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싸템' 만든 '동물원·화과자점' 콜라보…지방 되살리는 일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9월 19일 경로의 날을 맞아 단체로 체조를 하고 있는 일본 노인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9월 19일 경로의 날을 맞아 단체로 체조를 하고 있는 일본 노인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2014년 5월 일본 정부에 마스다 히로야(增田寬也) 전 총무상의 보고서가 올라왔다. 2040년까지 기초단체 1799곳 가운데 절반인 896곳이 인구 감소로 소멸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몇 년 후 보고서는 현실로 나타났다. 한때 일본 굴지의 탄광지였던 홋카이도 중부 유바리(夕張)시는 지방 소멸을 상징하는 기초단체가 됐다. 면적(763㎢)은 부산시와 맞먹지만, 인구는 7813명에 불과하다. 인구 감소율과 시 기준 고령화율이 전국 최고다.

2017년부터 열리는 지방창생 포럼 

한국보다 일찍 지방소멸 문제를 접한 일본이 포럼을 통해 지방창생(地方創生) 해법 찾기에 나섰다. 대학교수, 중앙·지방정부 관계자 등 전문가가 모여 토론하면서 다양한 연구·실험 사례를 공유한다. 대표적인 전문 포럼이 닛케이가 주최하는 '지방창생 포럼'이다. 지방소멸 사례가 보고 되기 시작한 2017년부터 수시로 열린다. 해당 포럼은 특정 주제를 정해 집중적으로 토론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관련기사

히가시카가와시, 동물원·화과자점 콜라보 

최근 포럼은 지난 6월 도쿄 닛케이홀에서 열렸다. 주제는 '다시 움직이는 관광비즈니스, 열쇠가 될 지방창생 인재'다. 참석자들은 "역사·문화가 살아있는 지방으로 도시와 차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패널로 나선 우에무라 이치로(上村一郞) 히가시카가와(東かがわ) 시장은 히가시카가와시가 처한 상황을 언급하면서 "'히가시카가와시 두근두근과(わくわく課)'라는 시청외 조직을 만들어 지방창생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히가시카가와시 인구는 2017년 12월 기준 3만1400여명. 이달 현재 2만8000여명으로 감소했다. 우에무라 시장은 "(우리 지역에선) 동물원과 노포인 화과자점이 '콜라보'를 통해 상품을 만들었는데, 관광객 등에게 인기를 얻는 등 지방창생 효과를 기대해볼 만하다"고 전했다.

일본 히가시카가와(東かがわ)시 홈페이지에 올려진 백호 디자인의 과자. 사진 히가시카가와(東かがわ)시 홈페이지 캡쳐

일본 히가시카가와(東かがわ)시 홈페이지에 올려진 백호 디자인의 과자. 사진 히가시카가와(東かがわ)시 홈페이지 캡쳐

히가시카가와시에는 시로토리동물원이 있다. 오래된 전통 화과자점 토모도(巴堂)도 있다. 시는 시로토리동물원에 있는 백호를 주제로 잡아, 화과자를 새롭게 디자인했다. 전통 화과자라는 틀을 깨고 청년이 즐기는 초콜릿이란 컨셉트를 적용했다. 예쁜 백호 얼굴이 그려진 과자는 입소문을 탔고 지역 대표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아라오시, 시립 디지털 도서관 개점 

디지털화가 한창인 작은 도시도 소개됐다. 구마모토(熊本) 아라오(荒尾)시다. 구마모토현 북서쪽에 위치한 아라오시는 탄광 지역이었다. 1997년 잇달아 폐광하면서 도시는 활기를 잃었다. 사람이 떠나면서 2017년 12월 기준 인구 5만5900여명. 올 8월 현재 4만8900여명으로 감소추세다. 아사다 토시히코(浅田 敏彦) 아라오 시장은 "스마트시티 추진, 디지털 사회 구축으로 '일본에서 제일 살고 싶은 마을'을 목표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일반 도서관이 아니라) 15만권 장서를 갖춘 디지털 도서관으로 탈바꿈했다"고 덧붙였다.

9월14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울산포럼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기자단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뉴스1

9월14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울산포럼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기자단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내에도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전문 포럼이 매년 한 차례씩 열리고 있다. SK그룹이 마련한 울산포럼으로 올해 2회째를 맞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울산포럼이 한국 지역 사회 문제 해결책, 새로운 방안을 찾아가는 토론의 장, 포맷으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