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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돔 뚫린 뒤 인질 사냥…이스라엘 '9·11 테러급' 충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유대교 명절을 노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새벽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 본토가 사상 초유의 대규모 피해를 입었다.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저고도 방공망 ‘아이언돔(Iron Dome)’과 정보기관 모사드의 정보력도 무용지물이었다. 1973년 이집트·시리아 등이 이스라엘을 습격한 ‘욤 키푸르 전쟁(4차 중동전쟁)’ 이후 50년 만의 일로, ‘이스라엘판 9·11 테러’란 평가까지 나온다. 이스라엘은 즉각 "하마스를 파괴하겠다"며 "전쟁"을 선언했다. 하마스의 공격을 지지했던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도 인접한 이스라엘 북부 군사시설 등을 공격하면서, 이번 싸움이 ‘5차 중동 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가자시티에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의해 건물이 화염에 휩싸여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가자시티에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의해 건물이 화염에 휩싸여 있다. EPA=연합뉴스

사상자만 4200여명, 인질 사냥도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칸 유니스 인근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파괴된 이스라엘 전차 주변에 몰려들어 있다. AFP=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칸 유니스 인근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파괴된 이스라엘 전차 주변에 몰려들어 있다. AFP=연합뉴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오전 11시 기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로 인한 사상자는 4200명이 넘는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서는 최소 300명이 숨지고 1864명이 부상했다.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이어진 가자지구에서도 사상자 수가 2000명(사망자 256명, 부상자 1788명)이 넘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유대교 명절인 ‘심챗 토라’ 연휴 첫날인 지난 7일 하마스는 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사원(모스크)의 이름을 딴 ‘알아크사 폭풍(Al Aqsa Storm)’ 작전을 개시했다. 하마스가 쏜 로켓 7000여 발은 이스라엘의 방공망 ‘아이언 돔’을 뚫고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를 비롯한 중·남부 지역을 타격했다.

하마스 전투원들은 픽업트럭과 오토바이, 모터보트, 패러글라이더 등을 이용해 이스라엘 내 20여 개 마을과 군기지에 침투했고, 이스라엘 군인 50여명과 다수의 민간인을 포로와 인질로 붙잡아 가자지구로 돌아갔다. 이와 관련, 하마스는 이스라엘 군인과 민간인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하마스 대원에 폭행 당하거나 두 손이 묶인 채 가자지구로 끌려가는 모습이 담긴 영상 등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공개했다.

습격을 당한 이스라엘은 즉각 대규모 보복을 천명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우리는 길고 어려운 전쟁을 시작하고 있다”며 “하마스가 있는 모든 곳, 숨어 있는 모든 곳, 활동하는 모든 곳을 폐허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곧바로 ‘철검(Swords of Iron)’ 작전에 돌입해 가자시티와 칸 유니스 등 가자지구 일대 하마스 관련 시설 426곳에 대규모 공습을 했다. 여기엔 10층 이상의 고층 건물도 10여채 포함됐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8일 “전날 이스라엘 남부와 가자지구에서 시작된 교전 중에 4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테러범을 사살하고, 수십명을 생포했다”고 말했다.

’피바다’ 이스라엘 축제장, ‘통곡’ 가자시티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가자지구 인근에서 이스라엘 경찰이 아이를 안은 시민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고 있다. AP=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가자지구 인근에서 이스라엘 경찰이 아이를 안은 시민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고 있다. AP=연합뉴스

양측의 충돌로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에선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7일 새벽 이스라엘 동남부 네게브 사막의 음악 축제장에선 하마스의 로켓 공격과 무장대원들의 총격을 피해 달아나던 행사 참가자 수백명이 실종됐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유대 명절인 '초막절(수코트)'을 축하하기 위해 전날 오후 11시부터 시작해 밤새 열린 야외 축제였다. 행사장은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의 접경 지대에 있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구밀도로 악명 높은 가자시티 역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거리가 텅 비었고, 병원 영안실은 전사자 시신과 통곡하는 가족들로 가득 찼다.

그간 하마스 측과 무력 충돌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였던 이스라엘은 큰 충격에 빠졌다. 사상자 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어 이번 피해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후 사상 최악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NYT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심리적 충격이 9·11 테러와 맞먹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태 여파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대적인 지상군 공격을 벌여 일시적으로 점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리처드 헥트 이스라엘 방위군(IDF) 대변인은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자지구의 통제와 안정화로 향후 12시간 동안 가자지구 전체를 통제하고 모든 테러리스트를 사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작전에 앞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7개 지역의 주민에게 대피 명령을 내리면서 전면적인 군사작전 전개를 암시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전력 공급 중단과 외부로부터의 연료 및 물품 전달도 차단했다. 이스라엘 군사전문가 요나 제레미 밥은 예루살렘포스트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침공할 수 있다”며 “8만명 예비군을 동원했던 2014년 때보다 더 많은 병력이 투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헤즈볼라도 참전, 전선 확대 조짐 

최악의 사태로 치닫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중동 주변국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헤즈볼라는 8일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국경 분쟁 지역인 셰바 농장지대의 이스라엘 초소를 "박격포로 공격했다"며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조너선 파니코프 중동국장은 “만약 헤즈볼라가 개입하면 이스라엘은 수십년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전국적 전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전쟁이 하마스를 지원해 온 이란과 이스라엘, 나아가 이란과 미국 간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 외교전문지 디애틀랜틱은 “이번 사태는 이 지역에서 1973년 4차 중동전쟁 이후 볼 수 없었던 대규모 전쟁의 시작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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