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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단 장악' 무법천지된 아이티…안보리, 다국적 경찰 1000명 투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갱단이 장악한 카리브해의 섬나라 아이티에서 다국적 경찰 1000명을 투입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가장 강력한 갱단 연합체인 'G9과 가족' 갱단원들이 지난 9월 19일 포르토프랭스 거리를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가장 강력한 갱단 연합체인 'G9과 가족' 갱단원들이 지난 9월 19일 포르토프랭스 거리를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안보리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공식 회의를 열고 케냐가 주도하는 다국적 안보 임무를 승인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다국적 경찰은 아이티의 공항·항구·학교·병원 등 주요 인프라를 보호하고 아이티 경찰과 함께 '표적 작전'을 수행하게 됐다. 다국적 경찰은 약 1년 동안 배치될 예정으로, 아직 정확한 배치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앞서 지난해 10월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는 국제사회에서 전문화한 치안 인력 배치를 요청했고, 지난 7월 알프레드 무투아 케냐 외교부 장관이 아이티에 경찰관 1000명 지원 의사를 밝혔다.

이번 안보리 결의로 다국적 경찰 투입은 케냐가 주도하고, 바하마·자메이카 등 다른 국가도 경찰을 파견하기로 했다. 미국은 경찰력 대신 1억 달러(약 1359억원)를 제공할 뜻을 밝혔다. 장 빅토르 제네우스 아이티 외무장관은 "단순한 투표를 넘어 실제로 고통받는 국민에 대한 연대의 표시"라면서 "오랫동안 고통 받은 국민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이라고 했다.

이번 결의안은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중 13개국의 찬성을 얻었다. 중국과 러시아는 기권했다. NYT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 간의 분열로 안보리가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면서 "이번 결의안 통과는 안보리가 행동에 나설 수 있었던 매우 드문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아이티 지원에 적극적인 케냐 등 아프리카와 경제·군사·정치적으로 강력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안보리가 다국적 경찰이나 제3국 병력을 분쟁에 개입하도록 승인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NYT는 전했다. 앞서 지난 2007년 안보리는 아프리카 연합의 군대가 테러리스트 그룹과의 전투를 돕기 위해 소말리아에 진입하는 것을 승인한 바 있다. 

아이티는 최근 수년간 갱단 간 분쟁으로 무법천지가 됐다. 특히 지난 2021년 조브넬 모이즈 당시 대통령이 자신의 숙소에서 암살당한 이후 선거가 치러지지 않으면서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 15일까지 아이티에선 최소 2439명이 사망했고, 951명이 납치됐으며, 902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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