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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병기 ‘필향만리’

一以貫之(일이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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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공자가 제자 증삼(曾參:증자)을 불러놓고서 “나의 도(道)는 한 가지로써 만 가지를 꿰뚫는다”라고 말했다. 스승보다 46년이나 연하인 증자는 공손히 ‘예’하고 대답했다. 옆에 있던 증자의 문인(門人)은 공자가 말한 ‘한 가지’가 뭔지 묻지도 않고 ‘예’라고 대답만 하는 그의 스승 증자가 답답해 보였나보다. 공자의 방을 나오자마자 “무슨 말씀이래요?”하고 증자에게 물었다. 증자는 조용히 대답했다. “선생님(공자)의 도는 ‘충서(忠恕)’일 따름이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의 참교육이란 이런 것이리라.

以: 써 이(...로써), 貫: 꿸 관. 한 가지로써 (만 가지)를 꿰뚫다. 23x77㎝.

以: 써 이(...로써), 貫: 꿸 관. 한 가지로써 (만 가지)를 꿰뚫다. 23x77㎝.

‘꿰뚫을 관’을 쓴 ‘貫之(관지)’는 ‘일관되게 적용한다’는 뜻이다. 공자는 매사에 ‘충서(忠恕)’를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이 곧 자신의 도(道·삶의 길)라고 했다. ‘충서’는 ‘충’과 ‘서’로 나누어 설명해야 그 뜻이 보다 더 명료해진다. ‘中+心’으로 이루어진 ‘忠’은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하여 ‘자기의 모든 것을 다하는 것’을 말한다. ‘如(같을 여)+心’으로 이루어진 ‘서(恕)’는 ‘제 마음같이’라는 뜻이다. 즉 상대의 마음을 ‘제 마음인 양 미루어 헤아리는 것’이 ‘恕’인 것이다.

남의 마음을 헤아려 나의 정성을 다하는 충서로 일관하는 삶이 바로 성인(聖人)의 삶이다. 존경하며 본받도록 하자.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