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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노점 줄 서고 올리브영 북적…사람 꽉 찼어도 유커 기다리는 명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5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다양한 먹거리를 구경하고 있다. 최선을 기자

5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다양한 먹거리를 구경하고 있다. 최선을 기자

지난 5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 오후 4시부터 리어카를 끌고 온 노점상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더니 눈스퀘어 앞 200m 남짓한 거리에 70여 개가 빼곡하게 들어섰다. 저녁이 되자 외국인 관광객들이 닭꼬치와 호떡, 새우구이, 팬케이크, 탕후루 등 다양한 먹거리를 구경하러 모여들어 발 디딜 틈 없었다. 회오리 감자를 파는 상인은 “추석 연휴 때 외국인 관광객과 국내 나들이객이 겹쳐 확실히 명동이 살아난 것을 느꼈고, 매출도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지난해까지 힘든 시기를 겪었던 ‘쇼핑 메카’ 명동에 다시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추석 연휴와 중국 중추절·국경절 연휴(9월 29일~10월 6일)가 겹치며 상인들도 특수를 누렸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자 개천절인 3일 서울 명동 거리에서 길거리 음식을 구매한 한 외국인 관광객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자 개천절인 3일 서울 명동 거리에서 길거리 음식을 구매한 한 외국인 관광객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편의점 CU 명동 인근 점포 10곳의 해외 결제(알리페이·위챗페이 등) 이용 건수는 전월 대비 97.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스파오 명동점 매출은 35% 올랐다. 의류 아이템을 5개 이상 구매해가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다.

‘K-푸드’ 인기에 이날 곳곳에서 떡볶이·어묵 같은 분식을 즐기는 외국인들이 눈에 띄었다. 지난달 말 문을 연 스쿨푸드 명동점의 조준희(41) 점장은 “명동에선 영어·중국어·일본어를 모두 표기한 메뉴판과 키오스크가 필수”라며 “연휴 기간 종일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근처 호텔에서 일찍 체크아웃한 뒤 아침 식사를 하는 일본인들을 겨냥해 다음 주부터는 오픈 시간을 앞당길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5일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한 올리브영 매장 앞을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최선을 기자

5일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한 올리브영 매장 앞을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최선을 기자

‘K-뷰티’ 대표 매장이 된 올리브영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고, 매장 앞에서 인증샷을 찍는 경우도 있었다. 소셜미디어(SNS)에서 ‘올리브영 쇼핑 하울(제품 사용 후기)’ 영상 등이 인기여서다. 지난 8월 10일부터 이달 4일까지 올리브영 명동 지역 5개 매장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배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인 매출은 10배로 뛰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최근에는 외국인 고객이 구매하는 상품군이 다양해진 점이 특징”이라며 “예전엔 마스크팩을 쓸어 담았다면, 이제는 틴트 같은 색조 상품과 아이돌이 모델인 브랜드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자 개천절인 지난 3일 서울 명동 거리가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자 개천절인 지난 3일 서울 명동 거리가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다만 중국 단체 관광객(유커)은 아직 많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일본인이 특히 많고, 동남아시아나 미국·유럽 등의 관광객도 많이 온다고 한다. 김태원 CU 명동 지역 점포 담당은 “최근 들어 명동 점포를 방문하는 외국인 고객들의 국적이 다양해졌다”며 “아이돌 멤버들이 먹은 라면 등 상품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양말을 파는 한 노점상은 “외국인 관광객이 늘긴 했지만 중국인 단체는 많이 안 보인다”며 “먹거리 노점엔 줄을 서는데, 공산품은 아직 피부로 느낄 정도로 매출이 확 늘진 않았다. 길에 사람만 많다”고 했다.

화장품 로드숍 역시 연휴 기간 유동인구가 늘어난 것을 체감하지만, 드라마틱한 매출 증가로는 이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화장품 쇼핑은 올리브영 쏠림 현상이 더 강해졌다는 얘기다. 명동 화장품 매장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유커의 방한이 허용돼 기대가 컸는데, 이번 연휴 기간 매출은 평소보다 10% 증가하는 데에 그쳤다”며 “명동 화장품 로드숍들은 유커들이 본격적으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돼 외국인 관광객들이 바로 스마트폰으로 가격을 비교해 본 뒤 비싸다며 나가버리는 경우도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조준희 스쿨푸드 명동점장이 영어·중국어·일본어가 가능한 키오스크를 소개하고 있다. 최선을 기자

조준희 스쿨푸드 명동점장이 영어·중국어·일본어가 가능한 키오스크를 소개하고 있다. 최선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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