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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후쿠시마 생선 불티나는데…훗카이도선 가리비 쌓인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후쿠시마(福島) 생선이 맛있어요. (먹어서 응원하자는 운동에) 협력하고 싶은 것도 있고요.”

지난 24일 한낮, 일본 후쿠시마현 마쓰가와우라항 인근의 한 수산물 판매점. 장바구니 가득 수산물을 채워 나온 한 중년 여성이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후쿠시마산 오징어를 샀다는 또 다른 시민은 “(방사능) 걱정 같은 건 안 한다. 원전에서 나도 일한 적이 있다”며 수산물이 가득 든 비닐을 들어 보였다.

지난 24일 후쿠시마현 마쓰카와우라항 인근에 있는 수산물 판매점. 오염수 방류 이후 ″먹어서 응원하자″는 운동이 일면서 수산물 판매점이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김현예 특파원

지난 24일 후쿠시마현 마쓰카와우라항 인근에 있는 수산물 판매점. 오염수 방류 이후 ″먹어서 응원하자″는 운동이 일면서 수산물 판매점이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김현예 특파원

후쿠시마 원전에서 오염수를 방류한 지 한 달. 일본 정부의 2차 방류를 앞둔 가운데 찾아가본 후쿠시마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한 달 전만해도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던 수산시장은 북적이기 시작했고, 후쿠시마산 수산물로 만든 덮밥을 파는 음식점 앞엔 긴 줄이 늘어섰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50㎞ 떨어진 소마항을 찾았다. 이곳 어부들이 잡아올린 오징어를 파는 매대는 거의 텅 빈 상태였다. 수산물 판매점 앞 공터에 마련된 숯불구이 생선 매대 앞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점포 사장은 “처리수 문제가 있고부터는 불안하기도 했는데 많은 손님이 이전처럼 변함없이 와주고 있다”고 웃었다.

지난 24일 후쿠시마현 마쓰카와우라항 수산물 판매점 한켠에 있는 음식점. 현지 수산물을 이용한 덮밥을 파는데 길게 줄이 늘어서있다. 김현예 특파원

지난 24일 후쿠시마현 마쓰카와우라항 수산물 판매점 한켠에 있는 음식점. 현지 수산물을 이용한 덮밥을 파는데 길게 줄이 늘어서있다. 김현예 특파원

확산하는 “먹어서 응원하자” 운동

달라진 분위기 한가운데엔 ‘수산물 소비 운동’이 있다. 오염수 방류 당일 중국이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금지 조치에 나서면서 ‘먹어서 응원하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오염수가 방류되면 가격이 더 떨어질까 우려했던 어민들의 표정도 달라졌다.

지난 25일 오전 6시경 후쿠시마 원전에서 60㎞ 떨어진 오나하마항에서 만난 어민은 광어잡이 준비에 한창이었다. 방류 영향은 없냐는 질문에 그는 “광어 값이 안 떨어졌다”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는 되레 수입금지 조치를 내린 중국을 겨냥해 “시끄러운 건 어떤 나라지 않냐”고 반문하기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치보리 마사오(内堀雅雄) 후쿠시마현 지사는 지난 25일 “후쿠시마엔 특별히 큰 과제는 없다”면서 “전국에서 응원을 받고 있어 반대로 생선이 부족할 정도의 상황”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24일 후쿠시마현 마쓰카와우라항 인근에 있는 숯불구이 생선 매대. 김현예 특파원

지난 24일 후쿠시마현 마쓰카와우라항 인근에 있는 숯불구이 생선 매대. 김현예 특파원

아오모리 해삼, 홋카이도 가리비…판로 막혀 발동동

후쿠시마와 달리 북쪽의 아오모리(青森)와 홋카이도(北海道) 어민들의 상황은 심각한 상태다. 중국 수출 비중이 높았던 탓이다.

해삼 산지로 유명한 아오모리 요코하마마치(横浜町) 어협은 10월부터 시작되는 해삼 조업을 아예 연기하기로 했다. 중국에서 해삼이 고급 식자재로 꼽히는 덕에, 이곳 해삼 대부분 중국으로 판매됐는데 이번 수입 중단 조치로 판로를 잃었기 때문이다. 아오모리현 어협 관계자는 “해삼은 가리비와 다르게 일본 내 소비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가리비 생산 물량의 약 70%를 중국으로 수출했던 홋카이도 어민들도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아오모리현과 홋카이도에서 생산되는 가리비 가격은 한 달 새 10% 넘게 떨어진 상황이다.

가리비 가공회사인 마루우로토산와의 하세가와 부장은 “중국 수출길이 막히면서 100t에 달하는 가리비 제품이 창고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오염수 방류가 되던 8월 24일에 중국으로 가는 컨테이너에 가리비를 실었는데, 중국이 수입금지를 발표하면서 그대로 창고로 돌아왔다는 얘기다. 그는 “회사 매출의 20%가 중국 수출이었는데, 미국이나 유럽 등 다른 나라로의 판로 개척을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지난 18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한 상인이 일본산 가리비를 꺼내고 있다. 뉴스1

지난 18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한 상인이 일본산 가리비를 꺼내고 있다. 뉴스1

가리비 업자들은 가리비를 팔 곳이 없어지자 아예 10만 명분의 가리비를 학교급식용으로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가리비 껍데기를 손질하지 않은 채 그대로 얼려 수출해왔는데, 창고 보관이 어려워진 데다 가리비 껍데기를 제거하는 작업에도 인건비가 들어가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홋카이도 하코다테시의회는 일본 정부에 방류를 중단해달라는 의견서를 내기도 했다.

“핵오염수” vs “과학적 근거 없어” 중일 갈등

지난 24일 후쿠시마현 우케도항에서 바라본 후쿠시마 원전. 김현예 특파원

지난 24일 후쿠시마현 우케도항에서 바라본 후쿠시마 원전. 김현예 특파원

오염수 방류를 계기로 양국 간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25일(현지시각)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서 중국과 일본이 날을 세우는 일도 벌어졌다.

중국 류징(劉敬) 국가원자력기구 부주임은 ‘핵 오염수’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일본을 비난했다. “일본이 관련국 국민의 강한 반대에도 해양 방류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담당상은 “중국의 주장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는다”면서 "일본 정부와 IAEA는 처리수 최후의 한방울이 방출되는 데까지 안전성 확보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응수했다. 총회 연설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그는 오염수 방류에 대해 “비판한 것은 중국 한 나라만이라는 것으로 봐서 (방류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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