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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무역수지 2년 만에 흑자 기회…‘금배추’가 변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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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김치 종주국’으로서 한국의 자존심이 지켜질 수 있을까. 올해 김치 무역수지가 2년 만에 흑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하지만 고물가로 인해 국내에 밀려들어 오는 값싼 ‘중국산 김치’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12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김치 무역적자 규모는 8만8000달러로, 지난해 적자 폭(2858만4000달러)과 비교해 1/300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올 상반기만 놓고 보면 171만2000달러 ‘반짝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매월 수출입 상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지만, 연간 실적은 흑자로 마무리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김치 수출입 통계가 집계되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간 흑자를 기록한 경우는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2305만1000달러)과 중국 ‘알몸 김치’ 파동이 있었던 2021년(1917만3000달러) 등 두 차례뿐이다. 김치 수입이 확연히 줄어들었던 해를 제외하면 늘 적자를 면치 못한 것이다.

올해 적자 폭이 크게 줄어든 것은 K-김치 수출이 눈에 띄게 늘어난 덕이다. 올 1~8월 김치 수출량은 3만377t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했다. 특히 미국 수출량이 19.9%나 급증하면서 전체적인 김치 수출을 이끌었다. 이외에 일본(5.6%), 네덜란드(8.2%), 캐나다(23.6%) 등에서도 대륙을 가리지 않고 호조를 보였다. 이 기간 수출액은 전년 대비 7.7% 증가한 1억657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 선방에도 여전히 흑자 달성 여부가 불투명한 것은 ‘중국산 김치’ 때문이다. 올해 8월까지 김치 수입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8% 늘어난 18만7165t을 기록했다. 이는 2019년 이후 4년 만에 최대치이기도 하다. 김치 수입의 99.9%는 중국산이 차지하고 있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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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김치는 맛이나 품질 모두 국산 김치보다 떨어지지만, 가격이 저렴하다 보니 식당 등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수입량이 늘었는데도 이 기간 김치 수입액은 2.9% 감소했는데, 그만큼 중국산 김치 단가가 지난해보다도 저렴해졌다는 의미다.

특히 ‘금(金)배추’라 불릴 정도로 물가가 치솟으면서 많은 자영업자는 원가 절감을 위해 중국산 김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지인 농식품부 식품외식산업과장은 “식당에 공급되는 국내산 김치와 중국산 김치 가격이 3배 정도 차이가 나다 보니 중국산 김치로 수요가 쏠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외식업계 경영 부담을 안정화해 자연스럽게 국산 김치를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문 과장은 “배추와 같은 농산물에 대한 비축물량을 확대하고 할당 관세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원가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민간 김치 관련 단체 차원에서도 ‘김치 자율표시제’를 통해 국산 김치를 사용하는 식당들을 적극 홍보하는 방식으로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K-김치 수출에도 더욱 박차를 가한다.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이고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8월 ‘제3차 김치산업진흥 종합계획’을 통해 2027년까지 연간 김치 수출액을 지금의 2배 수준인 3억 달러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김치업체 대상도 미국 캘리포니아에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대규모 김치 공장을 설립하는 등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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