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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자체 AI모델 개발 나선 MS “오픈AI는 친구이자 경쟁자”

중앙일보

입력

MS는 지난 1월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을 공식 발표했다. 미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은 당시 MS의 투자액이 1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AFP=연합뉴스

MS는 지난 1월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을 공식 발표했다. 미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은 당시 MS의 투자액이 1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AFP=연합뉴스

시들했던 챗GPT의 인기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지난 5월 정점(18억 명)을 찍은 방문자 수는 3개월 내리 감소하다 지난달부터 반등세다. 트래픽 통계 사이트 시밀러웹에 따르면 챗GPT 웹사이트 방문자 수는 지난 9월 약 15억 명으로 전월 대비 4.69% 늘었다. 여름 방학을 마친 학생들이 교실로 돌아오며 과제 등 학업을 위해 다시 챗GPT를 쓰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일터에선 생성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경우가 아직은 제한적이다. 지난 8월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9%는 “최소 한 번 이상 생성 AI를 접해봤다”면서도, “정기적으로 업무에 활용한다”는 답변은 22%에 그쳤다. 대다수 직장인들은 여전히 회의 자료를 파워포인트(PPT)로 폼나게 만들고 장문의 보고서를 쓰는 데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AI를 활용해 미래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의 기준을 바꾸겠다는 기업이 있다. ‘사무용 소프트웨어의 황제’ 마이크로소프트(MS)다. MS는 지난달 26일 윈도11 운영체제(OS)에 AI 비서 ‘코파일럿’을 적용했다. 오픈AI의 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하는 코파일럿은 별도 앱·웹을 열 필요 없이 윈도 바탕화면에서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클릭해서 쓸 수 있다. 현재 보고 있는 콘텐트를 요약해달라거나, 화면 밝기 등 환경설정도 코파일럿에 바로 요청해 바꿀 수 있다. MS는 또 워드·엑셀 같은 소프트웨어(SW)에 AI를 장착한 ‘MS365 코파일럿’(1인당 월 30달러)도 다음달 1일부터 본격 서비스한다. 요청에 따라 텍스트를 써주고, 회의 내용도 요약해 준다. 업무에 생성 AI를 활용할 수 있는 지름길이 생기는 것.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1일 미국 뉴욕에서 윈도11 업데이트 소식을 발표하며 “AI 비서와 일하는 건 1980년대의 PC, 1990년대의 인터넷, 21세기 모바일의 부상만큼이나 주목할 일”이라고 자평했다.

프랭크 쇼 마이크로소프트 CCO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사무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프랭크 쇼 마이크로소프트 CCO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사무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한국MS 사무실에서 방한 중인 프랭크 쇼 MS 커뮤니케이션총괄(CCO)을 만나 ‘일의 미래‘와 MS의 AI 사업 전략에 대해 물었다. 2009년 MS에 입사한 쇼 CCO는 10년 이상 홍보를 담당하며 ‘MS의 입’으로 활동했다.2016년엔 미국 IT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선정한 테크 분야 최고 PR인 1위에 올랐다.

AI 비서, 어디까지 쓸 수 있나

MS의 AI 전략에서 코파일럿의 의미는.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사람들이 기술을 이용하는 모든 곳에 MS의 코파일럿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름부터 ‘코’파일럿(Copilot, 부조종사)이다. 자동으로 뭔가를 만들어주는 장치가 아니라, (조종사인) 사람이 하려는 일을 좀 더 빨리, 효과적으로 하게끔 도와주는 수단이 코파일럿이다.
MS 365 코파일럿. 사진 MS

MS 365 코파일럿. 사진 MS

사무직 업무 외에 의료·금융 등 전문 영역에서 AI가 뭘 도와줄 수 있을까.
진료를 받으러 병원에 가면 의사들이 내 말을 듣기보단, 컴퓨터에 기록하는 데 더 집중하는 것 같은 경험을 누구나 해봤을 거다. 만약 AI가 환자의 말을 글로 옮겨(transcription) 준다면 의료진도 환자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매일 새롭게 생성되는 의료 정보를 모두 습득하기 어려운데, 코파일럿이 이를 정리하고 추가적인 제안까지 할 수 있다면 훨씬 도움이 될 거다. 예를 들어, 최근 논문을 AI가 학습해 ‘이 두 가지 약을 동시에 쓰면 특정 환자에겐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알려 준다면, 의사는 환자 상황에 맞는 최적의 치료법을 빠르게 찾을 수 있다.
의료처럼 특정 분야를 집중 학습한 버티컬 AI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인가.
의료 영역에서는 이미 서비스를 시작했다. 2021년 인수한 음성 인식 AI 기술회사 ‘뉘앙스’를 중심으로 지난 3월 진료 기록 앱 ‘닥스 익스프레스’를 출시했다. 의료 외에도 교육, 유통, 세일즈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는 특화된 니즈(요구)가 있다. 다양한 영역에서 MS가 직접 기술을 제공하거나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사업할 계획이다.  

오픈AI, 경쟁과 우정 사이

MS는 올해 초 오픈AI에 100억달러(약 13조4000억원)를 투자해 지분 49%를 확보했고, 7월에는 오픈AI의 LLM인 GPT-4를 활용해 기업용 AI 챗봇(빙 챗 엔터프라이즈)를 출시했다. 그러나 양사의 허니문은 길지 않았다. 지난 8월 오픈AI가 독자적으로 기업용 AI 챗봇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출시했다. 이들이 겨루는 기업용 AI 시장은 2032년까지 2700억달러(약 364조2000억원)로 성장할 전망(프리시던스 리서치). 오픈AI의 LLM을 갖다 쓰던 MS도 최근엔 자체 LLM 개발에 나섰다.

협력하던 오픈AI와 B2B(기업 간 거래) AI 시장에서 경쟁하게 됐다.

MS와 오픈AI의 관계는 IT 산업계에서 (보기 드문) 흥미로운 파트너십이다. MS365 코파일럿 등은 오픈AI의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오픈AI에 투자한 건 MS가 오픈AI의 기술에 더 큰 책임을 지고 함께 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분명한 건 둘은 엄연히 독립돼 있다는 거다. 적극 협력할 때도 있지만 경쟁할 때도 있다. MS도 GPT-4보다 규모 작은 LLM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윈도11에 적용된 코파일럿. 바탕화면에서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클릭하기만 하면 바로 코파일럿이 실행 된다. 사진 MS

윈도11에 적용된 코파일럿. 바탕화면에서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클릭하기만 하면 바로 코파일럿이 실행 된다. 사진 MS

MS는 B2B AI 시장에 더 집중할 것인가.
MS로선 B2B와 B2C(일반 소비자 시장) 모두 중요하다. 지금 당장은 B2C가 중요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AI를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하겠다. B2B에서 우리의 전략은 크게 두 축이다. 우선 MS365 코파일럿으로 기업 고객에게 특정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또 하나는 플랫폼 회사로서 LLM을 쓰려는 모든 기업이 MS 클라우드 애저(Azure)를 쓰도록 하는 것이다. 오픈 AI의 LLM 외에 지난 7월부터 메타의 오픈소스 LLM ‘라마2’(Llama)를 애저에서 쓸 수 있게 한 것도 이 때문이다.  
LLM의 한계인 할루시네이션(환각) 문제가 기업용 AI에서는 더 치명적일 것 같다.
시스템적으로 할루시네이션을 보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부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을 사용해 할루시네이션 여부를 체크하고, 틀린 답변에 반영된 데이터셋(data set)을 제한하고 있다. 더 많은 컴퓨팅 자원을 써서 여러 번 검증기도 한다. 중요한 건 최종적으론 사람이 AI의 답의 정확도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AI가 낸 결과물을 어떻게 쓸 지 결정하는 건 사람이므로 책임도 사람에 있다.
지난 7월에 있었던 올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MS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AI로 수익 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해 주가가 하락했다. AI로 지금 돈을 벌기는 어려운 상황인가.
AI 사업은 MS의 과거 어떤 비즈니스보다 빠르게 수익화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분야별로 속도가 다르다. MS365와 코파일럿을 이용한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이른 시일 내 매출로 연결될 것이라고 본다. 다만, 검색 서비스인 빙(bing) 등 서치 플랫폼에 AI를 적용하고 수익화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프랭크 쇼 마이크로소프트 CCO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사무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프랭크 쇼 마이크로소프트 CCO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사무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오픈소스 AI vs 폐쇄형 AI 

메타의 라마2 등 오픈 소스 AI의 약진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경쟁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오픈 진영에서는 GPT-4와 같은 대형 파운데이션 모델의 종류가 상대적으로 적을 거다. 거기선 모델 사이즈는 작아도 특정 용도에 맞는 (버티컬) 모델이 더 많이 나올텐데, 바람직한 현상이다. 다만 생성 AI 모델은 안전 기준을 따라야 하고, 어느 정도 검증도 거쳐야 한다. 오픈소스 AI는 그런 면에서 리스크가 있다고 본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은 AI에 규제 필요성을 주장한다. 
규제는 필요하다. 사회에 잠재적 영향을 미치는 모든 기술에 대해 세계 각국 정부가 관심을 갖고 적절한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오픈AI나 MS, 구글, 아마존 등 (AI를 개발하는) 기업들도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 AI 기업들이 여러 국가와 규제를 논의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