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행 "내 경력 40년, 어떻게 김건희 여사가 픽업했다 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5일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으로 장관 후보에 지명된 것 아니냐는 의혹에 관해 “여사의 도움을 받아서 이 자리에 왔다고 결단코 생각해 본 적 없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자신이 창업한 소셜뉴스(인터넷 매체 위키트리 운영사)에 대한 ‘주식 파킹’(주식을 제3자에게 맡겨놓음) 논란에 대해선 거듭 “인정할 수 없다”며 “너무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날 국회 여성가족위원회가 개최한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그가 공동 창업한 소셜뉴스를 둘러싼 논란에 야당 의원들의 공세가 집중됐다. 김 후보자는 2013년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된 뒤 회사 주식을 백지신탁하는 과정에서 본인 지분은 공동창업자인 공훈의 전 대표에게 매각하고, 남편 지분은 시누이와 지인에게 팔았다가 다시 매수해 ‘꼼수’ 매각 의혹을 받았다.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를 향해 “결과적으로 2013년에 시누이와 남편 지인에게 ‘이거(주식) 좀 갖고 있어라’ 했다가 재매입한 것 아니냐”며 “남편 지인은 ‘나중에 돈이 필요하면 다시 사주겠다는 구두 약속을 받았다’고 하고 있다. 이건 통정매매를 공모한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통정매매라고 절대로 인정할 수 없고 억울하다”며 “(매각 대상이) 직계존비속이 아니고 위법 사항이 없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이와 같은 주식 매각 방법이 적절했다고 보느냐는 이 의원 질의에 “지금 생각해도 그 방법 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3.10.05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3.10.05

김 후보자는 위키트리가 성차별적·선정적 보도를 일삼았다는 지적에는 “이게 지금 대한민국 언론의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성범죄 사건을 자극적으로 보도한 위키트리 기사 제목을 열거하며 “후보자는 이런 기사들로 혐오장사를 해서 100억대 주식 재벌이 됐다”며 “돈을 벌기 위해서는 여성 인권이든, (성범죄) 2차 피해든 크게 개의치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사실 부회장은 기사를 직접 안 본다. 그렇다고 면책하겠다는 얘기는 아니고 저도 부끄럽다”면서도 “대한민국의 큰 언론사도 (언론중재위원회 시정권고 순위) 1~3위에 다 들어간다. 그래서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언론사라고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위키트리를 활용해 코인을 벌었다는 주장도 제기됐으나 김 후보자는 “저는 코인쟁이가 아니다”라고 했다. 문정복 민주당 의원은 “위키트리가 생성한 기사를 스팀잇이라는 곳에 넣고 어마어마하게 스팀달러(코인)를 받았다”며 “코인 지갑을 공개하라”고 말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우리 회사는 스팀잇과 코인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그렇게 얘기하지 말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김건희 여사의 회사 코바나컨텐츠와 위키트리가 전시회를 여러 차례 공동 주관한 것을 두고 불거진 친분설도 김 후보자는 적극 반박했다. 그는 자신의 정치 이력을 나열하며 “제가 언론과 정당, 정치권에서 거의 40년을 활동했는데 어떻게 여사가 저를 픽업해서 이 자리에 갖다놨다고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저는 (전시회 당시) 여사를 몰랐다”며 “그분이 그간 했던 전시에 민주당 의원들이 엄청나게 많이 갔더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린 5일 오전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 도중 음성이 포함된 동영상을 공개한 것과 관련 정경희 국민의힘 여가위 간사(오른쪽)와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린 5일 오전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 도중 음성이 포함된 동영상을 공개한 것과 관련 정경희 국민의힘 여가위 간사(오른쪽)와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여당은 김 후보자 비호에 적극 나섰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김 후보자가 여사와의 친분으로 지명됐다는 야당의 의혹 제기에 “노무현 정부 당시 정상명 검찰총장은 권양숙 여사를 ‘형수님’이라고 불렀다. (야당 주장은) ‘형수님’으로 부른 덕분에 검찰총장 됐다는 얘기와 똑같다”며 “‘김건희 찬스’라는 얘기는 (야당의) 내로남불”이라고 말했다.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여성이 강간을 당해도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느냐”며 김 후보자의 과거 발언 논란에 해명 기회를 줬다. 김 후보자는 과거 한 방송에서 “낙태(임신중지)가 금지된 필리핀에서는 한국인 남자들이 필리핀 여자를 취하고 도망쳐도 아이를 다 낳는다”며 “남자가 도망갔거나 강간을 당했거나 어떤 경우라도 여자가 아이를 낳았을 적에 우리가 부드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톨러런스(tolerance·관용)가 있으면 여자가 어떻게 해서든 키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김 후보자는 이같은 발언에 대해 “사회적 관용이 바뀌지 않으면, 법과 제도가 아무리 지원해도 아이를 키울 수 없다”며 “어떤 식으로든 태어난 아이를 우리 사회가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베이비박스 유기 등이 발생한다. 이런 의미에서 ‘톨러런스’를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선 여야가 고성과 막말을 주고받았다. 여당 간사인 정경희 의원이 “국무위원이 될 후보자인데 답변을 틀어막으면서 끼어들지 말라고 하면 왜 불렀냐”며 문정복 민주당 의원의 질의 방식을 문제삼으면서다. 이에 문 의원이 “어떻게 의원이 발언하는 것을 가지고 가타부타하느냐”고 따지자, 정 의원은 “기본적으로 예의를 지키라”고 맞받았다. 이 과정에서 정 의원이 “야”라고 문 의원을 칭했고, 여야 의원들은 “많이 컸다” “조용히 해” 등 고성을 주고받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