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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할머니까지 '인질 처형' 예고…"이미 4명 살해 당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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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 음악축제장 인근에서 이스라엘 여성 노아 아르마가니(25)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납치되며 울부짖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 음악축제장 인근에서 이스라엘 여성 노아 아르마가니(25)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납치되며 울부짖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딸아이가 태어났을 때 평생 지켜주겠다고 다짐했는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최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납치된 노아 아르마가니(25)의 아버지 야코프는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현지 인터뷰에서 눈물을 터뜨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딸 노아는 하마스의 대대적인 공격이 있었던 지난 7일 가자지구에서 약 10㎞ 떨어진 이스라엘 남부의 한 키부츠 음악 축제 현장에서 인질로 붙잡혔다. 노아가 잡혀가는 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 퍼지면서 가족들도 이 사실을 알게 됐다.

야코프는 “딸을 찾으려 병원 응급실을 뒤지다가 거기서 어떤 사람이 영상을 보여줬다”면서 “영상 속에서 아이가 너무 무서워하고 있더라. 아이에게 놀라지 말라고 말 한마디라도 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울먹였다.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 여성 노아의 아버지가 지난 8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X(옛 트위터) 캡처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 여성 노아의 아버지가 지난 8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X(옛 트위터) 캡처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하마스가 어린이와 노약자는 물론 외국인까지 무차별적으로 인질로 삼으며 국제 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BBC·CNN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이스라엘이 공격할 때마다 인질을 한명씩 처형하겠다”고 발표했다. 연락이 두절된 가족·친지의 납치 사실을 SNS에서 알게 된 이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애통해하고 있다.

이스라엘 중부 가노트에 사는 요니 아셔(37) 역시 SNS에서 아내(34)와 다섯 살, 세 살배기 두 딸, 아내의 어머니까지 하마스에 끌려간 사실을 알게 됐다. 이들은 하마스의 공습 당시 가자지구 인근의 친척 집에 머물던 중 연락이 끊겼다. 이후 하마스의 인질 트럭에 가족들이 함께 실려 있는 영상을 SNS에서 찾았다.

아셔는 “아내가 하마스 대원들이 집 안에 들어왔다고 얘기한 게 마지막 통화였다”며 “휴대폰 위치 추적을 했더니 신호가 가자지구 안에서 잡혔다. 어떤 상황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게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하마스에 가족들이 납치된 요니 아셔가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가족들을 걱정하고 있다. 사진 NBC 캡처.

하마스에 가족들이 납치된 요니 아셔가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가족들을 걱정하고 있다. 사진 NBC 캡처.

또 다른 남성 하다스는 13살·12살 두 아들과 80세 노모까지 다섯 식구가 실종됐다. 얼마 뒤 SNS에 올라온 영상에서 둘째 아들 에레즈를 찾아냈다. 하다스는 “전쟁에도 윤리가 있다는 걸 하마스는 기억해야 한다”고 분노했다.

SNS에선 하마스 대원들이 한 노인을 골프 카트에 태워 가자지구 거리를 행진하는 모습도 유포됐다. 야파 아다르(85)로 알려진 이 여성의 손녀 아드바 아다르는 현지 언론에 “지병이 있는 할머니가 얼마나 견딜지 모르겠다. 매 순간 고통받고 계실 것”이라며 걱정했다.

영국 런던에 거주 중인 노암 사기는 가자지구 근방에 거주하던 어머니(74)가 사라졌다고 BBC에 말했다. 그는 “다음 주 75세가 되는 어머니의 생신을 기념해 영국에서 만나기로 돼 있었는데, 꿈만 같다”며 “공포 영화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야파 아다르(85)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골프 카트에 태우고 가고 있는 모습. X(옛 트위터) 캡처.

이스라엘의 야파 아다르(85)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골프 카트에 태우고 가고 있는 모습. X(옛 트위터) 캡처.

이스라엘 총리실이 추산한 약 150명의 인질 가운데 미국·영국·프랑스·독일 국적의 외국인도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이스라엘 여성 노아가 붙잡혀간 남부 키부츠 음악축제 현장에서 반나체 상태로 하마스에 끌려간 독일인 샤니 루크(22)가 그 중 한 명이다.

루크의 어머니 리카르다는 CNN에 “미사일 공격과 경보를 접했을 때 딸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겁에 질려 있었다. 안전한 곳으로 가겠다고만 했다”면서 “몇 시간 뒤 받은 한 SNS 영상에서 의식을 잃은 채 끌려가는 딸을 알아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딸에 대한 소식을 알고 있는 누구라도 도와달라”고 간청했다. 현재까지 루크는 생사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하마스 대원들에 납치된 독일·이스라엘 이중 국적의 여성 샤니 루크(22). X(옛 트위터) 캡처

하마스 대원들에 납치된 독일·이스라엘 이중 국적의 여성 샤니 루크(22). X(옛 트위터) 캡처

루크가 끌려간 음악 축제 현장은 하마스의 기습 공격 피해가 특히 컸던 곳이다. 이곳에선 하마스의 무차별 공격으로 시신 260구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일부 인질들은 이미 살해 당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9일 CNN은 자사가 확보한 이스라엘 남부 베에리 키부츠에서 촬영된 두 개의 영상을 자체 분석한 결과 인질 4구의 시체가 바닥에 있는 장면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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