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일본 청년 시골로 이끈 로컬벤처…군산서도 26개 창업팀 정착 실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2019년 전북 군산에서 열린 ‘로컬라이즈 UP 페스티벌’에서 23개 소셜 벤처 기업인이 사명이 새겨진 현판을 들고 있다. [사진 SK그룹]

2019년 전북 군산에서 열린 ‘로컬라이즈 UP 페스티벌’에서 23개 소셜 벤처 기업인이 사명이 새겨진 현판을 들고 있다. [사진 SK그룹]

일본 교토의 요사노쵸는 수제 맥주 ‘아소비’로 유명하다. 이 맥주는 지역 벤처기업 ㈜로컬플래그가 이 지역 특산품인 홉을 넣어 만들었다. 해안에 방치됐던 굴 껍데기도 맥주 생산 때 활용했다. 아소비는 깔끔한 맛이 소문나면서 매출이 늘고 있다. 로컬플래그 측은 “내후년까지 10배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지방소멸의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일본의 ‘로컬벤처’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14일 SK그룹이 ‘지방소멸 극복, 청년 지역 정착 방안’ 등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울산포럼에서도 이들 사례가 소개됐다.

효고현 아와지섬은 ‘아와지 일하는 형태 연구섬 프로젝트’로 활기를 찾았다. 이 지역 전통업체를 청년이 계승해 발전시키면서다. 110년 된 국수 가게가 파스타 집이 되고, 오래된 정육점이 크로켓 가게가 되는 식이다. 청년이 중심이 돼 트렌드에 맞는 상품을 만들어 팔면서 일자리가 생겨났고, 도시 청년들이 몰렸다.

성공 사례는 또 있다. 후쿠시마현 이나와시로 호수의 수생식물 마름(바늘꽃과 한해살이 수초) 열매로 차(茶)를 만드는 ㈜이나비시다. 이 호수에서는 쌓인 마름 열매가 썩으면서 악취가 났다. 해마다 100t씩 수거해 폐기했다. 청년들이 아이디어를 내 열매로 차를 만들었는데, 반응이 괜찮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후쿠시마 벤처 어워드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청년 일자리와 환경 문제를 한 번에 해결했다.

일본은 2017년 로컬벤처랩을 설립해 지역 벤처기업을 지원해왔다. 2021년부터는 대기업도 함께한다. 정석 서울시립대 교수(도시공학)는 “청년이 행복하려면 일자리·교통망·관계망·생애주기·돌봄 등 5대 ‘영양소’가 필요하다”며 “일본은 로컬벤처의 정착으로 ‘영양소’가 잘 공급돼 성공한 곳이 꽤 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로컬벤처 실험이 시작됐다. SK E&S가 청년층 유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군산에서 2019년 로컬라이즈(Local:Rise)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6개 창업팀을 발굴해 Work(공유 오피스)·Stay(거주 지원)·Learn(코칭)·Play(페스티벌) 등 분야별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했다.

이들 창업팀은 군산에 둥지를 틀고 245개 신규제품을 개발해 SK스토어 등에 입점하는 성과를 냈다. 창업팀 중 하나인 ‘리디브’는 롯데백화점 등 주요 오프라인 매장 40곳에 입점했다. ‘봉화정꿀스틱’으로 연 매출 1억원을 올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창업팀 청년들을 직접 만나 격려하기도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