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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장 떼고 파란 운동화 신었다…野진교훈 "진짜 일꾼은 나" [강서구청장 르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진교훈 후보가 강선우 의원이 까치산역 일대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 강보현 기자

진교훈 후보가 강선우 의원이 까치산역 일대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 강보현 기자

“안전구청장, 안심구청장, 진짜 일꾼 누구입니까.”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사흘 남겨둔 8일 오후 2시,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등촌사거리에서 유세 차량에 올라 “안심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강서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외쳤다. 경찰청 차장 출신인 진 후보는 '19년 강서 사람, 33년 행정 전문가’를 내세우며 민심을 파고들고 있다. 차량에 함께 오른 3선 중진 민주당 한정애(서울 강서구 병) 의원도 “안전한 도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도시 강서를 만들 수 있도록 기호 1번 진교훈을 꼭 선택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유세 차량에선 “싹 다 갈아 엎어주세요. 기호 1번 진교훈”이라는 가사의 트로트 노래가 흘러나왔다. 진 후보 캠프의 관계자들도 주변에서 ‘처가에는 고속도로 국민에겐 핵 오염수’ ‘구민 혈세 40억! 선거비용 책임져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1번 뽑아요. 진교훈, 진교훈. 진교훈”을 외쳤다. 정권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운 민주당의 선거 운동 기조가 현장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4일 전략공천을 받은 진 후보는 정치에 입문한 지 겨우 한 달 남짓이다. 그러나 진 후보는 보궐선거 결과에 대한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오전 6시 30분 등촌 3성당에서 기자와 처음 만난 진 후보는 ‘인지도가 약점 아니냐’는 질문에 "완전히 극복됐다. 돌아다녀 보면 확실히 달라진 걸 느낀다"고 말했다. 성당에 들어갈 때는 감색 정장을 입었던 진 후보였지만 미사를 마친 뒤엔 곧바로 ‘1번’이 새겨진 전투복으로 변신했다.

다음 행선지로 발걸음을 바쁘게 옮기던 그는 지난 6~7일 이틀간 치러진 사전투표에 대해 “김태우 후보 공천을 비롯해 '아, 이건 아니다' 생각한 분들이 적극적으로 의사 표현을 한 것 같다”고 했다. 22.65%라는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에 대해선 “윤석열 정부를 신망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진교훈 후보와 한정애 의원이 차량 유세를 진행하는 모습. 강보현 기자

진교훈 후보와 한정애 의원이 차량 유세를 진행하는 모습. 강보현 기자

운동화까지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으로 갈아 신은 진 후보와 다시 만난 건 오후 7시 30분 까치산역에서였다. 이번엔 민주당의 강선우(서울 강서구 갑) 의원이 진 후보 옆에서 “11일은 1번 찍는 날입니다”라며 목청을 높였다. 진성준(서울 강서구 을) 의원까지 강서구 현직 국회의원 3명은 모두 민주당 출신이다. 진 후보와 강 의원이 도보 유세에 나서자 “교훈이 형” “선우 누나” 연호가 곳곳에서 쏟아졌다.

 진 후보는 보이는 음식점 마다 거침없이 방문했다. 삼겹살 식당에선 “(소주) 한 잔만 달라”며 손님들과 술잔을 부딪쳤다. “정치에 관심 없어요”라며 손사래 친 20대 커플에겐 “그럼 악수!”라며 손을 건넸다. 입장을 거부당한 식당 앞에선 “그럼 밖에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며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고깃집에서 경찰 후배를 만났을 땐 “경찰! 사랑합니다”를 외쳤다. 각각 경찰청과 종로경찰서에 근무한다는 경찰 후배 부부를 만나선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경찰 수뇌부인 경찰청 차장(치안정감· 1급 상당) 자리에 올랐던 진 후보는 총 33년을 경찰로 지냈다. 계급장을 뗀지 얼마 지나지 않은 ‘정치신인’ 치고는 스킨십에 어색해 하는 장면이 별로 없었다.

진교훈 후보가 파란 운동화를 신은 모습. 강보현 기자

진교훈 후보가 파란 운동화를 신은 모습. 강보현 기자

약 90분간 이어진 도보 유세에서 진 후보가 들른 장소만 70여 곳이다. 동행한 기자의 시계엔 금방 9000보가 채워졌다. 진 후보는 “다시 가겠다고 약속한 곳이 너무 많아 큰일이다”며 “(일정이 바쁜 탓에) 유세 다니다가 배가 너무 고프면, 음식점을 보면 진짜 먹고 싶어서 꼭 오겠다고 자꾸 약속했다”고 웃어 보였다. 일정을 마친 그는 지니고 있던 멀티비타민을 기자에게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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