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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조이니 中 '반도체 자립' 속도…그 사이 낀 한국, 고통 커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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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의 제재를 받아 온 화웨이가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 SMIC로부터 공급받은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프로세서를 탑재한 신형 프리미엄 스마 트폰 ‘메이트60 프로’를 출시했다. 지난달 30일 베이징 시내 한 쇼핑몰에서 중국 소비자들이 메이트60 프로 광고판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제재를 받아 온 화웨이가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 SMIC로부터 공급받은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프로세서를 탑재한 신형 프리미엄 스마 트폰 ‘메이트60 프로’를 출시했다. 지난달 30일 베이징 시내 한 쇼핑몰에서 중국 소비자들이 메이트60 프로 광고판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ㆍ중 반도체 분쟁이 격화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도 빠르게 재편되는 양상이다. 미국이 대(對)중국 반도체 제재를 강화할수록 중국은 반도체 장비 국산화 등 자립 역량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이 뒤처지는 만큼 한국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반도체 장비 기업들의 중국 수출이 감소하는 등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주요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중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된 건 중국 화웨이가 지난 8월 출시한 5G 스마트폰 신제품 ‘메이트60프로’다. 메이트60프로에 탑재된 첨단 반도체, 7나노미터(㎚ㆍ1㎚=10억 분의 1m) 칩은 미국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출 제재를 뚫고 구형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사용해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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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미국이 제재를 강화하더라도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지속하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란 해석이 나온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중국은 1ㆍ2기 3328억 위안에 이어 3000억 위안 규모의 3기 반도체 펀드를 출시하고 반도체 장비와 소프트웨어에 집중 투자하려 하고 있다"며 "더는 미국 기술에 의존한 반도체 생산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반도체 국산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반도체법 가드레일(안전장치) 규정 최종안을 통해, 자국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향후 10년 동안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반도체 생산 능력을 ‘실질적으로 확장’하는 경우 보조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했다. 실질적 확장이란 첨단 반도체의 경우 5% 이상, 28나노 이전 세대의 범용 반도체는 10% 이상을 뜻한다. 중국 내 첨단 반도체의 실질적 확장 기준을 10%로 늘려달라는 한국의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문제는 미ㆍ중 갈등에 낀 한국이다. 일단 미국이 지난 10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대한 미국산 반도체 장비 규제를 무기한 유예하기로 하면서 한숨 돌리게 됐다. 하지만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다른 국가에 비해 중국 의존도가 높아 미 가드레일 조항으로 입는 타격도 더 크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회사 TSMC의 중국 공장 생산 비중은 8.7%인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중국 생산 비중은 각각 38.8%, 20.4%였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비중은 40.4%로 대만(30.4%), 일본(23.7%), 미국(14.7%), EU(14.0%) 등 주요국에 비해 높다. 미국이 탈중국을 위한 ‘반도체 동맹’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미 보조금을 거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KB금융경영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중국의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 상승은 장기적으로 한국 장비 기업에 위협 요인”이라며 “중국은 미국의 규제에 대응해 레거시(비첨단) 장비의 국산화율을 높이면서, 진입장벽이 낮은 일부 전공정 및 후공정 장비 시장을 놓고 국내 반도체 장비 기업과 경쟁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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