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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할 이사, 사장 후보 한날 사퇴…혼돈의 'KBS 사장공모' 전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KBS 신임 사장 선출 계획이 난항을 겪고 있다.

KBS 이사회는 6일 오전 9시부터 30분가량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지만, 이사진 간 의견이 엇갈리며 사장 후보 선출 여부를 결정짓지 못했다. 다만 추후 사장 선출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서기석 이사장은 간담회 직후 임시 이사회 속개와 동시에 폐회를 선언했다. 현재 진행 중인 사장 후보 선정 절차가 사실상 중단된 셈이다.

서울 영등포구 KBS의 모습. 뉴스1

서울 영등포구 KBS의 모습. 뉴스1

KBS 사장 선출 계획이 순조롭지 않다는 건 지난 4일 임시 이사회 때부터 예고됐다. 당시 이사회(11인)는 최종 3인 후보에 든 박민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 이영풍 전 KBS 신사업기획부장, 최재훈 KBS 부산방송총국 기자 등을 상대로 면접평가를 진행한 뒤 최종 1인을 뽑기로 했다.

과반(6표 이상) 찬성을 얻은 후보가 없을 경우 당일 3차 결선 투표까지 진행하고, 그런데도 최종 1인이 선출되지 않을 경우 재공모하기로 했다. KBS 이사는 여야 6 대 5 구도로 여권 이사가 특정 후보에 전원 찬성할 경우 사장 후보 선출이 가능하다.

그런데 1차 투표에서 과반 찬성을 얻은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서 여권 이사진 간의 이견이 표출됐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 전 논설위원이 5표로 최다 득표를 했지만, 1표가 모자랐다고 한다. 이에 다득표자인 박 전 논설위원과 최 기자 간 결선 투표가 불가피해졌는데, 서 이사장은 야권 이사들의 반발을 뒤로하고 이사회 일정을 6일로 연기했다.

5일엔 여권 이사인 김종민 변호사가 사의를 밝혔다. 김 변호사는 박 전 논설위원에게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결선투표 절차가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자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며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같은 날 저녁 결선투표 후보였던 최 기자도 “이사회의 정파적 표결에 자괴감을 느꼈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보수 성향의 KBS노동조합 위원장 출신인 최 기자는 야권 이사들이 ‘내정설’이 도는 박 전 논설위원 선출을 막기 위해 자신에게 대거 투표한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는 “이사회 파행으로 인한 사장 공석 장기화는 김의철 전 사장이 제기한 사장 해임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이 인용될 빌미가 된다”며 “김 전 사장이 복귀하면 KBS에 미래가 없다”고 했다.

이에 박 전 논설위원이 사장 단독 후보가 됐지만, 여권 이사 간의 단일 대오가 흔들리며 이날 이사회를 개최하더라도 박 전 논설위원이 과반 찬성표를 얻기 힘들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날 이사회엔 전날 사의를 표명한 김 이사는 불참했다. 일각에선 KBS 이사회가 현재 진행 중인 사장 선정 절차를 백지화하고 재공모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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