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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선 '다음 접속' 막혔는데, 中응원 2900만건…與 강경 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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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포털사이트 ‘다음’의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응원페이지 여론조작 의혹과 관련해 해외 IP를 통한 매크로(자동화 프로그램) 조작 정황이 포착됐다. 다음 운영사인 카카오는 4일 한국-중국 남자 축구대표팀의 아시안게임 8강전(지난 1일) 당시 네덜란드와 일본의 2개 IP에서 1989만 건의 매크로를 활용한 응원 클릭이 있었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수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으로부터 이런 내용의 현안 보고를 받고 “가짜뉴스는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사회적 재앙”이라며 “과거 드루킹 사건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신속하게 꾸려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런 것을 방치하면 바로 국기 문란 사태가 된다”며 “매크로 기술을 동반해 선거 때나 긴급 재난 시 금융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주는 사태로 일어나면 큰일”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서 ‘차이나 게이트’ 의혹까지 제기한 이번 사건은 지난 1일 한국 축구대표팀이 중국을 2대 0으로 꺾은 뒤 벌어졌다. 당시 다음 응원페이지엔 총 3130만 건의 클릭 응원이 있었다.

중국선 다음 접속 안되는데 중국 응원 2919만건…“이례적”

그런데 그중 중국 응원이 2919만 건(93.2%)으로 한국 응원 211만 건(6.8%)보다 압도적으로 많아 논란이 됐다. 중국은 다음 접속이 차단된 국가다.

논란이 커지자 카카오는 한·중 8강전 응원페이지 3130만 건 클릭 가운데 2294만 건에 대해 IP 주소를 긴급히 확인했다. 그 결과 네덜란드 1개 IP에서 1539만 건이, 일본 1개 IP에서 449만 건이 각각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는 “경기 직후 이용자가 적은 심야시간대에 2개 IP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만들어낸 이례적 현상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서비스 취지를 훼손시키는 중대한 업무방해 행위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응원 클릭이 실제 네덜란드와 일본에서 발생한 것인지, 혹은 중국이나 북한 등에서 시작돼 단순히 두 나라 인터넷을 경유한 것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카카오는 “클릭 응원이 로그인이나 횟수 제한 없이 가능해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왜곡 가능한 구조를 알면서도 방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위원장은 국무회의에서 “국민 75% 이상이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하고 있다”며 “여론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면서도 사회적 책임을 방기한 채 여론을 왜곡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과 같다”고 질타했다. 실태 조사를 통한 엄중한 제재 필요성도 언급했다. 방통위는 범부처 TF를 꾸려 재발 방지 및 관련 법안 마련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에선 정부가 “국기 문란·사회적 재앙” 등의 표현까지 쓰며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을 두고 ‘드루킹 여론조작의 트라우마’ 때문이란 말도 나온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린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2017년 19대 대선 기간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8800만 건의 온라인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징역 2년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조작에 취약한 포털의 약점이 또다시 드러났다”며 “확실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총선에서 어떤 일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 아니냐”고 말했다. 박성중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특정 반국가세력들이 포털을 기점 삼아 광범위한 여론조작을 하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라며 “매크로 조작 행위 등은 드루킹처럼 여론을 조작하는 데 쓰이는 교묘한 도구들”이라고 말했다. 여당 내에선 댓글 국적표기법 등 관련 입법도 추진 중이다.

야당은 ‘포털 옥죄기’라고 반발했다. 최민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스포츠 경기에서 중국 응원 비율이 높았다는 이유만으로 여론조작 운운하는 것은 호들갑”이라며 “포털을 검열하고 여론을 통제하기 위한 억지 근거로 삼으려는 속셈”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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