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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8㎞ 충돌, 우주선 긴급대피도…美 '쓰레기 위성'에 2억 벌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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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최근 미국 당국이 제대로 폐기하지 않아 ‘우주 쓰레기’가 된 인공위성에 대해 벌금을 부과했다. 1957년 인류가 인공위성을 발사해 우주개발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우주 쓰레기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었다. 현재 우주에서 활동 중인 위성이 6000개 이상인 만큼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영화 '승리호'에 등장했던 우주 쓰레기의 모습. 사진 메리크리스마스

영화 '승리호'에 등장했던 우주 쓰레기의 모습. 사진 메리크리스마스

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전날 미국의 위성방송국 디쉬 네트워크(Dish Network)에 대해 인공위성의 잘못된 폐기를 이유로 15만 달러(약 2억원)의 벌금을 물렸다. 문제가 된 위성은 디쉬 측이 2002년 쏘아올린 에코스타 7(EchoStar VII) 정지궤도 통신위성이다.

이 위성은 지난해 2월 수명을 다해 '위성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폐기궤도(위성 간 충돌 가능성이 낮은 안정적인 고도)로 상승하는 과정에서 연료를 모두 소진했다. 그 바람에 당초 정지궤도에서 300㎞ 상공으로 이동하려던 계획이 차질을 빚어 약 122㎞ 상공에서 멈춰 서버렸다.

이와 관련, FCC는 성명을 통해 “위성 운영이 보편화하고 우주 경제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사업자가 약속을 준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에코스타 7의 경우) 면허 조건에서 요구하는 고도보다 훨씬 낮은 궤도에 폐기한 사실이 밝혀져 벌금 납부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FCC 측은 또 “더 낮은 고도에 장비를 폐기하는 것은 (다른 위성들에)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이번 조치는 우주 쓰레기에 대한 강력한 집행 권한과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속 8㎞로 위협하는 우주 쓰레기

미 당국이 '채찍'을 꺼내 든 건 우주 쓰레기 문제가 그만큼 심각해서다. 우주 공간에는 지난 66년간 버려진 인공위성과 우주선, 로켓 부품, 페인트 조각 등이 무수히 많이 떠다니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지구 궤도에만 직경 1~10㎝ 크기의 파편이 50만 개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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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파편은 초속 약 8㎞의 속도로 이동하기 때문에 위성이나 우주선에 부딪힐 경우 심각한 상황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2021년 러시아군이 버려진 위성을 폭파하는 과정에서 생긴 파편 파도가 국제우주정거장(ISS)을 위협해 우주비행사들이 긴급 대피했다. 특히 최근 위성항법장치(GPS), 기상예측 등 실생활에 위성을 활용한 첨단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우주 쓰레기는 전 지구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안보 위협도 초래할 수 있다. 핵·미사일 감시와 미사일 방어체계(MD) 가동, 첩보 등에 필요한 군과 정보기관의 우주 역량을 일순간에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 국방부는 우주상에서 4만 개가 넘는 주먹 크기 이상의 파편을 추적 감시하고 있다. 하지만 “추적할 수 없는 작은 물체가 최소 10배 이상 많은 상황”(데이비드 톰슨 미 우주사령부 부사령관)이란 우려가 나온다.

로봇팔을 갖춘 우주쓰레기 처리 위성의 개념도. 사진 유럽우주기구

로봇팔을 갖춘 우주쓰레기 처리 위성의 개념도. 사진 유럽우주기구

미 국방부는 올해 초부터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에 초기 개발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Orbital Prime)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일본 기업인 아스트로스케일 등이 참여한 상태다. 그러나 우주 정화 사업이 본격화되더라도 미사일로 위성을 파괴하는 시험 등을 진행하는 러시아, 중국 등이 협조하지 않으면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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