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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강군 선언…‘괴물’ 현무 첫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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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군의날 시가행진이 열린 26일 ‘괴물 미사일’이라 불리는 지대지 탄도미사일 현무가 실린 이동식 발사차량(TEL)이 이동하고 있다. 군은 지난해 비행 영상을, 올해엔 발사대를 공개했다. 김종호 기자

국군의날 시가행진이 열린 26일 ‘괴물 미사일’이라 불리는 지대지 탄도미사일 현무가 실린 이동식 발사차량(TEL)이 이동하고 있다. 군은 지난해 비행 영상을, 올해엔 발사대를 공개했다. 김종호 기자

건군 75주년 국군의날을 기념해 26일 10년 만에 대규모 시가행진이 부활했다. ‘전술핵급’ 파괴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고위력 현무미사일’도 처음으로 국민에게 공개했다. 주한 미8군 장병들도 처음으로 행진에 참여하면서 북한 핵·미사일 도발을 압도적으로 격퇴하겠다는 한·미 동맹의 의지를 보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군의날 기념사를 통해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한·미 동맹의 압도적 대응을 통해 북한 정권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정권은 핵무기가 자신의 안위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나아가 핵 사용 협박을 노골적으로 가해 오고 있다”며 “이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자 세계 평화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군은 실전적인 전투 역량과 확고한 대비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이 도발해 올 경우 즉각 응징할 것”이라며 “정부는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한·미·일 안보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나아가 우방국들과 긴밀히 연대해 강력한 안보태세를 확립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군을 향해 “적에게는 두려움을 안겨주고, 국민에게는 신뢰받는 세계 속의 강군으로 성장했다. 국군통수권자로서 벅찬 자긍심을 느낀다”고 치하한 윤 대통령은 “강력한 국방력의 원천은 여기 있는 국군 장병 여러분의 투철한 군인정신과 확고한 대적관”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 동맹과 관련해선 “한·미 핵 협의그룹을 통해 미국의 핵 자산과 우리의 비핵자산을 결합한 일체적 대응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과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우주와 사이버, 전자기 등 첨단 과학기술을 통한 국방 혁신을 강조한 윤 대통령은 군 장병에 대해서도 “복무 여건과 병영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최고 수준의 전투 역량을 이끌어내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장병의 보수·보급·급식·주거·의료 모든 부분에 있어 전투 역량 증진을 위한 지원을 확실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요격 미사일 L-SAM도 등장…무인기·무인잠수정 눈길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국군의날 시가행진에서 비가 내리는데도 우산을 쓰지 않은 채 장병들과 걸어가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국군의날 시가행진에서 비가 내리는데도 우산을 쓰지 않은 채 장병들과 걸어가고 있다. [뉴시스]

기념식의 마지막 순서로 축구장 16개 크기 서울공항 활주로에선 6700여 명의 병력과 340여 대의 장비가 참여한 가운데 열병식이 열렸다. 이어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국군 4000여 명, 미8군 주한미군 장병 330여 명과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시가행진도 열렸다. 국군의날 시가행진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빗속에서 열린 시가행진에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직접 참여했다. 광화문 앞 세종대왕상에서 육조마당까지 우산을 들지 않고 시민·장병들과 함께 걸었다. 시가행진에서도 현무를 포함한 군 최신 장비 46종 170여 대가 참여했다.

이날 공개된 스텔스 형상 소형 드론.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공개된 스텔스 형상 소형 드론. [사진공동취재단]

육군 주력 K-2 전차에 이어 230㎜급 다연장로켓 ‘천무’, 30㎜(밀리) 복합 대공화기 ‘비호복합’,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AV), 해군 무인정찰기(UAV), 스텔스 무인기가 차례로 등장했다.

미 8군 전투부대원 300여 명도 시가행진에 참여했다. [뉴시스]

미 8군 전투부대원 300여 명도 시가행진에 참여했다. [뉴시스]

이후 한국형 3축 체계의 전력들이 장식했다. 특히 마지막 순서로 고위력 현무 미사일이 이동식 발사차량(TEL)에 실려 모습을 드러냈다. 이 탄도미사일의 존재가 확인된 건 지난해 국군의날 기념식 영상 속 4초간 비행 장면이 전부였다. 기존 현무-4 계열 중 하나인지, 현무-5(언론에서 편의상 붙인 명칭)라는 새 체계에 속하는지는 불분명하다. 비닉(祕匿) 사업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국군의날 시가행진에서 첫선을 보인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L-SAM. [뉴스1]

26일 국군의날 시가행진에서 첫선을 보인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L-SAM. [뉴스1]

단, 군 안팎의 전문가 분석 등을 종합하면 이 ‘고위력 현무’의 탄두 중량은 전 세계 재래식 탄도미사일을 통틀어 최대급이며, 지하 100m 이상 깊이에 자리한 벙커에 직접 타격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3축 체계 중 대량응징보복(KMPR)의 핵심 수단으로서 ‘괴물’ 미사일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군 당국이 이날 ‘고위력’이라고 지칭하며 전술핵에 버금가는 파괴력을 시사했다.

이날 서울 숭례문부터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행진엔 4000여 명의 병력이 참여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서울 숭례문부터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행진엔 4000여 명의 병력이 참여했다. [사진공동취재단]

군 당국자는 “은밀하게 개발이 진행되는 무기임에도 과감히 공개를 결정한 데는 북한 정권을 향해 공포감을 심어주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말했다.

시가행진에 참여한 해군 무인잠수정. 김종호 기자

시가행진에 참여한 해군 무인잠수정. 김종호 기자

개발이 한창인 장거리 요격미사일 L-SAM도 첫선을 보였다. 중상층(40~70㎞) 요격용인 L-SAM은 다층으로 구성된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한 축을 담당한다. 40~150㎞의 상층부를 방어하는 주한미군 사드(THAAD), 15~40㎞의 하층부를 담당하는 패트리엇(PAC-3) 미사일과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 ‘천궁-Ⅱ’와 더불어 더욱 촘촘한 방공망을 구축할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시가행진에 참여한 K2 전차. 김종호 기자

시가행진에 참여한 K2 전차. 김종호 기자

윤 대통령은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연단에서 “우리 주권자인 국민에게 여러분의 늠름하고 용기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 기쁘다”며 “우리 국민과 함께 군 장병을 믿고 언제나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군 장병들이 “평화를 지키는 힘, 대한강군 파이팅”이라고 구호를 외치자 윤 대통령은 주먹을 불끈 쥐며 박수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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