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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찰위성 7대인데 육해공 다 뚫렸다…이스라엘은 '공황상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7일(현지시간) 새벽부터 시작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례 없는 무차별 파상 공격에 이스라엘이 공황에 빠졌다. 철통 같은 방공망이라 자랑하던 ‘아이언 돔(Iron dome)’이 수천 발의 로켓탄에 무용지물이 되고, 픽업트럭·패러글라이더·모터보트 등을 이용한 비정규군 공격에 이스라엘군 정예 병력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7일(현지시간) 새벽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인 하마스가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새벽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인 하마스가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모사드’ 등 세계 최고 수준인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정보력에 구멍이 뚫린 결과여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하마스는 이런 참담한 이스라엘의 안보 붕괴 상황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실시간 전파하면서 이스라엘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하마스의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역사에서 가장 규모가 컸다. 그간 하마스는 정규군이 없는 팔레스타인 내에서 군사조직처럼 행동하며 각종 테러를 일삼아왔다. 하지만 무기 등 장비와 병력의 열세로 로켓 몇 발을 쏘는 수준의 국지적 무력시위에 그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로켓 수 천발을 동시다발로 쏘고 육·해·공 모든 방면에서 병력을 빠르게 이스라엘 영토로 진입시키는 등 철저하게 준비하고 계획한 모습이다. 이와 관련, 팔레스타인 사정에 밝은 이브라힘 달랄샤 호라이즌센터 소장은 포린폴리시에 “이번 공격은 지난 20년 동안 우리가 본 것과 다르다”며 “(하마스의) 전략적 변화이자 전환점”이라고 짚었다.

유대교 명절 새벽에 기습공격 

공격 시기와 작전명도 상징적이다. 하마스는 유대교 명절인 ‘심챗 토라(이틀간 유대교 경전인 토라를 공개적으로 읽는 기간)’가 시작되는 첫날 새벽에 공격을 시작했다. 이는 1973년 아랍-이스라엘 전쟁 당시 이집트·시리아가 유대교 명절인 ‘욤 키푸르(대속죄일)’ 아침에 기습 공격한 것과 판박이다. 전쟁 발발 50주년에 다시 같은 형태로 공격한 셈이다. 그러면서 메카·메디나와 함께 이슬람 3대 성지로 꼽히는 예루살렘의 알아크샤 사원(모스크)을 내세워 ‘알아크샤 폭풍’이란 작전명까지 붙였다. 이에 맞서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철검(Iron Swords)’으로 명명한 보복 공습 작전에 나선 상황이다.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가자지구에서 하마스가 발사한 로켓으로 피해를 입은 텔아비브에서 한 여성이 구조대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가자지구에서 하마스가 발사한 로켓으로 피해를 입은 텔아비브에서 한 여성이 구조대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하마스는 사상 처음 입체적 공격을 감행했다. 이스라엘 영지로 비처럼 로켓탄을 뿌리는 동시에 수백 명의 하마스 특공대가 픽업트럭, 오토바이 등을 타고 철책을 넘었다. 전동 모터를 단 패러글라이더 부대가 하늘에서 침투하는가 하면, 모터보트를 탄 중무장 특공대가 지중해 해안의 경계망을 뚫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핵미사일 24기(추정치), 정찰위성 7대, 전투기 347대, 병력 17만 명의 강병 국가인 이스라엘이 이같은 공격에 허무하게 무너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마스는 또 공포감을 최대한 키우기 위해 SNS를 선전 도구로 썼다. 무장 세력이 이스라엘 남부 12개 마을에서 민간인을 학살하고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장면 등을 여과 없이 실시간 공개한 것이다. 하마스의 최고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는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은) 가자지구에서 시작돼 서안지구와 해외, 우리 국민과 국가가 있는 모든 곳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상대방의 의지를 꺾기 위해 SNS를 통해 최대한 노출하는 것”이라며 “이스라엘 국민에게 자신들이 언제든 공격할 수 있고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끼게 하는 전형적인 인지전(Cognitive Warfare)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7일(현지시간) 하마스가 발사한 로켓에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한 건물이 파손돼 있다. AFP=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하마스가 발사한 로켓에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한 건물이 파손돼 있다. AFP=연합뉴스

한때 한국에서도 도입이 검토됐던 이스라엘의 저고도 대공 방어체계인 아이언 돔의 허점도 여실히 드러났다. 아이언 돔은 4~70㎞ 사거리(요격 고도는 10㎞) 내에서 단거리 로켓과 포탄 등을 차단하는 방어막으로 그간 여러 차례 실전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이번엔 수천 발의 동시다발 로켓 공격에 허를 찔렸다. 하마스는 아이언 돔의 약점을 간파하고 이란 등 우호 세력으로부터 로켓을 대거 지원받아 공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박용한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들어 로켓이나 무인기(드론) 등 첨단 무기가 보편화하고 정확도가 높아지는 측면이 있다”며 “이런 무기체계를 저비용으로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테러단체의 군사 위협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하서 이스라엘 감시망 피해 

비판의 화살은 하마스의 움직임을 사전에 포착하지 못한 모사드(해외정보)·신베트(국내보안)·아만(군사정보) 등 이스라엘 정보기관으로 쏠리고 있다. 이스라엘군 내에서 “이스라엘에 진주만 공습이 현실이 됐다”(조너선 콘리커스 IDF 국제담당 대변인)는 쓴소리가 나올 정도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은 선전포고 없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해 태평양의 미군 거점을 초토화시켰다. 이런 진주만 공습은 2001년 '9·11 테러'와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정보실패 사례로 꼽힌다.

2021년 5월 2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가자시티 거리에서 팔레스타인계 지하 조직인 사라야 알 쿠드스 여단 소속 전투원들이 '바데르 3' 로켓을 차량에 싣고 행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1년 5월 2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가자시티 거리에서 팔레스타인계 지하 조직인 사라야 알 쿠드스 여단 소속 전투원들이 '바데르 3' 로켓을 차량에 싣고 행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최첨단 정보망을 와해시킨 걸 두고는 “아날로그 수법이 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비근한 예로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미군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인편으로 서신을 주고받는 아날로그 방식을 이용했는데, 하마스 역시 지하 시설에서 이런 방식을 썼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전직 한국 정보기관 관계자는 “하마스는 과거 북한으로부터 ‘불새’와 같은 로켓을 수입하면서 땅굴 기술도 전수받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번 공격 역시 지하에 구축한 군사시설에서 오랜 기간 은밀하게 준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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