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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올해도 GDP 3% 넘긴 재정 적자…재정준칙 도입 서둘러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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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4년 연속 재정 적자로 재정준칙 상한선 초과 전망

한국 경제 최후의 방어선인 건전재정 약속 지키길

올해 세수 펑크가 당초 전망을 훌쩍 넘은 59조원으로 추산되면서 재정(관리재정수지) 적자 역시 80조원대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관리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숫자인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기금까지 뺀 결과로, 정부의 실질적 재정 상태를 보여준다. 남은 기간 수입과 지출 추이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지만 이미 7월 말 현재 GDP의 3%에 육박하는 68조원 적자라 큰 변수가 없는 한 올해까지 4년 연속,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 2년 내내 국내총생산(GDP) 3% 초과를 피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문제는 이 같은 적자 규모가 윤석열 정부에서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재정준칙(국가재정법 개정안)의 상한선(GDP 3%)을 넘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번번이 국회 기획재정위 소위의 문턱조차 넘지 못해 재정준칙 도입이 무산된 후에도 ‘법제화와 무관하게 재정준칙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약속해 왔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7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지난 문재인 정부 5년간 국가채무 400조원 급증을 불러온 확장재정 기조에서 건전재정으로 재정 운용 방향을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긴축재정은 인기가 없다”며 “건전재정을 좋아할 정치 권력은 어디에도 없지만 국가와 국민을 생각해 긴축 건전재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이 약속을 못 지킨 모양새가 됐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총지출 증가율을 2005년 이후 최저인 2.8%로 결정했다. 문 정부(평균 8.7%)보다는 낮지만 세수 결손을 예상하면서도 수입보다 지출이 92조원이나 더 많은 적자 예산을 편성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논란거리다.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92조원) 역시 상한선을 넘는 GDP의 3.9%라서, 이대로라면 GDP 대비 적자 비율이 5년 연속 3%를 넘어서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가급적 올해 정기국회에서 2025년부터 적용할 재정준칙 관련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예외적 상황으로 상한을 어겼을 경우 그다음 해 세계잉여금(예산을 초과한 세입과 편성한 예산을 쓰지 않은 불용액을 합한 것)의 100%를 국가채무 상환에 쓴다는 수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만약 어렵게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이처럼 매해 적자 폭이 확대된다면 도입의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고금리 기조로 부채 규모가 큰 기업과 가계가 어려운 상황을 겪으면서 불가피하게 재정 적자가 늘어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재정은 한국 경제의 최후 방어선이다. 정부에 일정 수준 관리 책임을 지우는 건 이를 지키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윤 정부 경제팀이 이런 의미를 되새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