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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딸 눈치 본 野의원, 비밀투표 깨고 '이재명 부결 인증샷'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어기구 민주당 의원이 당원에게 보낸 인증샷

어기구 민주당 의원이 당원에게 보낸 인증샷

“죄송합니다. (가결을) 못 막아서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로 당내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어기구 민주당 의원이 지지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다. 어 의원은 투표함에 용지를 넣기에 앞서 ‘부’라고 적은 종이와 자신의 명패를 미리 찍어두고 결과가 나오자, 이 사진을 첨부해 당원에게 보냈다. 이 대표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는 이 내용을 담은 게시글이 ‘낙인찍기 명단 주의, 예시 어기구 의원님’이라는 제목의 공지로까지 올라갔다. 지지자들은 “후원금으로 보답해야 한다”며 댓글로 호응했다.

하지만 전날 체포안은 엄연히 ‘무기명 비밀투표’였다. 국회 표결 때는 이를 어겨도 처벌받지 않지만, 일반 국민이 기표소에서 인증샷을 찍으면 최대 징역형이다. 공직선거법은 “누구든지 기표소 안에서 투표지를 촬영해서는 아니 된다”(제166조의 2)라고 규정하고, 이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 4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어 의원의 행위는) 사익을 위해 공적 의무를 배제한 범죄행위를 한 것”이라며 “법을 만드는 일을 하는 국회의원이 정작 법을 어긴 셈”이라고 지적했다.

박광온 원내대표가 투표를 하고 있다. 용지 사이로 '부'라는 글자가 보인다. 연합뉴스

박광온 원내대표가 투표를 하고 있다. 용지 사이로 '부'라는 글자가 보인다. 연합뉴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들은 “가결 유다(예수를 배신한 성경 속 인물)”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다른 의원에게도 부결 인증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커뮤니티 ‘블루웨이브’에 한 당원은 “가결 예상 명단”이라며 부결에 답문하지 않은 의원에 ‘X표’를 한 차트를 올렸다. 이런 압박을 보여주듯 친문(親文) 고민정 최고위원은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는 부결표를 던졌습니다”고 밝혔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전날 공교롭게도 ‘부’가 비친 종이를 투표함에 넣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한 비명계 수도권 의원은 “단결과 통합을 외치며 부결에 투표하자고 주장했던 의원들이, 정작 개딸의 포로가 돼서 본인만 살겠다고 인증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가결·부결을 두고 당내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 체포안 가결 후 열린 전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문정복·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가결한 사람들은 이름을 대고 나와 이야기를 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다른 친명계 수도권 의원도 통화에서 “가결 표를 던진 사람들은 양심껏 투표했으니, 왜 했는지 136명 앞에서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부결 인증’에 나서고 있다. 초선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지역구 당원들에게 “부결되길 바랐고, 부결을 위해 애썼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5선 안민석 의원도 당원들에게 부결을 찍었다는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한명이라도 더 설득하려 했는데 역부족이었다”(박홍근) “표결 직전까지 가결을 생각하는 의원들을 하나하나 설득했다”(강훈식) “동료 의원을 믿었다”(강득구) 등 간접적으로 부결 의지를 나타낸 의원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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