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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물가 고공행진, 10월 ‘2%대 상승’ 물건너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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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0월부터 안정될 것이라고 했던 물가가 다시 들썩일 조짐이다. 일부 기업들이 주요 제품 출고가를 인상한 데다 가공식품에 많이 사용되는 설탕·소금 가격이 올라 전체적인 먹거리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여기에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고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당초 목표했던 ‘물가상승률 3.3%’ 달성도 어려워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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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품목 중 최근 눈에 띄게 오른 건 설탕과 소금이다. 1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설탕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41.58로 지난해 동월보다 16.9% 상승했다. 지난해 9월(20.7%) 이후 1년 만에 최고치다. 설탕값 상승은 사탕수수 주 생산국인 인도에 가뭄이 발생하면서 수확이 급격히 줄어든 영향이다. 생산량이 줄자 인도는 설탕 수출을 제한했고, 설탕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소금 물가상승률도 1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소금 물가상승률은 17.3%로 지난해 8월(20.9%) 이후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집중호우와 태풍 등 기상 영향으로 생산량이 줄어든 데다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로 소금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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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정부의 강력한 물가 안정 정책으로 가격 인상을 자제하던 식품·유통업계들도 추석 연휴 전후로 잇따라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 오비맥주는 이날부터 카스, 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6.9% 올렸다. 지난해 3월 이후 19개월 만에 국산 맥주 제품 가격이 인상된 셈이다.

이달 초에는 주류에 앞서 유제품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이달 1일 원유 가격이 인상되면서 흰 우유는 편의점에서 900㎖ 기준 3000원을 넘게 됐다. 매일유업은 생크림 제품 출고가도 5~9% 인상했다.

이런 추세라면 정부가 올해 목표로 한 ‘3.3% 물가상승률’을 달성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3.5%였던 전망치를 0.2%포인트 낮춰 3.3%로 수정했다. 목표치 달성을 위해선 남은 3개월간 물가 상승률이 2.7% 안팎이어야 한다. 당초 정부는 이달부터 물가가 안정 흐름을 회복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2%대로 내려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9월 물가상승률이 3.7%였던 걸 고려하면 갑자기 떨어지진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과 이·팔 전쟁 장기화 가능성 등이 추가적인 물가 상방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개인 서비스 물가가 상승하면서 발목을 잡을 수 있고, 전기 요금 인상 폭이 크면 물가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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