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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링젤리·통통이약과, 지나칠 수 없지…초등생 ‘참새방앗간’ 된 이곳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동작구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김모(9)양은 최근 학원 수업이 끝나자마자 친구와 함께 같은 건물에 있는 편의점에 들른다. 매장 안 테이블에서 간식을 먹으며 수다를 떨다 새로 나온 신상품 젤리까지 구경하면 20분이 금세 지난다. 김양은 “(편의점은) 볼거리가 많아 재미난 곳”이라며 “배가 고플 때는 컵라면을 먹는데 요즘은 튀김우동이 제일 맛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초등학생 박모(10)양 역시 일주일에 한두 번은 편의점에 간다. 박양은 “용돈으로 받은 현금으로 과자나 젤리를 산다”며 “캐릭터 굿즈가 들어 있는 사탕이 ‘최애(가장 사랑하는)’ 간식”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GS25에서 초등학생들이 다양한 젤리를 구경하고 있다. 사진 GS리테일

편의점 GS25에서 초등학생들이 다양한 젤리를 구경하고 있다. 사진 GS리테일

“사라진 문구점 대신 찾아”

편의점이 초등학생들의 ‘참새방앗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2일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초등학생을 포함한 10대 고객 비율은 지난 8월 기준 2.1%로 2021년 0.8%에서 세 배 가까이로 늘었다. 어린 학생들이 주로 찾는 완구류와 문구류의 올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대비 각각 43.8%, 27.8% 늘었다. 지난해 추석 명절 연휴(9월 9~12일)에 전주 대비 완구류 매출이 114.4% 증가하는 등 손주·조카를 맞는 명절에는 완구 수요가 더 높다.

CU의 10대 매출 비중 역시 2019년 3%에서 올해 1~3분기 5.5%로 커졌다. 세븐일레븐은 13세 이하 매출 비중이 2021년 전년 대비 20%, 지난해 전년 대비 40% 늘었다고 밝혔다. 올해(1월 1일~9월 26일) 역시 전년 대비 25% 성장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다양한 상품을 팔면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편의점이 사라진 학교 앞 문구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과 문구 업계에 따르면 전국 문구점 수는 2012년 1만4731개에서 2019년 9468개로 줄었으며 현재는 8000여 개만 운영 중이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우리카드에 따르면 12~14세 체크카드 회원은 주로 편의점(23.6~35%)에서, 15~18세는 온라인 업종(18.9~28%)에서 카드를 이용한다. 12세의 월평균 이용 금액은 6만원 수준으로 조사됐다. 초등학생의 소비력은 성인과 비교하면 훨씬 낮지만 편의점 업계는 ‘미래 큰 손’을 선점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펴고 있다.

오후 3시 최고 인기 품목 ’토이캔디’ 

GS25는 캔디와 젤리가 장난감과 함께 들어있거나 내용물을 먹은 뒤 케이스를 갖고 놀 수 있는 ‘토이캔디’를 위해 높이 1m짜리 소형 진열대를 따로 설치했다. 킨더조이·포켓몬키링젤리 등 토이캔디 제품은 지난해 전체 품목 중 가장 높은 수준인 전년 대비 1996.8%(약 20배)의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 이 제품은 초등학생들의 하교 시간 이후인 오후 3~6시 가장 잘 팔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고객이 CU의 자체 간편 결제 서비스인 CU머니로 계산하고 있다. 사진 BGF리테일

고객이 CU의 자체 간편 결제 서비스인 CU머니로 계산하고 있다. 사진 BGF리테일

CU는 10대들이 용돈으로 받은 현금을 관리하기 번거롭다는 점에 착안해 네이버페이·토스머니 등 스마트폰 앱으로 결제할 수 있는 현금 충전·결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체 커머스 앱인 ‘포켓CU’에서 쓸 수 있는 간편 결제 서비스 CU머니도 내놨다. 이 회사 관계자는 “CU머니 패밀리는 자녀 용돈 카드로 활용할 수 있어 금융서비스 이용이 어려운 어린이 고객에게도 유용하다”고 말했다.

또한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편의점 고인물’ ‘편의점 뚝딱이’ 등 학생들에게 친숙한 숏폼(짧은 동영상) 웹드라마를 선보여 3억 뷰의 역대급 조회 수를 기록했다. 서울 압구정 인기 카페 ‘이웃집 통통이’와 협업한 통통이 약과 쿠키, 연세우유 크림빵 등 차별화한 상품도 활발하게 출시하고 있다.

코리아세븐은 '산리오' 인기 캐릭터를 활용해 디자인한 캐리어를 출시해 인기를 끌었다. 사진 코리아세븐

코리아세븐은 '산리오' 인기 캐릭터를 활용해 디자인한 캐리어를 출시해 인기를 끌었다. 사진 코리아세븐

편의점 게임기 앞 줄 서기도 

세븐일레븐은 ‘포켓몬’ ‘산리오’ 등 인기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다. 다양한 캐릭터 키링이 들어있는 토이캔디 제품은 지난해 5월 출시 두 달 만에 200만 개를 판매해 과자 품목 1위에 올랐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이어 지난 2월에 선보인 산리오 중·소형 캐리어는 출시 열흘 만에 10만 개 판매됐으며 현재까지 누적 매출 80억원을 돌파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27개 매장에 포켓몬 가오레 게임기를 설치해 초등학생들이 편의점 앞에 줄을 서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게임기 설치 매장은 일평균 매출이 10만원 이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마트24가 10대를 겨냥해 출시한 '롤팝젤리'. 아이스크림을 젤리로 싸 먹는 게 특징이다. 사진 이마트24

이마트24가 10대를 겨냥해 출시한 '롤팝젤리'. 아이스크림을 젤리로 싸 먹는 게 특징이다. 사진 이마트24

이마트24 역시 유튜브·틱톡 등에서 인기 있는 이색 상품을 빠르게 도입해 초등학생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탕후루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싸 먹는 젤리’로 유명한 롤팝젤리, 말아먹는 솜사탕 등 만들어 먹는 ‘DIY 간식’이 최근 인기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회사들이 10대 학생들을 이용 빈도가 높은 우수 고객으로 보고, 희소성 있으면서 차별화한 식품·완구·문구 상품을 지속해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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