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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노화 늦출 수 있다...내면소통 훈련법 [더,마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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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마음’ 섹션에서 여러분의 마음을 챙기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을 매주 1권씩 추천합니다. 이번 주는 『내면소통』(인플루엔셜)입니다. 우리의 마음에도 근육이 있을까요? 이 책은 뇌과학과 명상을 통해 ‘마음 근력’을 키우는 법에 관해 이야기하는데요. 지난 2월 출간해 꾸준히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책입니다. 어떤 책인지 자세히 살펴볼게요.

 『내면소통』은 어떤 책?  

이 책의 저자는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김주환 교수입니다. 대한명상의학회 고문이자 연세대 야구부 멘탈코치인데요. 관심 분야는 뇌과학과 뇌 영상 분석 기법을 이용한 내면소통과 명상의 효과라고 합니다. 명상 전문가로 미국 쿤달리니 요가 전문가과정, 조계종 출가학교, 하트스마일명상 지도자과정 등을 수료했고요. 국제 케틀벨 코치이자 대한우슈협회 우슈(태극권) 7단이라고 하네요. 12년 전, 시련이나 고난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힘에 관한 이야기『회복탄력성』(위즈덤하우스)을 펴내 주목을 받았죠.

저자는 지난 10년간 내면소통 이론화 작업을 하면서 뇌과학 이론을 공부하고, 내면소통 훈련을 기존의 명상들과 비교했는데요. ‘수년간 이 책의 원고작업을 하다 보니 커뮤니케이션 학자로서 내가 세상에 공헌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일이 ‘내면소통’이라는 개념과 이론을 정립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점점 확고해졌다’고 합니다.

오랜 연구와 훈련을 통해 766쪽에 달하는 ‘벽돌 책’『내면소통』을 결과물로 내놓았는데요. 상당히 전문적인 내용이 담겼음에도 불구하고 28쇄를 찍었어요. 탄탄한 독자층을 갖고 있는 김 교수는 유튜브 채널을 직접 운영하는데요. 실전 명상법을 전수하면서 약 15만명의 구독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참고로, 영상을 보고 책을 읽으면 책이 더 수월하게 읽힙니다.

저자는 두 가지 목표를 세우고 책을 썼다고 해요. ① 내면소통이 무엇인지 설명한 뒤 내면소통 명상이 마음 근력을 어떻게 강화하는지 밝힌다. ② 내면소통 명상 방법을 제시해 마음 근력을 향상하도록 돕는다. 두 가지 목표를 기억하며 책의 핵심을 정리해 볼게요.

배경 자아를 알아차린다  

나는 나에게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존재다. (중략) 내가 나 자신에게, 내가 내 주변 사람들에게, 나 자신이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각각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 자기조절력, 대인관계력, 자기동기력이 결정된다. (172쪽)  

저자의 강의 영상을 보면 ‘배경 자아’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책이 굉장히 두껍고 양도 많은데 그래서 핵심이 뭐냐. 뭐 어떻게 하라는 거냐. ‘배경 자아’로 돌아가라는 겁니다. 배경 자아를 알아차리라는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되느냐. 그게 가장 강력한 마음 근력을 얻는 방법입니다.”

배경 자아라는 개념이 얼마나 중요한지 감이 오지요. 책에서는 제4장에 배경 자아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요. 내가 나를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한 것은 내 안의 자아가 여러 개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아가 또 다른 자아와 소통하면서 나를 일으켜 세운다는 겁니다.

사진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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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는 세 가지로 나뉩니다.
경험 자아: 특정한 경험을 하는 자아입니다.
기억 자아: 일상적인 자아정체성을 말하는데요. 개별 자아 또는 에고라고 불립니다.
배경 자아: 경험 자아, 기억 자아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자아입니다. ‘나의 뒤에 있는 나’로 언제나 나와 함께 있죠.

예를 들어 내가 음악을 듣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경험 자아는 지금 듣는 음악이 좋다고 느끼는 자아입니다. 기억 자아는 예전에 내가 이 음악을 누구와 어디에서 들었다는 것을 떠올리는 자아죠. 배경 자아는 경험 자아와 기억 자아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자아입니다.

배경 자아는 인식의 주체이기 때문에 설명하기가 어려운데요. 늘 고요하게 존재합니다. 경험 자아와 기억 자아는 생각, 감정, 경험, 기억 같은 소음을 만들어내고요. 배경 자아는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이 흘러가는 것을 지켜볼 때, 즉 명상할 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이런 자아들이 소통하면 나는 변하게 됩니다. 나를 바꾼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의미입니다. 나를 둘러싼 세상을 바꾼다는 뜻이니까요.

내 몸과 내면소통한다 : 편도체 안정화  

내 몸이 나에게 주는 여러 가지 감각을 느끼고, 어디가 긴장되고 이완되었는지 알아차리고, 동시에 호흡이 내 몸에 가져오는 변화와 느낌들에 계속 집중하는 것이 바로 내 몸과의 내면소통이다. (428쪽)  

저자는 과학적인 명상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어왔는데요. 명상을 소개하기에 앞서 뇌과학의 원리를 설명합니다. 명상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를 과학적으로 알려주기 위해서죠. 복잡한 뇌과학의 원리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마음 근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편도체 안정화와 전전두피질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것과 특히 mPFC(내측전전두피질)를 중심으로 하는 신경망의 기능적 연결성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뇌과학을 기반으로  ① ‘내 몸과의 내면소통’을 하면서 편도체 안정화를 하는 훈련 ② ‘내 마음과 내면소통’을 하면서 전전두피질 신경망 활성화를 하는 훈련을 소개하는데요. 책의 제8장에 소개된 내용은 이렇습니다. 마음 근력을 강화하려면 mPFC 중심의 신경망을 활성화해야 하는데요. 이 기능이 잘 작동되려면 편도체부터 안정화되어야 합니다. ‘편도체는 비상사태가 일어났을 때 이를 온몸으로 알림으로써 위기를 효율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일종의 경보장치’인데요. 이러한 편도체를 안정화하려면 부정적인 정서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놀랍게도 부정적인 정서는 몸에서 비롯됩니다. 생각이 몸의 변화를 불러오고, 대뇌가 몸의 변화를 감정으로 해석해 감정인지가 일어나죠. 결국 ‘부정적 감정은 몸 상태에 관한 해석의 결과’라고 할 수 있어요. 뇌과학에서는 분노, 짜증, 우울과 같은 부정적 감정의 본질은 두려움이라고 보는데요. 두려움에서 벗어나면 부정적인 정서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답니다.

만약 부정적 정서가 습관적으로 나타난다면 해결책을 찾으면 됩니다. 편도체를 안정화하면 되죠. 편도체를 포함한 변연계는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작동하기 때문에 간접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요. 턱의 근육을 완화해 보고, 얼굴 근육을 풀어서 표정을 온화하게 하면서 뇌에 지금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신호를 주면 됩니다.

사진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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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특히 ‘호흡’을 권합니다. 저자는 ‘한번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천천히 내쉬어보라’고 하는데요. 이러한 깊은 호흡만으로도 편도체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답니다. 호흡은 ‘우리의 마음 저 깊은 곳으로 내려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죠. 이처럼 부정적 정서가 나타나면 호흡을 통해서, 몸을 통해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고 하네요.

내 마음과 내면소통한다 : 전전두피질 활성화

유교의 가르침인 측은지심, 불교의 가르침인 모든 중생을 구제하라, 기독교의 가르침인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모두 타인긍정의 핵심이며 따라서 전전두피질 신경망 활성화와 관련이 깊다. (중략) 모두 편도체를 안정화하는 효과와 관련이 깊다. (583쪽)

제10장을 보면 전전두피질을 활성화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나오는데요. 자신의 현재 상태를 되돌아보는 자기참조과정, 나와 타인에 대한 긍정적 정보를 처리하는 방법이 나옵니다.

먼저 자기참조과정을 살펴볼게요. 우리는 평소 ‘외부’의 사물이나 사건에 주의를 집중하며 살아가는데요. 자기참조과정은 시선을 ‘내부’로 향하는 겁니다. ‘지금’ 경험하고 있는 나의 느낌이나 감정에 주의를 집중하면 뇌가 자기참조과정 상태가 되는데요. 앞서 설명한 ‘배경 자아를 내 의식의 전면으로 끌어올리는 일’이 바로 자기참조과정의 목표입니다.

사진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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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참조과정 훈련은 알아차림 명상의 핵심이기도 한데요. 이러한 명상은 현재의 경험을 좋다, 나쁘다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알아차림 명상을 하려면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타인에게 이야기로 전달할 수 있는 능력 즉 객관화 능력이 필요하다고 하네요.

전전두피질을 활성화하는 두 번째 방법은 내면소통을 긍정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용서, 연민, 사랑, 수용, 감사, 존중, 연민이란 감정을 품으면서 내 안의 나를 고요하게 만드는 것이죠. 가령 용서를 생각해 볼까요. 우리는 ‘누군가를 용서하지 않는 것이 나를 위해 더 좋다’라고 여기는데요. 사실은 반대입니다. 용서하지 않으면 내가 더 큰 손해를 입죠. 저자는 이런 사실을 언급하며 다른 감정들도 나 자신의 몸과 정신을 위해서 긍정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러한 주장은 뇌과학에서 효과가 입증됐는데요. 많은 종교에서 성서, 경전 등을 통해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죠. 실제로 대상을 바라보며 연민의 마음을 갖고 호흡 한번 하는 것만으로도 뇌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난다고 하네요.

‘더, 마음’의 읽기 가이드

마음근력 훈련은 자신이 원하는 자아를 꾸준히 형성해가기 위해 그에 맞는 내면소통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다. (369쪽)  

이 책은 마음의 평온을 찾는 분이 읽으면 좋을 듯합니다. 저자는 ‘내면소통’을 하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하는데요. 무엇보다 불안과 통증에 따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고요. 감정조절력이 향상되어서 평안한 상태가 된다고 하네요. 몸도 건강해지고요. 저자는 ‘이유 없는 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고 면역력이 강화되기 때문에 신체 기능이 나아진다’고 말합니다. 마음근력 훈련 덕분에 뇌의 노화를 늦출 수 있고, 성취 역량도 좋아진다고 합니다. 학업, 업무 영역에서 다양하게 능력을 발휘하게 되죠.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 전에 만난 암 환자 분이 생각났습니다. 친척인 이 분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자리였는데요. 조카인 저에게 이렇게 당부하더군요. “살다 보면 힘들 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면 좋을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살지 못했던 것 같다”라고요. 숨을 몸에 불어 넣어서 여유를 갖고 살라는 의미였는데요. 이 책에도 비슷한 대목이 나오더라고요. 세월이 가면서 우리는 여러 일을 겪을 텐데요. 숨을 크게 들이쉬고 저자의 설명대로 고요한 배경 자아를 찾아서 내면소통을 한다면 의연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사진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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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이 저자가 내면소통을 한 결과물이라고 하니까 신뢰가 올라가는데요. 피상적인 내용이 아닌 뇌과학에 입각한 명상 훈련법을 소개해서 좋았습니다. 여러분이 배경 자아와 함께 담대하게 나아가기를 바라며 이 책을 추천합니다.

이혜민 객원기자 lhm5866@hanmail.net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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