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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랑GO] 빗자루·신발·옷…짚풀로 생활용품 만든 조상의 지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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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배기처럼 짚풀 꼬아 악귀 쫓는 금줄 만들기

김채원(왼쪽)·박시오 학생기자가 짚풀생활사박물관에서 우리 조상들의 짚풀문화에 대해 알아봤다.

김채원(왼쪽)·박시오 학생기자가 짚풀생활사박물관에서 우리 조상들의 짚풀문화에 대해 알아봤다.


현대에서 쓰는 생활용품은 주로 플라스틱·스테인리스·철 등으로 만들지만 농경사회였던 옛날에는 돌이나 흙은 물론, 짚풀을 재료로 사용했다. ‘풀’은 산과 들에서 자라며 나무줄기가 없는 식물, ‘짚’은 벼·밀·보리·콩·조 등 논밭에서 자라는 곡식을 추수하고 남은 줄기다. 이 둘을 묶어 ‘짚풀’이라고 한다. 짚풀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가난한 백성들도 얼마든지 이용해 의식주·생업·일생의례 등에 필요한 생활용품을 만들었다. 짚풀로 만든 생활용품이 부서지고 망가지면 땅에 묻었고, 자연스레 썩어 거름이 되니 친환경적이다.

사실 집풀은 오늘날에도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겨울이 오기 전에 보온성이 있는 볏짚을 화단에 덮어 식물이 얼어 죽지 않게 하고 나무줄기를 감싸기도 한다. 추위를 피해 해충이 따뜻한 볏짚 속에 봄이 될 때까지 머무르니 이른 봄 회수해 태우면 병충해도 제거할 수 있다. 밀짚으로 만든 모자와 가방, 여름에 거실에 깔면 시원한 왕골자리, 플라스틱 빨대 대신에 쓰는 친환경 갈대 줄기 빨대, 삼으로 만든 수세미 등도 있다.

(왼쪽 위 시계방향) 짚신에 색을 더한 '고운신', 추운 겨울에 발이 얼지 않도록 신는 '둥구미신', 왕골을 짜서 만든 '왕골바구니', 맷돌 아래에 깔아서 가루가 튀지 않고 잘 모이도록 만든 '맷방석'.

(왼쪽 위 시계방향) 짚신에 색을 더한 '고운신', 추운 겨울에 발이 얼지 않도록 신는 '둥구미신', 왕골을 짜서 만든 '왕골바구니', 맷돌 아래에 깔아서 가루가 튀지 않고 잘 모이도록 만든 '맷방석'.

짚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김채원·박시오 학생기자가 서울 종로구에 있는 짚풀생활사박물관을 방문했다. 민지은 짚풀생활사박물관 학예팀장은 “추수 후 걷은 짚, 산·들에서 채취한 풀은 비나 눈을 맞지 않도록 건조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보관해야 해요. 물기가 많으면 곰팡이가 생기고 썩게 되죠. 건조한 짚풀을 바로 사용하면 바삭거리고 부서질 수 있어 먼저 물에 적시거나 담근 다음 발로 밟아 부드러운 상태로 만들어 사용했어요”라고 말했다.

실내에서 가벼운 먼지를 쓸 때 사용하는 빗자루는 대표적인 풀인 갈대의 꽃 부분을 엮어 만든다. 덩굴식물인 칡 줄기로 단단한 끈을 만들고 뿌리를 가늘게 찢어 옷·종이를 만들기도 했다. 2m 크기로 자라는 왕골은 줄기를 가늘게 쪼개서 바구니·돗자리로 만든다. 벼농사가 활발하고 쌀이 주식인 동양에서는 볏짚, 빵이 주식인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밀짚을 많이 사용한다. 볏짚은 질기고 튼튼해서 초가지붕·짚신·멍석 등의 재료로 사용했다. 밀짚은 볏짚보다 약하고, 보릿짚보다 튼튼하다. 밀짚도 생활용품을 만들 때 쓰이지만 보릿짚과 함께 공예·장식에 주로 사용된다. 광택이 있고 매끈한 보릿짚은 속이 뻥 뚫려서 새끼를 꼬면 다 부서지기 때문에 그 자체로 생활용품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짚신은 볏짚으로 만든 우리 조상의 가장 일상적인 짚풀 아이템이다.

짚신은 볏짚으로 만든 우리 조상의 가장 일상적인 짚풀 아이템이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볏짚으로 만든 맷방석과 버들로 만든 키에 주목했다. 맷방석은 물이 스며들 수 있어 맷돌로 가루를 만들 때만 사용한다. 맷돌 아래에 깔아서 가루가 튀지 않고 잘 모이도록 모양이 평평한 일반 방석과 달리 끝이 위로 올라가 있다. “키는 추수 후 곡식과 불순물을 1차로 골라낼 때 쓰여요. 키에 불순물이 섞인 곡식을 올리고, 위에서 아래로 탈탈 터는 키질을 하면 무거운 곡식은 안쪽에 남고, 가벼운 껍질 먼지 등 불순물은 바람에 날아가거나 키 바깥쪽에 쌓여요.”

2층에는 볏짚을 꼬아 만든 짚신들이 전시돼 있었다. 볏짚에 흰 한지를 감아 만든 ‘엄짚신’은 집안 어른이 돌아가시면 상주가 장례식 때 신었다. 알록달록한 ‘고운신’은 한지를 여러 색으로 염색해 볏짚에 감아 만든 것으로, 비단신을 살 돈이 없는 여성이 멋을 내거나 혼인할 때 신었다. “‘둥구미신’은 엄청 큰 장화같이 생긴 짚신이에요. 볏짚은 보온성이 우수하지만, 추운 겨울에 일반 짚신을 신고 오래 돌아다니다 보면 발이 얼 수 있죠. 사람들은 발이 얼지 않도록 버선을 신고, 그 위에 짚신을 신고, 또 그 위에 자투리 옷감으로 감쌌어요. 둥구미신은 이렇게 커진 발이 들어갈 수 있도록 크고 따뜻하게 볏짚으로 더 촘촘하고 단단하게 만들었죠.”

염색한 보릿짚을 잘라 붙여 무늬를 넣은 조선시대 인두판(왼쪽 사진)과 갈대 줄기를 쪼개고 엮어 만든 삿갓, 짚풀을 엮어 만든 도롱이.

염색한 보릿짚을 잘라 붙여 무늬를 넣은 조선시대 인두판(왼쪽 사진)과 갈대 줄기를 쪼개고 엮어 만든 삿갓, 짚풀을 엮어 만든 도롱이.

전시장 한켠에는 챙이 사방으로 넓은 모자 ‘삿갓’을 쓰고 옷 ‘도롱이’를 입은 마네킹이 있었다. “삿갓의 ‘삿’은 갈대를 의미해요. 갈대 줄기를 쪼개고 엮어 만들었죠. 갈대가 없는 지역은 대나무를 엮어 만들기도 했어요. 삿갓은 비나 눈이 올 때 우산처럼 사용했고, 햇볕이 강할 땐 양산 용도로 쓰였어요. 짚풀을 엮어 만든 도롱이는 허리나 어깨에 둘러 비가 오면 옷이 덜 젖게 하는 역할을 하죠. 빗물이 흐르는 방향 그대로 떨어지라고 줄기 방향이 위에서 아래로 돼 있어요.” 짚풀은 민속놀이·민속신앙에도 사용됐다. 볏짚이나 칡을 꼬아 만든 밧줄로 줄다리기하고, 바구니·키 등으로 탈을 만들어 탈춤을 춘 식이다. 전시된 탈 중 ‘방상씨탈’은 볏짚으로 만든 것으로, 장례식에서 관을 옮길 때 제일 앞장서는 사람이 썼다. 네 개의 눈은 죽은 이에게 잡귀가 달라붙지 않도록 동서남북 사방을 살핀다는 의미다. 방상씨탈은 궁중에서 악귀를 쫓는 의식에도 사용됐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악귀를 쫓는 짚풀 용품 '금줄' 만들기에 도전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악귀를 쫓는 짚풀 용품 '금줄' 만들기에 도전했다.

방상씨탈 같이 악귀를 쫓는 비슷한 짚풀 용품으로 금줄이 있다. “금줄의 ‘금’은 ‘금지하다’란 뜻의 한자 ‘禁’이에요. 볏짚을 왼새끼로 꼬아 길게 또는 둥글게 만들어 잡귀나 부정을 막기 위해 대문이나 방문에 걸었죠. 금줄이 걸린 곳엔 함부로 들어가지 말자는 사회적 약속이 있었어요. 산모가 산후 조리하는 21일(3주) 동안 산모와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금줄을 걸었죠. 흔히 볏짚, 붉은색 마른 고추, 흰색 한지, 숯, 잎이 달린 소나무 가지가 금줄 재료로 쓰여요. 벼는 강한 생명력, 숯은 나쁜 기운으로부터 영혼을 정화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한지는 소원을 적는 종이 또는 돈과 관련된 계약서를 뜻해 재물을 상징해요. 붉은색 마른 고추는 아들, 소나무 가지는 딸을 의미하고, 둘 다 귀신을 쫓아내는 것을 뜻해요.”

짚풀생활사박물관에서 체험 신청을 하면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짚풀 공예품들.

짚풀생활사박물관에서 체험 신청을 하면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짚풀 공예품들.

금줄은 짚풀을 꽈배기처럼 꼬는 새끼로 만든다. 오른새끼로는 생활용품을, 왼새끼는 금줄 같이 신성한 줄을 만든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금줄 만들기에 도전했다. 먼저 40~50cm 볏짚 10가닥을 아래 길이를 맞춰 정리하고, 앉아서 오른발로 볏짚 끝을 고정한다. 받침대 역할을 할 왼손을 평평하게 펴고 그 위에 볏짚을 두 묶음으로 나눠 V자를 만든다. 오른손바닥을 왼손바닥과 맞대고 힘껏 밀면 볏짚이 살짝 돌아가 꼬아진다. “왼새끼는 몸 안쪽으로 밀어주면 만들어져요. 반대로 오른새끼는 오른손바닥을 몸 바깥쪽으로 밀면 되죠. 몸 안쪽의 볏짚 묶음을 오른손으로 잡아 몸 바깥쪽으로 보내줍니다.”

이렇게 밀고 보내주는 것을 반복해서 왼새끼를 꼰다. 다 꼬았으면 새끼 양쪽 끝을 가위로 잘라 깔끔하게 해준다. 양쪽 끝이 마주 보게 둥글게 말아 남은 볏짚으로 단단하게 묶어준다. 새끼 마디 틈을 벌려 고추·숯·소나무 가지를 꽂는다. 한지는 틈에 넣지 않고 찢어지지 않게 새끼에 묶는다. 마지막으로 걸 수 있도록 끈을 사용해 고리를 만들어 주면 완성된다. 짚풀생활사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사전예약을 하면 금줄은 물론 보릿짚 자석·컵받침·드림캐처, 볏짚 빗자루·달걀꾸러미 등 다양한 짚풀공예를 할 수 있다.

금줄 만들기

① 40~50cm 볏짚 10가닥, 붉은색 마른 고추, 흰색 한지, 숯, 잎이 달린 소나무 가지를 준비하고 바닥에 앉는다.

② 볏짚 아래 길이를 맞춰 정리하고 오른발로 볏짚 끝을 고정한 뒤 왼손을 평평하게 펴고 그 위에 볏짚을 두 묶음으로 나눠 V자를 만든다.

③ 오른손바닥을 왼손바닥과 맞대고 몸 안쪽으로 힘껏 밀고, 몸 안쪽의 볏짚 묶음을 오른손으로 잡아 몸 바깥쪽으로 보내주기를 반복해 왼새끼를 꼰다.

④ 다 꼰 뒤 새끼 양쪽 끝을 가위로 잘라 깔끔하게 해주고 양쪽 끝이 마주 보게 둥글게 말아 남은 볏짚으로 단단하게 묶어준다.

⑤ 새끼 마디 틈을 벌려 고추·숯·소나무 가지를 꽂고 한지는 찢어지지 않게 새끼에 묶는다.

⑥ 걸 수 있도록 끈을 사용해 고리를 만들어 주면 완성.

짚풀생활사박물관

장소: 서울 종로구 성균관로4길 45
이용시간: 화~토 오전 10시~오후 5시(입장마감 오후 4시, 일·월·1월 1일·설날·추석 연휴 휴관)
전시해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5인 이상 시에만 진행)
관람료: 유아(5세 이하) 무료, 아동·청소년(6~19세) 4000원, 성인 5000원
체험프로그램: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전시 관람 및 짚풀 공예 유료 체험(평일은 5인 이상 단체만 가능, jipul.com 홈페이지 참조)
문의: 02-743-87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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