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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금 붓듯 내집 마련…광교 알자땅에 이런 공공주택, 성공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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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수원지방법원과 수원지방검찰청 옛 부지였던 경기 수원특례시 영통구 원천동 광교신도시 A17블록.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이 부지에 지분적립형 주택을 건설할 예정이다. GH

수원지방법원과 수원지방검찰청 옛 부지였던 경기 수원특례시 영통구 원천동 광교신도시 A17블록.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이 부지에 지분적립형 주택을 건설할 예정이다. GH

수원 원천동 일대엔 가림벽에 둘러싸인 총면적 4만249㎡에 이르는 공터가 있다. 광교신도시의 마지막 금싸라기땅으로 불리는 ‘A17블록’이다. 2018년까지 수원지방법원과 수원지방검찰청이 있던 곳이라 수원은 물론 용인·화성·오산시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지만, 2019년 법원과 검찰청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서 공터가 됐다. 이후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주변 시세의 90% 수준의 보증금·월세를 내고 2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기본주택’을 이곳에 짓겠다고 발표했지만, 개발 계획이 표류하면서 이 땅은 지금까지도 공터로 남아있다.

GH가 수년째 비어있는 땅 활용법으로 꺼낸 카드는 경기도형 공공분양주택이다. 분양가의 10~25%만 부담한 뒤 20~30년에 걸쳐 4년마다 나머지 주택 지분을 늘려 내 집을 마련하는 이른바 ‘지분적립형’ 주택이다. GH는 “적금을 매월 납입해 목돈을 만드는 것처럼 차곡차곡 지분을 늘리는 방식으로 내 집 마련 진입장벽을 낮추고 자산형성의 기회를 제공하는 모델로, 공공주택 특별법령에 반영되어 있어 속도감 있는 사업추진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수원시 관계자도 “광교신도시 초입에 있는 A17블록은 남은 광교 개발 부지 중 가장 넓고 인근에 아주대학교 병원과 초·중학교는 물론 공원과도 가까워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분적립형 주택 지분취득 구조. GH

지분적립형 주택 지분취득 구조. GH

지분적립형 주택은 전용면적 60㎡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추진된다. 최초분양가가 5억원인 주택의 경우 입주 시엔 25%에 해당하는 1억2500만원만 우선 부담하면 된다. 이후 4년마다 남은 지분의 15%(7500만원)씩을 예금 이자와 함께 5차례에 걸쳐 추가 지불하는 방식이다. 이자율을 2%로 가정하면 분양 4년 뒤엔 이자를 포함해 8100만원, 분양 8년 뒤엔 8700만원, 분양 12년 이후는 9300만원 등 20년 동안 총 5억9000만원을 내는 셈이다. GH는 실제 투입되는 건설비 등을 산정한 뒤에 정확한 분양가와 가산이자, 사용료 등을 정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건설 계획도 내놨다. 광교신도시 A17 블록에 들어설 600가구 분양 물량 중 240가구를 지분적립형으로 후분양 공급한다. 해당 블록은 오는 2025년 하반기 착공해 2028년 공급된다. 청약자의 소득 수준은 따지지 않기로 했지만, 투기수단으로 변질하는 것을 막기 위해 거주 의무기간 5년, 전매제한 기간 10년(일반 분양은 거주 의무기간 3~5년, 전매제한 기간 3년)을 두도록 했다. 공공에만 집을 팔 수 있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반값 아파트’와 달리 GH의 지분적립형 주택은 제3자에게도 매매가 가능하다. 매각 후 발생한 차익에 대해서는 매매 시점의 지분 비율에 따라 공공과 분양을 받은 사람이 배분한다.

광교신도시 A17블록 위치. GH

광교신도시 A17블록 위치. GH

다만, 거주의무기간 5년과 전매제한 기간 10년 규정이 다소 경직돼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직 등 직장 이동이나 개인 사정으로 거주지를 변경해야 할 경우는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이유다. 이에 GH는 해외체류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시에는 예외적으로 공공 환매할 수 있게 하겠다고 한 상태다. 이밖에 4년마다 추가 지분 취득 금액과 함께 가산 이자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 이자율이 높아질 경우 장기 분납이 부담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GH는 광교신도시 A17블록 시범 사업을 통해 정책 효과 등을 점검한 뒤 GH가 추진하는 3기 신도시 등에 지분적립형 주택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입지가 좋고 지분을 순차 매입하는 구조라 초기자금이 부족한 신혼부부 등에게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러나 전용면적 60㎡ 이하가 대상이라 규모가 작다는 점과 거주 의무나 전매제한이 일반 공공분양보다 길고, 장기 분납에 대한 부담은 청약자들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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