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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구들 ‘하동 칠불사 아자방지’ 국가민속문화재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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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하동 칠불사 아자방 체험관에서 도응 주지스님이 면벽 수행을 하는 모습. 위성욱 기자

하동 칠불사 아자방 체험관에서 도응 주지스님이 면벽 수행을 하는 모습. 위성욱 기자

지난달 말 경남 하동군 화개면 범왕리 칠불사. 쌍계사에서 11㎞ 정도 떨어진 이 사찰 대웅전 옆에는 1000년 넘은 ‘전설의 구들’이 있다. 최근 문화재위원회가 이 구들을 국가민속문화재로 올리는 안건을 조건부로 가결해 주목을 받은 ‘하동 칠불사 아자방지(亞字房址)’다.

이날 찾은 아자방지는 구들에 열을 공급하는 아궁이와 스님이 수행하던 온돌방, 연기가 빠져나가는 굴뚝으로 구성돼 있었다. 아궁이와 굴뚝 부분은 거의 공사가 완료됐고, 온돌방은 구들을 복원한 뒤 흙을 덮어놓은 상태였다. 하동군 측은 올해 안에 보수공사가 끝날 것이라고 했다.

아자방은 신라 효공왕(897~912년) 때 ‘구들도사’라 불리던 담공선사가 처음 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방은 길이가 8m인 직사각형 모양이다. 여기에 바닥에서 45㎝ 높이 좌선대가 있다. 이런 구조가 아(亞)자와 닮았다 해서 ‘아자방’이라 한다.

칠불사 도응 주지스님은 “아자방은 대웅전에서 온돌방만 보면 아(亞)자 모양이지만 방 왼쪽에 입구(口)자 모양의 큰 아궁이(부엌 부분)가 있어 벙어리 아(啞)자로 보이기도 한다”며 “이 방에서 수행하는 스님이 묵언하며 올곧게 정진하라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라 효공왕때 담공선사가 처음 축조한 것으로 알려진 아자방 구들 모습. 올해 보수 공사가 완료된다. 위성욱 기자

신라 효공왕때 담공선사가 처음 축조한 것으로 알려진 아자방 구들 모습. 올해 보수 공사가 완료된다. 위성욱 기자

아자방이 있던 건물은 1949년 불에 탄 뒤 1982년 전후 대부분 복원했다. 하지만 온돌 바닥은 복원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 과정에 아자방지는 1976년 경남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됐고, 그 뒤 1981년부터 2015년, 2017년 3차례에 걸쳐 문화재청 등에서 발굴했다. 당초 사찰 측에서 아자방 건물 등이 국군의 작전 중에 소실됐다고 지적하면서 실태 조사도 진행됐다.

초창기 조사 때부터 참여한 당시 문화공보부(현 문화재청) 문화재보수과 기술직원이었던 변철수(70·도원아텍 대표)씨는 “당시 현장 모습을 담은 사진과 구들의 굵기, 구들 구조·형태 등 실측조사를 한 사본을 제가 보관하고 있다가 하동군과 칠불사 등에 전달해 이번에 국가민속문화재 조건부 가결 때 중요 자료로 쓰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변 대표는 아자방 구조에 대해서 “스님들이 좌선대에서 장기간 참선을 하다 보면 다리에 피가 통하지 않아 곧바로 일어설 수 없는데 아자방 구조는 회전의자처럼 좌선대에서 몸을 180도 돌리면 곧바로 바닥까지 다리를 펼 수 있게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곳에서 서산대사·부휴대사·초의선사·월송선사 등 유명한 고승들이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래서인지 많은 스님이 이곳에서 수행하는 것을 꿈으로 여겼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정보에서는 축조 당시에는 ‘석 달 열흘’ 즉, 100일간 온기가 골고루 유지됐다는 이야기도 내려온다. 『천년의 비밀, 아자방 온돌』이라는 책을 쓴 김준봉 국제온돌학회 회장은 “아자방 아궁이는 서서히 오래 열기를 공급하고 구들과 고래(불길과 연기가 움직이는 길) 두께나 형태 등도 다른 온돌과 달라 오랫동안 열기를 품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동군 관계자는 “문화재위원들은 아자방이 있는 건물이 과거 불에 탔던 만큼 온돌이 깔린 바닥 윗부분 구조와 아궁이 형태도 추후 고증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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