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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케이블카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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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개발론자와 환경론자들 사이에 뜨거운 논쟁이 이어져 온 한라산국립공원 삭도(케이블카) 설치문제가 '불가'쪽으로 결론이 날 전망이다.

2일 제주도에 따르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원장 윤서성)이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의뢰로 실시한 '자연공원 내 삭도의 허용 여부 및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최종 보고서에서 '한라산은 삭도 설치가 불가한 지역'이라는 취지의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삭도 설치가 불가능한 지역으로 ▶녹지자연도 8등급 이상 지역▶아고산대의 양호한 식생지역▶멸종 위기종.천연기념물.희귀종 등의 서식지를 꼽았다.

그러나 ▶녹지자연도 8등급 이하 지역이지만 식물 다양성이 떨어지거나 훼손된 지역▶아고산대와 고산대가 섞여있는 지역 등은 삭도시설을 조건부로 허락할 수도 있다고 제시했다.

이 같은 용역 결과에 따르면 제주도가 자연친화적 삭도시설을 설치하겠다며 환경부에 신청한 영실~윗세오름 구간(3.46㎞)에 대한 삭도 설치는 불가능하다.

이 구간은 모두 아고산대 지역으로 녹지자연도가 대부분 8등급 이상인 데다 천마.산작약 등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 위기 및 보호 야생식물 군락지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또 제주도가 삭도 설치에 따른 관광객 유인 효과를 주장한 데 대해 "삭도 설치가 자체적으로 관광객 유치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자연경관의 보전이 더욱 중요한 문제"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제주도 측은 "연구원에서 삭도시설 건설에 대해 전면 불가가 아니라 조건부로 허용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만큼 면밀한 기초조사를 통해 삭도시설이 가능한 지역을 찾아 사업을 재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주도가 2000년 말 국토연구원에 의뢰해 조사한 한라산국립공원 녹지자연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라산의 경우 8등급 이상 지역이 98.3%(8등급 12.6㎢.8.2%, 9등급 1백24㎢.82.2%, 10등급 12㎢.7.9%)로 사실상 전역에 삭도 설치가 어려운 실정이다.

한편 제주환경운동연합과 제주참여환경연대 등 환경단체들은 "한라산은 유네스코가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했을 정도로 보전 가치가 높은 곳"이라며 "제주도는 연구원 보고서를 수용해 삭도 설치계획을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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