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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 중인 어머니…여행사는 괜찮다고만" 애타는 가족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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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이스라엘에 성지순례를 가계신다. 여행사에 문의했더니 안전하다면서 일정 변경 등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다. 하루 종일 힘들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과 이에 맞선 보복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서 500명 넘는 사망자가 나온 8일, 현지로 여행을 떠난 가족을 둔 시민들은 종일 불안에 떨어야 했다. 이스라엘 여행을 계획했던 시민들도 혼란 속에 하루를 보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단체여행 등 목적으로 이스라엘에 단기체류 중인 한국인은 360여명으로 추정된다. 장기체류 중인 국민은 예루살렘 290여명, 텔아비브 등 중부지역 210여명, 기타지역 70여명 등 총 570명이다. 현재까지 한국인의 피해가 확인된 바는 없다.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군의 보복 폭격을 받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EPA=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군의 보복 폭격을 받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EPA=연합뉴스

그러나 이스라엘에 가족이 체류 중인 사람들은 정확한 현지 정보를 파악할 수 없어 불안감을 호소했다. 어머니 걱정에 밤새 마음을 졸인 오모(23)씨는 “이스라엘이 전례 없는 규모의 공격을 받았다는 기사를 보고 여행사에 문의했더니 ‘피해 받은 지역은 아니라 안전하다’고만 한다”며 “어머니가 일정 상 외교부에서 방문 자제를 권고한 지역으로 며칠 후 이동해서 체류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정 변경 부분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이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운이 나쁘면 어머니가 어떻게 될 지도 모르는 지금 상황이 너무 어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현지에 머물고 있는 일부 한국인들은 체류 중인 지역에서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벤 구리온 국제공항으로 향하는 교통편, 그리고 이스라엘에서 인근 국가 등으로 출국하기 위한 항공권 등을 다급하게 수소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광객들이 많은 예루살렘에서 벤 구리온 국제공항까지는 약 60㎞ 떨어져 있다. 예루살렘 보다 조금 더 먼 갈릴리호 인근을 여행 중인 A씨는 여행자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서 “우선 육로를 통해 공항으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했고, 다른 여행자들은 “선택할 수 있는 교통편이 뭐가 있는지 궁금하다”거나 “육로로 움직여도 위험하진 않을지 모르겠다”며 정보를 공유했다.

벤 구리온 공항은 현재 운영이 완전히 중단되지는 않았지만, 일부 항공편이 결항되고 있고 향후 비행 일정 역시 정확히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일주일에 세 번 이스라엘 직항편을 운항하는 대한항공은 이날 오후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관련 정세 불안정으로 이스라엘 항공편의 비정상 운항이 예상된다”고 공지했다.

한편 이스라엘 여행을 앞둔 시민들은 항공편 취소와 여행 비용 환불 등의 문제로 혼란을 겪고 있다. 여행사에 따라 일정 변경이나 환불 여부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9일 오전 여행을 위해 이스라엘로 출국할 예정이었던 A씨는 “당장 내일 새벽 출국이라 일단 여행을 취소해야만 할 것 같은데, 여행사에서 환불을 해줄지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외교 당국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등을 통해 교민 및 여행객들과 의사소통을 하며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여행사들이 현지 일정을 강행하는 문제에 대해선 심각하게 보고 있다. 현지에서는 오히려 국내에서 느끼는 정도로 위험을 인지하는 등 급박한 분위기는 아니라서 여행사에 위험 지역 방문 자제 권고 공문 등을 적극적으로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예정된 여행의 취소와 환불 문제 등에 대해선 “개별 여행사마다 비용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강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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