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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찬스’ 27억 집 편법증여…직거래 20%가 위법 의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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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A씨는 모친의 서울 소재 아파트를 27억원에 매수했다. 이 중 10억9000만원은 모친의 전세 보증금으로 조달했다. 잔금일에 맞춰 모친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를 임대보증금을 통한 편법 증여로 보고 국세청에 통보했다.

#B씨는 직거래로 부친 소유의 아파트를 8억8000만원에 샀다. B씨는 주식을 판 돈으로 자금을 조달했다고 밝혔지만, 주식 배당소득 등의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나이와 연 소득을 고려할 때 거래대금 자체도 지나치게 컸다. 국토부는 이를 불법 증여로 의심했다.

국토부는 공인중개사를 통하지 않고 직거래 방식으로 이뤄진 부동산 거래에 대한 2차 기획조사 결과, 이런 불법의심거래 182건을 적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이뤄진 아파트 직거래 중 가족 등 특수관계인 간 거래나 시세 대비 고가나 저가로 매매 계약된 906건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 중 20.1%(182건)가 편법증여나 명의신탁 등 위법이 의심되는 거래였다. 국토부는 이들 사례를 국세청·경찰청·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에 통보해 탈루세액 징수, 대출금 회수,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요청했다.

의심 거래 중에선 거짓신고 등 거래 신고 위반이 134건으로 가장 많았다. 특수관계자 간 직거래를 통한 편법 증여·차입금 거래 등 국세청 통보 건은 47건, 명의신탁 등 경찰청 통보 건이 8건, 대출 용도 외 유용 등 금융위 통보 건은 12건이었다.

한 법인의 대표가 26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를 매수하면서 거래대금 전부를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에서 빌린 경우도 있었다. 국토부는 특수관계 법인으로부터 차입한 자금이 과다하다고 보고, 국세청에 통보했다. 무주택 청약 요건을 갖추기 위해 아파트 3채를 모친에게 매도했지만, 실제 거래대금이 지급되지 않는 등 명의신탁이 의심되는 사례도 적발됐다.

국토부는 다음 달부터 올해 2월 이후 진행된 아파트 직거래를 대상으로 3차 기획조사를 할 예정이다. 1차 기획조사 착수 후 아파트 직거래 비율이 크게 하락했다는 게 국토부 분석이다.

특히 서울의 직거래 비율은 지난해 12월 22.8%에서 올해 8월 5.4%로 줄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고·저가 직거래를 이용한 편법 증여나 특수관계자 간의 차입금 거래는 시장가격을 교란하는 행위”라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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