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그후, 1년째 생리 안멈춰"…3명 중 1명 고통받는 이 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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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계속 피를 흘렸지만 ‘참으라’는 말만 들었어요.

영국에 사는 헬렌 루이스(43)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치자 갑자기 월경(생리)량이 급격히 많아졌다. 한 달 내내 나오다 며칠 멈췄다가 다시 한 달 동안 나오는 등 그렇게 1년 내내 고통받았다.

어느 날은 밤에 수건을 깔고 자도 월경혈이 너무 많아 20~30분마다 화장실에 가야 했다. 회사 출근은 물론 12세 딸도 보살피지 못하는 등 일상이 마비됐다. 결국 루이스는 심한 어지러움을 느끼고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갔다.

 네덜란드의 여성청소년 인권단체 걸스라이츠워치 운동가들이 2019년 11월 헤이그에서 생리혈이 묻은 생리대로 분장하는 등 월경권에 대한 더 많은 연구를 요청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네덜란드의 여성청소년 인권단체 걸스라이츠워치 운동가들이 2019년 11월 헤이그에서 생리혈이 묻은 생리대로 분장하는 등 월경권에 대한 더 많은 연구를 요청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최근 영국 데일리메일은 루이스처럼 과도한 월경량에 힘들어하는 여성들을 조명했다. 이들의 진단명은 과다월경. 한 주기당 월경량이 80mL 이상이거나 7일 넘게 지속하는 경우를 말한다.

과다월경 증상이 있으면 한 달에 약 450mL의 혈액을 잃을 수 있다고 한다. 성인 여성 체내 혈액량(약 4500mL)의 10%를 쏟아내는 셈이다. 이로 인해 빈혈이 생겨 숨이 차고 기절할 수 있다. 심하면 탈모와 출산 전후 합병증 발생 위험이 커진다.

과다월경은 최근 흔한 병이 됐다. 노팅엄 대학이 지난 4월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여성 3명 중 1명이 과다월경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여성들은 스스로 과다월경이라고 인식하지 못한다고 매체는 전했다. 에든버러 대학의 힐러리 크리클리 생식의학 교수는 "많은 여성들이 월경을 참아야 하는 일이라고만 여겨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을 부끄러워한다"면서 "어떤 게 비정상적인 월경인지조차 모른다"고 전했다.

과다월경의 원인으로는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자궁내막증식증, 다낭성난소증후군, 혈액응고장애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루이스처럼 원인이 확실히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루이스는 "담당 의사가 팬데믹과 관련된 스트레스나 호르몬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며 출혈을 멈추기 위한 약만 처방해줬는데 효과가 없었다"면서 "아무도 원인이 무엇인지 몰랐고, 그냥 참으라고만 해 매우 힘들었다"고 전했다.

전전긍긍하던 루이스는 결국 최근 자궁내막 절제술을 받았고 과다월경 증상을 끝낼 수 있었다. 그는 "이제 편하게 밖에 나가고 숙면을 할 수 있다"면서 "적절한 도움을 받기까지 무려 3년이 걸렸다"고 했다.

이어 "과다월경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증상인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데, 더 많은 사람들이 과다월경이 여성의 삶에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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