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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은 전우치…‘천박사’에 담아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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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귀신 안 믿는 가짜 퇴마사 천박사(강동원)가 악귀(허준호)와 싸우는 이야기다. [사진 CJ ENM]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귀신 안 믿는 가짜 퇴마사 천박사(강동원)가 악귀(허준호)와 싸우는 이야기다. [사진 CJ ENM]

“서늘하고 스산한 아름다움 때문에 생기는 슬픈 정조 같은 게 있다.”(김지운) “내 그릇이 작아 강동원이라는 피사체를 많이 담지 못했다.”(김성식) 감독들이 배우 강동원(42)의 외모에 보낸 찬사다.

27일 개봉하는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감독 김성식)은 강동원의 이런 매력을 영리하게 활용한 영화다. 아픈 과거를 안은 천박사(강동원)가 칠성검으로 악귀(허준호)를 처단하는 코믹 액션물이다. 강동원은 천박사 캐릭터에 대해 “사연 있어 보이는 얼굴, 경험과 세월이 얼굴에 묻어났다”고 말했다. 21일 서울 북촌로에서 그를 만났다.

2009년 최동훈 감독은 ‘전우치’를 “강동원의, 강동원에 의한, 강동원을 위한 영화”라고 했다. ‘천박사’도 그런가.
“내가 하면 잘하겠다고 생각했다. 현대판 전우치 같은 느낌이었다. 도술 부리는 전우치와 ‘검사외전’에서 사기 치는 한치원의 중간쯤으로 봤다.”

지난해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강동원은 “당시 신인급이라 대작을 이끌고 나간다는 중압감이 있었다. 나이 들기 전에 ‘전우치 2’도 만들어 보고 싶다”며 초기작 ‘전우치’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천박사는 ‘상처도 콤플렉스도 없이 밝은 전우치가 14년 나이를 먹었다면 이렇지 않을까’ 싶은 인물이다.

극 초반 천박사는 속사포 대사를 쏟아내며 부자 의뢰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영화 ‘기생충’의 벙커 부부 이정은·박명훈이다. ‘기생충’ 조감독이었던 김성식 감독은 “‘기생충’의 지하세계에 계셨던 분들이 행복해지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했었는데, 제 영화에서 실현돼 좋았다”고 말했다.

‘검은 사제들’(2015), ‘검사외전’‘가려진 시간’(이상 2016)에 이어 또 신인 감독 데뷔작이다.
“시나리오도, 시도도 신선하고 새로운 에너지가 있다. 복권 긁는 느낌도 있고. 김성식 감독님은 진행도 잘하고 자기 비전이 확실하다. 첫 작품이 이 정도라면 두 번째 작품은 어떨까 무척 기대된다.”
데뷔 20년이다. 강동원에게 연기란.
“내 직장이고 직업이다. 직업 선택을 정말 잘했다. 처음에는 ‘이걸 잘할 수 있을까’ 스트레스도 많았지만, 단점을 보완하면서 자신감이 생기고 자유로워졌다.”
터닝 포인트는.
“영화 찍는 게 정말 즐겁다 느낀 건 이명세 감독님 덕분이다. 카메라와 조명 기법만으로도 영화라는 마술이 일어나는구나 싶었다. 이 감독님은 내 영화의 아버지 같은 분이다.”

이 감독의 ‘형사 Duelist’(2005) 제작 당시 강동원은 하루 10시간씩 현대무용을 배우는 등 5개월간 트레이닝을 받았다. “배우로서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 내 몸 선을 알게 돼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배웠다”고 돌아봤다.

여전히 미소년의 느낌인데 자꾸 나이 얘기다. 인생 후반기 목표라면.
“중반기다. (웃음) 많은 작품을 남기고 싶다. 글로벌한 배우가 되고 싶다. 20년 했으니까 죽기 전에 세계의 재능있는 분들 만나 함께 작업하고 싶다. 미국에도 계약한 에이전시가 있어 주기적으로 회의한다.”

강동원도 벗어나지 못한 건 흥행 압박이다. “시사 후 반응도 다 봤다”며 웃었다. ‘천박사’는 추석 연휴를 앞둔 27일 송강호의 ‘거미집’, 하정우·임시완의 ‘1947 보스톤’과 맞붙는다. 24일 현재 ‘천박사’는 실시간 예매율 28%,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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