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0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장관급 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독재자(dictator)”라고 부르며 북·러 무기 거래 가능성을 재차 경고했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020년 대선 토론회와 이듬해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김 위원장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 함께 싸잡아 “깡패(Thug)”라고 지칭한 적은 있지만, 미 외교수장인 블링컨 장관이 공개석상에서 김 위원장을 상대로 이런 표현을 쓰기는 매우 이례적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0일(현지시간) 유엔 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안보리 장관급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링컨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지난주 러시아는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을 초청했다”며 “푸틴 대통령은 양국 정상이 군사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고, 김정은은 북한의 ‘전폭적이고 무조건적인 지원’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연히 북·러 간 무기 거래는 여러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유엔과 유엔이 상징하는 모든 것에 대해 경멸적인 태도를 보이는 나라가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리에 있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고 러시아 측을 맹비난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 이날 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북·러 군사협력 강화를 막기 위한 미 당국의 노력을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는 (무기를 얻기 위해) 북한·이란 같은 정권으로 향해야 하고, 미국 등 여러 국가가 금수하고 있는 무기 및 기술을 얻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며 “우리는 가능한 모든 곳에서 이를 방해하고 차단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 조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푸틴이 취한 행동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보다) 군사적·경제적·외교적으로 훨씬 더 나쁜 처지에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3일 러시아 아무르주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다. 뉴스1
이날 미 하원에서도 북·러 무기 거래를 압박하기 위한 ‘북·러 협력 제재법’ 법안이 발의됐다.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물질적 지원을 할 경우, 미국이 독자적으로 대북 제재를 강화한다는 게 이 법안의 골자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코리아 코커스’(지한파 의원 모임)의 공동의장 제럴드 코널리(민주당) 하원의원은 “(북·러 무기 거래는)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두 악당(malign actors) 간 위험한 파트너십을 나타낸다”며 “이젠 미국이 단호한 조치로 푸틴의 유혈 전쟁에 북한의 무기가 사용되는 것을 막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