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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전세사기 고소 53건 접수, ‘제2의 빌라왕’ 사태 우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경기도 수원·화성시 등지에 빌라와 오피스텔 등을 보유한 임대인 부부가 잠적해 전세 보증금을 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는 내용의 고소장 접수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 소유의 부동산 관련 법인만 10여 곳이 넘어 ‘제2의 빌라왕’ 사태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정모(60대)씨 부부와 그 가족 등을 처벌해달라는 고소장이 9일 오후 기준 53건 접수됐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 5일 전까진 6건이 접수됐는데, 7일엔 21건으로 늘었고, 8~9일에만 32건이 추가 접수됐다. 고소장에 명시된 피해 액수는 총 70여억원에 이른다. 고소인 상당수는 20~30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 소유의 한 오피스텔에 살고 있다는 A씨는 “올 6~8월에 계약이 만기가 된 사람들이 아직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집주인의 다른 건물이 경매에 나왔다는 말을 듣고 고소장을 냈다”고 말했다.

정씨 일가는 법인과 개인 명의로 40~50여 채의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중앙일보가 기업 정보 플랫폼을 통해 정씨가 대표직으로 이름을 올린 부동산 관련 법인을 조사한 결과 모두 18곳으로 확인됐다. 수원 7곳, 화성 6곳, 용인 4곳, 양평 1곳이다. 두 회사 이상이 같은 주소를 중복으로 두고 있거나 부인 김씨가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린 곳도 다수 있었다. 고소인들은 정씨의 아들 등 다른 가족이 연루됐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논란이 불거지자 정씨는 피해자들이 모인 소셜미디어 단체 대화방에 “지속적인 금리 인상과 전세가 하락으로 인해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치달았고, 재임대까지 어려워지면서 더 이상 방법을 찾지 못했다. 상황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임차인들의 연락에도 답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아직 계약이 만료되지 않은 임차인들이 적지 않아 피해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고소장이 접수된 지난달 말 정씨 부부를 출국 금지했다. 또 정씨 부부가 임차인들을 일부러 속이려 한 ‘기망의 고의’를 갖고 범행했는지 고소인들을 상대로 조사하고 있다. 공인중개사 등 가담 여부도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은 피해자 규모 등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수원남부경찰서가 담당하던 이 사건을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관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인 조사가 끝나는 대로 정씨 등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며 “피해 규모를 줄이기 위해 최대한 신속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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