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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이었다면 눈물났을 텐데…" 정규시즌 우승한 염경엽 감독의 멋쩍은 웃음

중앙일보

입력

정규시즌 우승을 이끈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 연합뉴스

정규시즌 우승을 이끈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 연합뉴스

"실감이 안 나네요."
염경엽(55) LG 트윈스 감독은 4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싱글벙글했다. LG는 전날 경기가 없었지만 2위 KT 위즈와 3위 NC 다이노스가 패해 페넌트레이스 1위를 확정지었다.

다만 마음껏 분위기를 즐길 순 없었다. LG 선수단은 당시 부산으로 이동 중이었다. 염경엽 감독은 우승이 확정될 당시 선수단과 따로 이동하고 있었다. 염 감독은 "우승 확정하고 (김)현수한테 전화가 오더라. 스피커폰으로 야수조 버스에서 '감독님 축하합니다'라는 인사를 받았다. 버스를 탔다면 분위기가 났을텐데 실감이 나지 않았다. 잠실에서 팬들 앞이었다면 눈물도 났을텐데…"라고 웃었다.

염경엽 감독이 사령탑으로서 여섯 시즌을 치렀지만 정규시즌 우승은 처음이다. 염 감독 스스로도 "한 번은 하고 물러나고 싶었다"고 말할만큼 큰 목표였다. 염경엽 감독은 "야구장에서 1위를 확정했으면 펑펑 울었을 거다. 그런데 눈물 한 방울 안 나더라. 차 안에서 하니까 실감이 안 났다"고 미소지었다.

염경엽 감독은 "어제 도착해서 숙소에서 코치들과 가볍게 샴페인을 터트렸다. 서울에서 팬들과 함께한다면 감동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는 4일 경기 뒤 현수막과 우승 티셔츠, 모자로 가볍게 기분을 낸 뒤 홈 최종전에서 근사한 세리머니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규시즌 9경기를 남겨두고 1위를 확정지었지만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염 감독은 "1년을 돌아보면 감독 생활 전체에서도 힘든 시즌 중 하나였다. 4월 말에 김윤식, 이민호, 강효종 선발 카드를 썼는데 실패라는 걸 느꼈다. 나는 빨리 판단하는 편인데 두 갈래길이 보였다. 여기서 못 버티면 4~5위에 머무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되돌아봤다.

그래도 LG는 강한 타선을 바탕으로 고비를 넘겼다. 염 감독은 "그 시기에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던 건 선수들 덕분이다. 지고 있어도 선수들끼리 '뒤집을 수 있어. 원찬스야'라고 말했다. 내가 얘기하지 않다고 선수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결국 야구는 선수들이 한다. 똘똘 뭉쳐 있고 성적을 내야 한다는 목표의식이 있다는 걸 느꼈다. 내게 큰 힘이 됐다"고 했다.

후반기엔 11승을 거둔 애덤 플럿코가 부상으로 이탈했다. 그러나 최원태를 트레이드하면서 빈 자리를 메웠다. 최원태의 성적(9경기 3승 3패 평균자책점 6.70)이 좋았던 건 아니지만, 확실한 선발카드 영입이 팀 분위기엔 도움이 됐다.

염 감독은 "1위를 지키느냐가 걸린 기로에서 원태가 트레이드로 오면서 플럿코 자리를 채웠다. 선발이 없다고 생각하면 다른 선수들에게까지 영향이 갔을 것이다. 그때부터 이정용이 살아나고, 김윤식과 이지강까지 해줬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끝난 게 아니다. 한국시리즈 우승이 남아있다. 염 감독은 당분간 선수들에게 휴식을 많이 줄 생각이다. 염 감독은 "포수 박동원은 내일부터 쉰다. 켈리와 최원태도 1군 명단에서 제외한다. 김진성은 본인에게 선택하게 한다"고 말했다. 정규시즌 종료 이후엔 청백전으로 마지막 점검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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