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뚜껑 여니 일본 ‘불황형 흑자’…엔테크 시들해졌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올여름 엔화 약세 흐름에 힘입어 인기를 끌었던 일본 주식 투자, 일명 ‘엔테크’가 최근 시들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의 일본 주식 순매수액은 8412만 달러(1137억원)로 전월 대비 23.8% 감소했다. 올해 순매수액이 가장 많았던 7월(1억5388만 달러)과 비교하면 45.3% 줄었다. 올해 들어 일본 주식 투자는 앞으로 엔화 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익과 일본 경기 개선에 따른 주가 상승 기대로 크게 늘었지만, 이 같은 흐름은 한풀 꺾인 모습이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일본 주식 투자가 주춤해진 건 일본의 경기 전망이 시장 예상보다 밝지 않아서다. 일본은 지난 2분기 1.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런 추세를 가정한 연간 성장률은 6%로 시장전망치(2.9~3.1%)를 두 배가량 웃돈다.

그러나 개별 경제지표로 본 경기 전망은 밝지 않다.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 소비는 지난 2분기에 전 분기 대비 0.5% 감소했다. 기업의 설비투자 역시 0.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2분기 일본의 산업생산은 전 세계 제조업 경기가 악화하면서 정체된 가운데, 실질 임금이 2~4% 줄면서 실질 소비 역시 둔화했다”며 “일본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2분기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지만, 내수 경기 위축을 동반한 ‘불황형 흑자’가 배경에 깔렸다”고 설명했다.

일본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엔테크’를 주춤하게 한 원인으로 꼽힌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세가 지속할 경우, 일본은행(BOJ)이 인위적으로 눌러 온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10년 이상 완화적 통화 정책을 고집한 일본이 기존 정책 기조를 바꿀 경우, 의도치 않은 엔화가치 상승과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