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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73) 조조가 한중을 차지하자 손권에게 형주 3군을 돌려준 유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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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복황후를 죽이고 귀인(貴人)이었던 자신의 딸을 정궁황후(正宮皇后)로 책립했습니다. 조조의 위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으니 누구 하나 감히 입도 뻥긋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조조는 하후돈과 조인을 불러 오를 정복하고 촉을 쳐부술 일을 상의했습니다. 조조는 먼저 한중을 정벌하기로 하였습니다. 선봉은 하후연과 장합이 맡고 조인과 하후돈은 후군을 맡았습니다. 조조는 중군을 맡았습니다.

장로는 조조가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양임과 양앙이 양평관을 지키며 조조군을 막았습니다. 초반의 전투는 조조가 불리했습니다. 조조는 50여 일을 대치하다가 철수 명령을 내렸습니다. 가후가 철수는 불합리하다고 말하자 조조가 계략을 말했습니다.

적병들이 밤낮으로 방비하고 있으니 쉽게 이기기는 어려울 것 같다. 내가 철군을 하는 체하면 적들은 게을러져 방비를 안 할 것이다. 그때 날랜 기병을 나누어 보내 그들의 배후를 기습하면 반드시 적들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양앙이 조조의 계략에 걸려들었습니다. 양임이 말렸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양평관은 조조가 차지하였고 두 장수는 전사했습니다, 장로는 방덕에게 1만 명의 군사를 주며 조조군을 막도록 했습니다. 조조는 방덕의 무용을 익히 알고 있는지라 자신의 부하로 삼고 싶었습니다. 가후가 계략을 내었습니다.

제가 장로 수하의 양송이라는 모사 하나를 알고 있는데 뇌물을 극히 탐하는 자입니다. 몰래 그자에게 황금과 비단 등을 보내 주고, 장로에게 방덕을 헐뜯게 하면 도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방덕이 조조의 뇌물을 받고 싸움에 져주었습니다.

이런 죽일 놈이 있나. 내일 출전해서 이기지 못한다면 반드시 내가 목을 벨 것이다!

일은 가후의 계략대로 진행되어 방덕은 조조에게 항복했습니다. 장로는 이제 도망치는 일만 남았습니다. 양송은 성문을 열고 투항하자고 했고, 아우 장위는 창고를 불태우고 가자고 했습니다. 장로는 창고를 모두 닫아걸고 봉인(封印)하고 달아났습니다. 조조는 이를 매우 좋게 여겼습니다. 즉시 사람을 보내 투항을 권했습니다. 장위가 반대하며 허저와 맞붙었지만 상대가 되지 못했습니다. 장로는 장송이 성문을 닫고 열어주지 않자 결국 항복했습니다. 조조는 장로를 진남장군(鎭南將軍)에 임명했습니다. 조조는 장로의 수하들도 그대로 중용했습니다. 하지만 한중을 차지하는데 최고의 공훈자이자 내통자인 양송은 목을 베어 저잣거리에 걸었습니다. 그의 죄명은 ‘주인을 팔아 자신의 영달을 꾀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후세인들도 시를 지어 양송을 비웃었습니다.

어진 사람 해치고 주인 팔아 뻐기더니 妨賢賣主逞奇功
긁어모은 금은보화 모두 허망이구나. 積得金銀總是空
부귀영화 못 누리고 몸이 먼저 죽으니 家未榮華身受戮
천 년 뒤의 사람들도 양송을 비웃네. 令人千載笑楊松

방덕이 조조에게 항복하여 그의 수하가 된 것에 대하여 모종강은 좋게 보지 않았습니다.

‘방덕은 마초를 배반하고 조조를 따랐고, 양부는 마초를 공격하며 조조를 돕지 않았다. 식자들은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니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방덕이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 왜인가. 양부가 눈물을 흘리며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꼭 마초를 거꾸러뜨리려 한 것은 마초가 위강을 죽였기 때문이다. 양부는 위강의 참군(參軍)으로 위강을 위해 이토록 처절하게 원수를 갚으려 했다. 방덕은 마초의 가장(家將)으로 마등을 죽인 조조를 기꺼이 섬겼으니 이것은 또 무슨 심산인가? 그래서 식자들은 방덕을 양부만 못하다고 하는 것이다.’

조조가 한중을 평정하자 주부(主簿) 사마의가 여세를 몰아 유비를 공격하여 익주를 차지할 것을 아뢰었습니다.

유비는 교활한 속임수와 무력으로 유장의 땅을 점령했기 때문에 촉 땅 사람들은 아직 마음에서부터 그를 진정으로 복종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주공께서 한중을 차지하셨으니, 익주 역시 술렁이고 있을 것입니다. 지금 즉시 공격하면 반드시 무너질 것입니다. 지혜로운 자는 때를 잘 활용한다고 했으니, 절호의 기회를 놓치면 안 됩니다.

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기 때문에 항상 고민하는 것이다. 내 이미 농(隴)을 얻었는데 또다시 촉(蜀)까지 바라겠느냐?

조조에게 한중을 바치며 항복하는 장로. 출처=예슝(葉雄) 화백

조조에게 한중을 바치며 항복하는 장로. 출처=예슝(葉雄) 화백

유비는 조조가 한중을 차지하자 곧바로 쳐들어올 것이라 믿고 하루에도 몇 번씩 놀라며 무서워했습니다. 제갈량을 불러 대책을 물었습니다. 제갈량은 조조를 물리칠 계책으로 손권을 불러들이기로 합니다.

조조가 군사를 나누어 합비에 둔치고 있는 것은 손권을 무서워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만약 강하·장사·계양 3개 군을 동오에 돌려주고 말 잘하는 사람을 보내 이해를 설명하면서 동오에게 군사를 일으켜 합비를 치면 조조는 반드시 군사를 이끌고 남쪽으로 갈 것입니다.

이것은 유비가 조조에게 서천을 빼앗길 것이 두려워 꾸며낸 계책입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지금 조조가 한중에 있으니 이런 기회를 이용해서 합비를 빼앗는 것 또한 더할 수 없이 좋은 계책입니다.

손권의 생각도 나쁠 것이 없었습니다. 골치 아팠던 형주도 일단 3개 군을 돌려받고 합비도 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기 때문입니다. 손권은 10만 대군을 이끌고 합비로 향했습니다. 손권은 파죽지세로 여강태수(廬江太守) 주광이 지키는 환성을 함락시키고, 그 여세를 몰아 합비를 공격했습니다.

합비의 영웅 장료. 출처=예슝(葉雄) 화백

합비의 영웅 장료. 출처=예슝(葉雄) 화백

합비는 백전노장의 장료가 이전, 악진과 7천 명의 병사로 지키고 있었습니다. 조조는 한중으로 떠나며 ‘손권이 공격해오면 장요와 이전은 나가서 싸우고 악진은 성을 사수하라’는 명령서를 남겨두었습니다. 사이가 나쁜 이전과 장료는 사심을 버리고 힘을 합쳐 조조의 명령을 따랐습니다. 장료는 8백 명의 돌격대를 구성하여 순식간에 손권의 대군 속을 휘저으며 수십 명의 목을 베었습니다. 이어 질풍처럼 손권이 있는 본진을 향했습니다. 손권은 깜짝 놀라 허둥대며 도망치기에 바빴습니다.

장료의 기습에 소사교를 건너 도망치는 손권. 출처=예슝(葉雄) 화백

장료의 기습에 소사교를 건너 도망치는 손권. 출처=예슝(葉雄) 화백

적로가 그날 단계를 뛰어넘더니 的盧當日跳檀溪
이제 또 손권이 합비에서 쫓기네. 又見吳侯敗合肥
뒤로 물러났다가 채찍질하며 내달리니 退後着鞭馳駿騎
소요진 위로 옥룡이 날아가네. 逍遙津上玉龍飛

장료의 용맹함에 손권의 대군은 전의를 상실하고 합비 공략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이 한판의 전투에서 동오의 사람들은 어찌나 혼이 났던지 장료라는 이름만 들으면 아이들도 감히 밤에 울지 못했습니다. 손권은 1차 전투에서 상처만 입었습니다. 군사를 정돈하여 수로와 육로로 동시에 공격하기로 했습니다. 장요는 손권이 다시 쳐들어온다는 것을 알고는 한중의 조조에게 급히 구원병을 요청했습니다. 조조는 하후연과 장합에게 한중의 요충지를 지키게 하고 나머지 군사를 이끌고 남쪽으로 향했습니다. 조조와 손권의 한바탕 불꽃 튀는 대결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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