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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 사기혐의 트럼프, 안나가도 될 재판 굳이 나간 '2가지 속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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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대출' 의혹으로 고소 당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법정에 직접 출석해 재판이 자신을 향한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뉴욕주(州) 검찰은 그가 은행 대출을 유리하게 받기 위해 부동산 가치를 부풀렸다고 그를 고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민사 재판 출석 전 취재진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민사 재판 출석 전 취재진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민사 재판 출석한 트럼프 “역사상 최대 마녀사냥”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뉴욕시 맨해튼 지방법원에 출석하기 직전 취재진에게 이번 재판을 “역사상 최대의 마녀사냥”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향해 민사소송을 제기한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을 비난했다.

그는 “인종차별주의자인 제임스 장관이 뉴욕주지사에 출마하기 위해 자신을 이용하고 있다”라면서 ‘정치적 복수’라고 표현했다. 이번 재판이 "사기(scam)"이자 "엉터리(sham)"’라고 주장했다.

이번 재판은 제임스 장관이 지난해 9월 뉴욕주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10년(2011~2021년) 이상 뉴욕의 트럼프 타워, 최고급 아파트, 골프장 등 다수의 자산 가치를 22억 달러(약 3조원) 부풀려 은행에 보고했다는 내용이다.

뉴욕에 위치한 트럼프 타워의 가치를 3배나 높게 친 3억 2700만 달러(약 4400억원)로 과장하는 수법으로 은행 대출을 쉽게 받았다는 것이다. 뉴욕의 저택, 골프장, 플로리다의 개인 별장인 마러라고 리조트 등 다수의 자산 가치도 부풀렸다고 뉴욕주 검찰은 판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민사 재판 일정이 끝난 뒤 취재진과 이야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민사 재판 일정이 끝난 뒤 취재진과 이야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회사 ‘트럼프’의 브랜드 가치를 코카콜라에 빗대며 자산 가치가 제대로 책정됐다고 항변했다. 그는 재판 전 취재진에게 “나는 내 최고의 자산인 브랜드를 장부에 반영하지도 않았다”라면서 “내 회사는 세계 곳곳에 엄청난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사 재판이라 출석할 의무는 없는데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직접 출석했다. 이를 두고 정치 탄압을 받는다는 이미지를 부각하는 동시에 패소할 때 입게될 막대한 재정적인 타격을 염려하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왔다. 재판 결과에 따라 뉴욕주 내에서 영구적으로 사업할 권리를 상실할 뿐 아니라 2억 5000만 달러(3400억 원)에 이르는 벌금을 내야 한다.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 타워 사업권도 잃게 될 수 있다.

약식 재판에서 ‘일부 유죄’…트럼프 “불량 판사”

외신들에 따르면 재판은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다. 재판을 맡은 맨해튼 지방법원의 아서 엔고론 판사는 정식 재판 전인 지난달 26일 열린 약식 재판에서 피고가 자산 가치를 부풀리는 사기 행각을 벌였다는 일부 혐의를 인정했다. 약식 재판에서 엔고론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욕주 보유 부동산에 통제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명령하기도 했다.

취재진과 이야기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취재진과 이야기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량 판사(rogue judge)가 자산의 실제 가치 중 일부만 인정한 채 결정을 내렸다”라며 “자격을 박탈해야 할 판사”라고 비판했다. 뉴욕주 법에 따라 제기된 이번 민사 재판은 배심원단 없이 엔고론 판사가 사실관계 판단과 사법적 판단을 모두 내리게 된다. 이날 법정 피고석에 앉아 재판을 지켜본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팔짱을 낀 채 때때로 찡그린 표정을 지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날 첫 일정을 개시한 정식 재판은 오는 12월까지 열린다. 현지에선 약식 재판에서 예비 결론이 나온 만큼 예정보다 일찍 재판이 마무리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재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받는 형사재판 4건과 별개의 민사 사건이나, 몇몇 전문가들은 이 재판이 오히려 트럼프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제임스 샘플 호프스트라대 법학과 교수는 로이터통신에 “감옥에 수감될 가능성이 있는 형사 재판보다 트럼프가 더 관심을 쏟는 건 주머니 사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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