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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0억 기부 주윤발 "남대문서 밤마다 번데기 사먹었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 홍콩 배우 주윤발이 5일 부산 해운대구 KNN 시어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 홍콩 배우 주윤발이 5일 부산 해운대구 KNN 시어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 세상에 올 때 아무것도 안 갖고 왔기 때문에 갈 때도 아무것도 안 가져가도 상관없죠.”

홍콩배우 저우룬파 14년만 내한 #부산영화제 아시아영화인상‧특별전

홍콩 누아르의 스타 배우 저우룬파(周潤發, 주윤발)가 전 재산인 56억 홍콩달러(약 8100억원) 기부를 약속한 배경을 밝혔다. 5일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자신의 대표작 제목을 딴 특별전 ‘주윤발의 영웅본색’ 기자회견에 참석한 그는 기부에 관한 질문에 “기부도 아내가 한 거다. 제가 힘들게 번 돈이다”라고 농담했다. 왕년의 인기, 미담에 대해 물을 때마다 쑥스러운 듯 농담으로 답을 대신했다. “‘지금 이 순간이 진짜’란 말을 믿는다. 현재를 살고 매 순간 옆에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려 한다”면서다.

저우룬파 "두 번째 인생은 7살 마라토너죠" 

이번 내한은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과 함께 성사됐다. 2009년 ‘드래곤볼 에볼루션’ 개봉 이후 14년 만이다. “연기 50년에 이런 상을 받아 매우 신난다”며 활짝 웃었다.

28회 부산국제영화제 특별기획 '원 모어 찬스'에 출연한 배우 저우룬파(주윤발)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28회 부산국제영화제 특별기획 '원 모어 찬스'에 출연한 배우 저우룬파(주윤발)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올해 특별전엔 지극한 부성애를 담은 신작 ‘원 모어 찬스’와 함께 그를 영원한 ‘따거’(大哥‧큰형님)로 등극시킨 ‘영웅본색’(1986), 미국에서 외국어 영화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와호장룡’(2000) 등 총 3편이 상영됐다. 1980년대 홍콩영화 전성기를 이끈 저우룬파. 그러나 그런 과거에 대한 미련은 조금도 없었다.
기자회견에선 아예 자신을 일곱 살배기 마라토너로 소개했다. “중국에서 인생은 두 번의 갑자가 있는데 한 갑자가 60년이다. 두 번째 갑자에 들어선 지금은 7살”이라면서 “두 번째 인생은 마라톤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영화인이 아니고 마라토너라 할 수 있다”고 했다.

가짜 뉴스에 "건강 이상? 내달 홍콩서 마라톤 출전" 

앞서 돌았던 자신의 가짜 사망설 뉴스도 “아예 저 죽었다고 떴더라. 신경 쓰지 않는다”고 소탈하게 응수했다. 건강 염려엔 “11월 홍콩서 하프 마라톤을 뛸 건데 부산에 와서 이틀간 뛰었고 내일 오전에도 10㎞ 뛰어볼 거”라고 했다. 홍콩에서도 버스‧지하철을 이용하고 직접 시장에서 장을 보는 모습이 화제인데 정작 본인은 “다들 슈퍼스타라는데 지극히 보통의 일반인”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설명했다.

숱한 패러디를 낳은 영화 '영웅본색'의 한 장면 [사진 네이버 영화]

숱한 패러디를 낳은 영화 '영웅본색'의 한 장면 [사진 네이버 영화]

다만 “영화가 없으면 주윤발도 없다”고 영화인생을 되짚었다. “홍콩 작은 바다 마을에 태어나 10살에 도시에 나갔고 18살에 연기를 시작했죠. 공부를 많이 못 한 저에게 영화가 많은 걸 가르쳐줬죠. 어떤 것에도 비할 수 없는 행복을 줬어요. 매 영화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살았죠.”

"공부 많이 못 한 저, 영화로 인생 배워"

그는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며 ‘밀키스’ 광고로 외국 연예인 최초 CF 모델 기록도 세웠다. 홍콩영화 황금기를 한국영화가 잇는 것에 대해 “한국영화의 가장 큰 경쟁력은 자유다. 소재가 넓고 창작의 자유가 높다. 이런 이야기까지 다루는가, 놀란다”고 분석했다. 그는 홍콩영화의 침체 이유도 검열 강화에서 찾았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1997년 이후 많은 게 바뀌었다. 정부 지침을 따라야 했고 자금‧펀드 투자받기도 어려워졌다. 중국 시장이 매우 크기 때문에 해결책을 찾아 어떤 영화로 생계를 꾸려나갈지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홍콩에도 없는 주윤발의 핸드프린팅 홍콩 배우 주윤발(왼쪽)이 5일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에서 핸드프린팅을 마친 뒤 남동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홍콩에도 없는 주윤발의 핸드프린팅 홍콩 배우 주윤발(왼쪽)이 5일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에서 핸드프린팅을 마친 뒤 남동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역마다 운이 있다. 한 지역이 정체될 때 다른 지역이 더 먼 데까지 끌고 갈 수 있는 게 굉장히 좋은 일”이라며 한국 배우들이 과거 홍콩 배우들처럼 할리우드로 진출하는 현상을 기뻐했다.

"80년대 남대문서 매일 번데기 사 먹어" 

5일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에서 열린 영화 '영웅본색' 오픈토크에서 한 관객이 저우룬파(주윤발)의 모습을 스마트폰에 담고 있. 송봉근 기자

5일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에서 열린 영화 '영웅본색' 오픈토크에서 한 관객이 저우룬파(주윤발)의 모습을 스마트폰에 담고 있. 송봉근 기자

그는 한국팬에 대한 감사도 거듭했다. “한식이 잘 맞는다. 이따가 낙지 먹으러 갈 거”라 운을 뗀 그는 80년대 한국 풍광도 또렷이 기억했다. 두세 달 제주에서 촬영할 때였다. 서울을 당시 ‘한성’이라 불렀다. “다른 촬영팀은 양식 먹으러 가는데, 저는 갈비탕이 너무 좋아서 매일 김치랑 밥 말아 먹었다”며 단 하나, 적응 안 된 한국 추위를 밤마다 남대문에서 번데기를 사 먹으며 이겨낸 추억도 돌이켰다.
저우룬파는 영화제 내내 가는 곳마다 뒤돌아 객석까지 담은 ‘셀카’를 찍으며 분위기를 달궜다. 5일 자신의 특별전과 함께 마련된 오픈 토크에선 홍콩영화 전성기와 성장한 세대부터 OTT로 접한 젊은 관객, 돋보기 안경을 쓴 백발의 팬들까지 한목소리로 그를 환영했다. “한국팬들이 저를 왜 좋아하냐고요? 제가 한국 사람을 닮아서일까요?” 그의 마지막 인사는 어김없이 “한국팬, 사랑해요!”란 한국말이었다.

홍콩 배우 주윤발(저우룬파)과 앤소니 펀 감독이 5일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에서 열린 영화 '영웅본색' 오픈토크에서 팬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홍콩 배우 주윤발(저우룬파)과 앤소니 펀 감독이 5일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에서 열린 영화 '영웅본색' 오픈토크에서 팬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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