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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퉁불퉁한 美CPI 경로…"금리 '높이'보다 '얼마나 오래' 초점"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슈퍼마켓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슈퍼마켓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시장 기대를 소폭 웃돈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미국 기준금리 향방에 미칠 영향을 두고 전망이 엇갈린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통계국은 지난달 미국 CPI가 1년 전보다 3.7%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전달인 8월과 상승 폭이 같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3.6%)를 0.1%포인트 웃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0.51%)와 S&P500(-0.62%), 나스닥지수(-0.63%)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CPI의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속도가 느려지고,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 미 장기 국채 금리가 상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단기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뺀 근원 CPI는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지난달 근원 CPI는 1년 전보다 4.1% 올랐다. 8월(4.3%)보다 증가 폭을 0.2%포인트 줄였다. 시장 전망치에도 부합했다. 근원 CPI는 물가의 장기적인 추세를 보여주기 때문에 물가 안정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근거로 쓰인다.

세부적인 물가 둔화 경로가 '울퉁불퉁한' 만큼 안심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근원 CPI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주거비는 같은 기간 7.2% 올랐다. 근원 CPI 상승률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했다. 서비스(에너지 부문 제외) 물가도 5.7% 올라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중고차(-8%) 물가 압력은 완화했지만,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파업이 공급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로 다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다수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CPI 결과로 연방준비제도(Fed)의 '승리 선언'이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연내 추가 금리 인상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금융조사업체 TS롬바드의 스티븐 블리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물가 안정을 위해 얕은 수준의) 침체가 필요하다. 물가가 마술처럼 2%로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부동산 서비스업체 브라이트MLS의 리사 스터티반트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강력한 고용 지표와 CPI 상승률을 보면 연내 한 차례 금리 인상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반면 금리 인상이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싱크탱크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마이클 피어스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은 기본적으로 하향 추세"라면서 "인내심 있게 지켜볼 수 있다는 최근 Fed 인사들의 메시지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Fed 인사는 장기물 미 국채 금리가 크게 오른 만큼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줄었다는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 발언을 했다. 구겐하임 인베스트먼트의 매트 부시 이코노미스트는 "더 이상의 금리 인상을 기대하지 않는다"며 "4분기 내내 경제가 둔화하고 노동시장이 약해지는 조짐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시장은 다음 달 기준금리 동결을 확실시하면서 '고금리 장기화'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주목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다음 달 기준금리가 현 수준(연 5.25~5.5%)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는 비율이 13일 현재 90%를 웃돈다. 영국 찰스슈왑의 리차드 플린은 "현시점에서는 금리가 '얼마나 높은가'(추가 인상)보다 '얼마나 오래 높은가'(긴축 기간)가 더 중요하다"며 "금리가 현 수준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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