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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420만원 과외받은 마사회, 경영지표 비슷한데 D→B등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경기 과천시 경마장 '렛츠런파크서울'에서 경마 경기가 진행되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경기 과천시 경마장 '렛츠런파크서울'에서 경마 경기가 진행되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마사회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해 외부 컨설팅에 수천만원대 고액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이 마사회에서 받은 ‘기관 경영평가 컨설팅 관련 예산집행 내역’에 따르면 마사회는 올해 1~5월 민간 컨설팅업체 3곳에서 컨설팅을 받았다. 각각 경영실적보고서 품질향상(550만원), 실사대비(1000만원), 계량지표 대응(1870만원) 목적으로 총 3420만원이 지출됐다.

기관 경영평가는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공기업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한다. 공기업인 마사회는 2021년 E등급(아주 미흡), 지난해에는 D등급(미흡)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6월에는 B등급(양호)을 받았는데, 부채비율 등 각종 경영지표는 큰 변함이 없어서 여권에서는 ‘고액 과외성’ 컨설팅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4월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4월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마사회는 지난해 6월 경주마가 뒤바뀐 채 경기가 진행돼 3억원대 베팅금액 환불사태가 벌어졌다. 또한 정기환 마사회장 등 경영진은 별도 시설에서 승마교육을 받으며 480만원 어치 고가 장비를 무료로 사용하는 등 ‘황제승마’ 논란도 빚었다. 안병길 의원은 “농림부 산하의 다른 공기업은 컨설팅을 아예 받은 적이 없거나 훨씬 적은 비용을 지출했다. 마사회가 수천만원대 예산을 컨설팅에 쓴 것은 비정상적”이라며 “각종 논란을 무마하기 위해 예산을 투입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특히 마사회는 경영평가 위원을 별도로 접촉해 면담을 목적으로 식사 자리를 가지기도 했다. 안 의원이 마사회에서 제출받은 ‘기관 경영평가 관련 법인카드 사용 내역’에 따르면 ‘경영평가 위원과의 면담’ 등의 항목으로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55차례, 526만원이 식당·카페 등에서 지출됐다. 예를 들어 올해 2월에는 XX장어집에서 9만8800원이, 6월에는 OO참치집에서 41만2000원이 결제됐다. 인원이 기재되어 있지 않아 정확한 내역을 알 수는 없지만 만약 경영평가 위원 1명당 3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음식을 제공했다면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게 안 의원 시각이다.

정기환 마사회장이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정기환 마사회장이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정기환 회장은 문재인 정부 말기인 지난해 2월 임명돼 ‘알박기 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농민연대 등 시민단체에서 활동한 정 회장은 2017년 19대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농민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지난해 회장직에 공모할 때는 자기소개서에 마사회 적폐청산위원장 경력을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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