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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약에 취한 10대들…응급실 환자 80%가 '약물 중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약물 중독으로 응급실에 들어오는 10대 청소년의 80%는 해열제나 신경안정제 같은 치료용 약물에 중독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엔 단순히 많은 양의 약을 먹으면 약효가 좋을 것으로 생각해 과다복용하다가 약물 중독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치료 약물의 정확한 복용법을 지키도록 지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6월 1일부터 올해 5월 31일까지 1년간 응급실 내원 중독 환자를 대상으로 심층 실태조사 한 결과 전국 14개 시ㆍ도의 15개 응급의료기관에서 5997명의 중독 환자가 발생했다. 치료용 약물에 중독된 경우가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10대 약물 중독 환자의 80%가 치료용 약물 중독이었다.

사진 질병청 보도자료

사진 질병청 보도자료

10대들이 중독된 약물로는 타이레놀로 유명한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해열제가 21.1%, 디아제팜 같은 벤조다이아제핀 계열 신경안정제가 19.2%로 가장 많았다. 김주심 질병청 건강위해대응과장은 “자해를 목적으로 이런 약을 과다복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약을 많이 먹으면 효과가 빨리 나타날 거란 생각에 정해진 용법보다 많이 복용한 환자들이 있었다. 이런 환자들도 의도적 중독으로 분류했다"며 "복용법에 맞게 복용하도록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타이레놀 제조사는 타이레놀 500㎎의 일일 최대 복용량을 하루 최대 8알(4000㎎), 4~6시간마다 2알씩 복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질병청은 이런 조사 결과를 반영해 지난 8월 25일 중ㆍ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올바른 치료약물 사용법 및 응급처치방법 등 중독 질환 예방 교육을 시작했다.

사진 질병청 보도자료

사진 질병청 보도자료

전체 연령으로 살펴봐도 치료용 약물 중독이 51%로 가장 많았다. 약물 중독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연령은 20대(19.7%)였고, 70대 이상이 14.5%, 40대가 14.4%, 50대가 14%였다. 약물 중독 발생 장소로는 '가정 내 발생'이 73.5%로 대부분이었다. 전체 약물 중독 응급실 내원 환자 5997명 중 사망한 환자는 102명으로 1.7%였다.

다만 비의도적 중독 환자의 경우에는 일산화탄소 중독이 19.3%로 가장 많았다. 18.5%는 벌 쏘임이었다. 의도적 중독(67.2%)이 비의도적 중독(32.1%)의 2배 이상이었다.

사진 질병청 보도자료

사진 질병청 보도자료

노인들은 농약에 중독되는 비율이 높았다. 60대의 농약 중독 비율은 17.5%였고, 70대 이상은 치료 약물(33.4%)과 농약류(31.9%) 중독의 비중이 비슷했다. 10세 미만은 치료용 약물 다음으로 인공 독성물질(30.5%)에 중독되는 경우가 많았다. 김 과장은 “모두 비의도적 중독으로 화장품ㆍ세제 등 가정 내 생활화학제품에 사고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질병청은 연령대별로 중독 유형이 다른 만큼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맞춤형 예방 사업을 할 계획이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응급실 기반 중독 심층 실태조사 결과가 중독 예방 및 관리를 위한 관계 부처의 정책 개발에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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