 건설관리법 때문에 물값을 지불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데다, 취수구를 댐 안으로 옮긴다는 조건으로 다시 물값 내기로 2017년 합의했지만, 하지만 아직 취수구는 댐 안으로 옮기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가두리 양식장으로 인한 수질 악화

소양호 가두리 양식장의 한 어민이 고기들에게 먹이를 주고있다. 중앙포토

소양호 가두리 양식장의 한 어민이 고기들에게 먹이를 주고있다. 중앙포토

소양강댐 건설로 만들어진 인공호수인 소양호. 댐 바로 앞은 수심이 120m가 넘을 때도 잦다.
여름철에는 표층과 저층의 물이 잘 섞이지 않는 성층화 현상도 뚜렷이 나타난다.

북한강 상류의 맑은 물을 채운 소양호지만, 댐 건설 당시 수몰 구역에서 수목을 제거한다든지, 마을·농경지의 오염물질 제거 등이 제대로 안 돼 수질 악화 요인이 됐다.

여기에 수면에 들어선 가두리양식장은 1990년대까지 오염원이 됐다. 겨울에도 수면이 얼지 않는 소양호는 향어와 송어 양식을 하기에 적당했다.
물이 맑고 깨끗한 소양호의 가두리에서 키운 향어는 흙냄새가 나지 않아 인기를 끌었다.

소양호 내 12곳이나 됐던 대형 가두리 양식장에서는 30만~50만 마리씩을 길렀다.
가두리 안에서 퍼덕이던 향어에게 바가지로 퍼 넣었던 사료 중 일부는 바닥에 그대로 가라앉았고, 물고기들의 배설물도 가라앉았다.

소양호 바닥에 쌓이는 먹이 찌꺼기가 연간 370톤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가두리 양식장 아래에는 오염물질이 1~2m씩 쌓였고, 이들이 썩으면서 호수 저층은 산소가 고갈될 정도였다.

수질에도 영향이 나타났다.
1986년 남세균(cyanobacteria)의 일종인 아나베나 녹조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와편모조류인 페리디니움이 자라면서 담수 적조(赤潮, red tide)까지 나타났다.

1990년 대 초 소양호에 나타난 녹조 생물(아나베나, 길게 실처럼 생긴 것)과 적조 생물(페리디니움, 다이아몬드처럼 생긴 것). 주사 전자현미경 사진이다. 강찬수 기자

1990년 대 초 소양호에 나타난 녹조 생물(아나베나, 길게 실처럼 생긴 것)과 적조 생물(페리디니움, 다이아몬드처럼 생긴 것). 주사 전자현미경 사진이다. 강찬수 기자

1990년대에 전국적으로 수질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춘천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1996년 '소양강 맑은 물 지키기 운동본부'를 설치하고 가두리 양식장을 철폐를 요구하는 대대적인 시위를 진행했다.

결국 1996~1999년 사이 소양강댐 가두리양식장 모두 철수했다.

가두리 양식장이 완전히 철거된 2000년에는 초여름 청수기에 투명도가 사상 최대인 13m에 이를 정도로 수질이 개선됐다.

김범철 강원대 명예교수(춘천 국제 물 포럼 공동조직위원장)는 "가두리 양식장 철거 후 바닥에 쌓였던 오염 물질은 빠르게 분해돼 사라졌고, 10여 년 후에는 거의 확인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탁수 유입은 여전히 골칫거리

고랭지 채소밭. 중앙포토

고랭지 채소밭. 중앙포토

적조나 녹조 외에 소양강댐 상류에서 들어오는 탁수도 문제를 일으켰다.
상류 고랭지 채소밭의 토양 침식 때문이다.
급경사 지역에 들어선 밭의 흙이 빗물에 흙이 씻겨 내려가면 다시 객토 작업으로 흙을 채우는 일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상류에서 유입된 탁수는 같은 수온(13℃ 안팎)인 호수 중간층을 파고들어 수심 20~50m에서 탁수대가 형성되고 이것이 댐 앞까지 이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댐에서 물을 방류할 때 중간층의 이 탁수가 방류되면서 하류 생태계를 위협한다.

특히, 2006년에는 소양호에 엄청나게 많은 탁수가 유입됐고, 11월에는 탁수가 표층으로 퍼지고 호수 전체가 탁수로 뒤덮이기도 했다.
이 당시 탁수가 방류되면서 하류 의암호·청평호·팔당호 수생식물이 다 죽는 생태계 교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광순 K-water 소양강댐지사 수석연구원은 "소양강댐 리노베이션 사업 중의 하나로 탁수 유입 저감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만대천과 내린천, 어론천 등으로 통해 유입되는 흙탕물 저감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상류와 유입부, 댐 내부, 방류부 등에 수질 자동측정소를 설치해 수심별 탁도를 측정하고 있다.
2017년에는 수심에 따라 선택 취수할 수 있는 선택 취수탑도 설치했다.

선택적 취수설비

선택적 취수설비

선택적 취수 설비. [한국수자원공사]

선택적 취수 설비. [한국수자원공사]

한편, 올여름 소양댐 상류에서는 짙은 녹조가 발생했다.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홍은미 교수는 "올여름 상류에 생긴 녹조 현상은 6월에 강우량이 많아 오염물질이 유입된 데다 높은 기온이 유지된 탓"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곳곳에 폭염이 이어지던 지난 8월 초 강원 인제군 소양호 상류에 녹조가 발생해 넓게 퍼져 있다. 연합뉴스

전국 곳곳에 폭염이 이어지던 지난 8월 초 강원 인제군 소양호 상류에 녹조가 발생해 넓게 퍼져 있다. 연합뉴스

김정수 환경안전건강연구소장은 "소양호 녹조 원인이나 녹조를 일으킨 남세균 독소 마이크로시스틴의 영향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단기간 수익만 생각하고 탁수 발생은 소홀하게 만드는 고랭지 농사의 토지 임차 방식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가올 50년, 소양강댐의 미래는

물이 가득 차 있는 소양강댐의 모습. 중앙포토

물이 가득 차 있는 소양강댐의 모습. 중앙포토

국제 물 포럼에서는 과거 50년을 토대로 앞으로 50년은 어떻게 댐을 유지·관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논의됐다.
우선 춘천 지역 주민들에게 합리적인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류 지역 수도요금에서 거두는 물 이용 부담금으로 한강수계 기금을 조성하는데, 그 배분 현황을 보면 경기도가 44.2%, 유역관리 사무국이 23.2% 사용하는 데 비해 강원도는 19.2%만 배분받는다.
그나마 9.3%만 주민지원 사업에 배분하는데, 경기도가 93.3%를 주민 지원사업에 배분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강원연구원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자료에서 소양강댐 주변 지역의 피해는 지금까지 6조8300억~10조15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수몰지로 인한 기회비용 상실액 연간 813억~1133억원, 기상 변화 등으로 인한 피해액 연간 553억~897억 원 등이다.

반면 댐 주변 지역 지원사업비는 1990~2022년 총 1120억 원으로 피해액의 1.6%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국가 전체로 보면 소양강댐이 큰 혜택을 부여했지만, 댐 주변 지역 주민들은 피해를 본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만식 선임연구위원 등은 "지역 주민들에게 합리적인 보상이 이뤄져야 하고, 댐 관리에 지방자치단체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환경연구원 최동진 소장은 "50주년을 희년(禧年, 구약 성경에 나오는 50년 주기의 '해방의 해')이라고 한다면, 이를 계기로 소양강댐과 관련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 새로운 관계를 구축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양강댐 50주년을 기념해 한국수자원공사가 마련한 릴레이 국민 소통 행사가 지난 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소양강댐 50주년을 기념해 한국수자원공사가 마련한 릴레이 국민 소통 행사가 지난 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한편, 오동필 운영위원장은 "기후변화로 '극한 강우'가 발생하면 초당 1만1000㎥를 방류하더라도 댐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홍수기에는 댐 수위를 낮게 유지해야 한다"며 "인공 구조물이 무한할 수 없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상철 K-water 강원지역 협력단장은 "소양강댐 수위는 한강홍수통제소와 협의해 적절하게 유지하고 있다"면서 "댐 안전 문제에 대해서도 항상 관심을 갖고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답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