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웃음 터진 민주당 의총…"대통령 사과, 한동훈 파면" 공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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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인 27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는 환호와 웃음속에 진행됐다. 먼저 사회를 맡은 한준호 의원이 의총 시작에 앞서 “이재명 대표님 영장 기각 소식 모르는 분 안 계시죠?”라고 묻자 큰 웃음이 터졌다.

한 의원은 “고생한 모든 의원, 지지자와 국민들께 감사의 의미를 담아 크게 한 번 박수를 치고 가자”고 했고, 의원들은 환호를 하며 박수를 쳤다. 전날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홍익표 의원을 향해 “복덩이”라고 외치는 의원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사회자의 요청으로 박수로 회의를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 사과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파면”을 촉구하며 대여 공세 고삐를 조였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홍 원내대표는 “사법 정의가 아직은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윤석열 정부가 정치검찰을 동원해 무도하게 야당을 탄압하고 정적을 제거하려 한 무리한 수사가 법원의 문턱에서 제동이 걸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 원내대표는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무력화를 멈추고 국회와 야당을 존중하는 태도로 정치를 복원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무리한 정치수사에 대한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실무책임자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파면이 그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이 2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최고위 직후 이어진 의총에서도 민주당은 당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대통령 사과와 한 장관 파면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윤석열 검사독재정권의 무리하고 무도한 ‘이재명 죽이기’ 시도가 실패했다. 이번 일은 검찰 역사상 최악의 오욕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총 말미에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윤 대통령은 사과하라, 한 장관을 파면하라”는 구호를 세 차례 함께 외쳤다.

비(非)이재명계도 한 장관 경질론엔 힘을 보탰다. 이원욱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두고 윤석열 정부를 대리한 한동훈 장관과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사이)의 큰 (싸움)판에서 윤정부는 패배했다”며 “한 장관 경질로 정치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병원 의원도 페이스북에 “지난 2년간에 걸친 검찰의 무도하고 무리한 야당 탄압에 대해 사과하고, 이를 주도한 한 장관을 즉각 파면해야 한다”고 썼다.

당내에선 “이번 일로 정부ㆍ여당의 스텝이 완전히 꼬였다. 이때 결집해 대여공세 수위를 높여야 한다”(재선 의원)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박성준 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권 검찰독재 규탄, 민생회복 촛불문화제를 연휴 끝나고 추진할 것”이라며 “윤 정권의 인사 파탄, 민생경제 파탄, 방송장악에 대해 대국민 메시지를 많이 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다음 달 11일 열리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둔 당 지도부는 지난해 대선·지방선거 연속 패배의 사슬을 끊고,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28일 열리는 강서구청장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는 홍 원내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가 총출동할 예정이다.

◇이재명 "역시 정치는 국민이 하는 것"=한편 앞서 이재명 대표는 영장이 기각된 지 1시간 반 만인 이날 새벽 4시쯤 경기 의왕에 있는 서울 구치소 앞에 지팡이를 짚고 나타났다. 이 대표는 기자들 앞에서 “늦은 시간에 함께 해준 분들, 그리고 아직 잠 못 이루고 이 장면을 지켜보고 계실 국민 여러분께 먼저 감사드린다”며 “역시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아도 국민이 하는 거다.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사실을 명징하게 증명해주신 사법부에 깊은 감사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특히 정부ㆍ여당을 향해 “이제는 상대를 죽여 없애는 전쟁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해 누가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경쟁하는 진정한 의미의 정치로 되돌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정치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 나라 미래에 도움되는 존재가 되길 정부ㆍ여당에도, 정치권 모두에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발언 직후 차를 타고 자신이 입원 중이던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으로 이동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