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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바이든에 9%P차 우세…"튀는 조사? 바이든 위기 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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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2024년 미국 대선에서 재대결 가능성이 예상되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중앙포토

2024년 미국 대선에서 재대결 가능성이 예상되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중앙포토

‘바이든 46% 대 트럼프 46%’(NBC), ‘바이든 42% 대 트럼프 51%’(ABCㆍWP)

미국의 차기 대선을 앞두고 24일 (현지시간) 나란히 공개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상 양자대결 여론조사 결과다. 한쪽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접전 양상인 두 사람의 지지율 흐름을 보여주는 반면 다른 한쪽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차범위 밖에서 상당한 격차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박빙 형국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조사에서 ▶46% 대 48%(폭스뉴스, 9~12일 조사) ▶47% 대 46%(퀴니피액대, 7~11일 조사) ▶46% 대 47%(CNN, 8월 25~31일 조사) ▶46% 대 46%(WSJㆍ8월 24~30일) 등 경합 양상을 보여 왔다.

WP “트럼프 크게 앞선 결과, 이상치 가능성”

이런 흐름을 감안하면 트럼프가 바이든에 9%포인트라는 격차로 앞선 것으로 나온 ABCㆍWP 여론조사 결과는 분명 눈에 띈다. 지난 15~20일 미 전역의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조사(오차범위 ±3.5%)가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면 접전 양상이던 두 사람의 지지율 흐름이 한쪽으로 기우는 구도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다.

다만 WP는 이날 여론조사 결과를 전하면서 “트럼프가 바이든을 큰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 조사 결과는 최근 이뤄진 다른 조사들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이는 이상치(outlier)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언론사가 자체 조사 결과에 대해 ‘일반적인 조사와 다른 이상치’일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알린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에 트럼프 캠프의 제이슨 밀러 대변인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글을 통해 “WP는 자사 조사 결과를 스스로 먹칠하고 있다”고 조롱했다. 하지만 WP와 함께 여론조사를 실시한 ABC도 “다른 조사치에서는 트럼프와 바이든이 접전을 보인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 결과를) 면밀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신중한 톤을 유지했다.

“독한 질문 먼저 제시…변수될 수 있어”

ABCㆍWP 조사 결과에 대해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일단 바이든 대통령이 위기 상황이라는 건 분명하다고 봤다. ABCㆍWP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37%로 상당히 저조했으며,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미국 정부가 보내는 지원에 대해서도 ‘너무 많이 한다’는 부정적 응답이 41%로 나왔다. 올해 2월 1일 같은 조사에서는 해당 응답이 33%였고 2022년 4월 조사에서는 14%에 그친 것에 비하면 꽤 높아진 수치다.

또 공화당 내 일부 강경파의 반발로 10월 1일부터 시작되는 2024 회계연도 예산안 처리가 미뤄지면서 연방정부 업무의 ‘셧다운’(일시 중단)이 우려되는 가운데 ‘정부 셧다운 시 바이든 정부와 여당 책임이 더 크다’는 답변이 40%로 ‘공화당 책임이 더 크다’는 답변(33%)보다 높았다. 2013년 10월 연방정부 셧다운 책임에 대한 질문 때는 ‘오바마 정부 책임’을 꼽은 답변이 29%에 그친 반면 ‘공화당 책임’을 꼽은 응답자가 53%로 훨씬 많았다.

폴리티코는 “이런 부정적 정서는 실재하며 바이든이 직면한 도전임을 보여준다”면서도 “질문 순서가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수는 있다. 이런 독한 질문들이 먼저 제시되면서 바이든 지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또 여론조사 종합 사이트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나타난 최근 여론조사 평균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1.1%포인트라는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는 점을 들어 ABCㆍWP 조사 결과가 ‘이상치’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바닥 민심은 비슷…바이든 고령 우려 커

ABCㆍWP 조사와 NBC 조사 결과가 단순 지지율 면에서 뚜렷한 대조를 보이지만 조사 내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일관된 밑바닥 민심은 감지된다.

먼저 바이든 대통령의 인기가 갈수록 시들하다는 점이다. 두 조사 모두 국정 수행 지지도가 떨어져 최저치를 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BCㆍWP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37%를 기록했는데 이는 2021년 4월 이후 같은 조사에서 최하위(2023년 5월 36%)에서 두 번째다. 지난 15~19일 미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NBC 조사(오차범위 ±3.1%)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직무 수행은 긍정평가가 41%인 반면 부정평가가 56%로 같은 기관 조사에서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럼프의 나홀로 독주 구도는 갈수록 굳어지는 양상이다. ABCㆍWP 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물음에 트럼프를 꼽은 응답자가 54%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15%)를 39%포인트 차로 압도적으로 앞섰다. 지난 5월 같은 조사에서는 트럼프 43%, 디샌티스 20%로 격차가 23%포인트였다. NBC 조사에서도 공화당 지지자 가운데 트럼프를 가장 선호한다는 답변이 59%로 디샌티스(16%)를 43%포인트 차로 앞섰고, 이 역시 지난 6일 같은 조사 때 둘의 격차(28%포인트, 트럼프 51%ㆍ디샌티스 22%)보다 벌어지는 흐름이었다.

이와 함께 바이든(80) 대통령의 고령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민주당 대선후보로 다른 인물을 원한다는 여론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NBC 조사에서 ‘연임 시 바이든의 고령과 정신건강이 우려되느냐’는 물음에 74%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같은 질문에 트럼프(77)에 대해서는 ‘우려된다’는 답변 비율이 62%였다. ABCㆍWP 조사에서 바이든의 재출마를 원한다는 답변 비율은 ▶2022년 9월 35% ▶지난 5월 36% ▶9월 33%로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다른 사람을 희망한다’는 답변 비율은 56%→58%→62%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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