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부에서 경제 성적도 월등히 좋았다. 경제는 보수정부가 잘한다는 조작된 신화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됐다. 우리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에 진입한 시기는 노무현·문재인 정부뿐이다. "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19일 평양 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서 한 말이다. 기만전술로 북핵 위기를 키워온 북한에 대한 짝사랑은 차라리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재임 중 각종 무리한 경제정책을 도입해 국민 삶을 어렵게 만든 전직 대통령의 자화자찬은 참기 어렵다.
문 "진보, 경제 잘 했다" 자화자찬
보수 깎아내린 역사 시험도 한몫
일제 비중 34%, 진보만 긍정 묘사
고속도로와 반도체 등 박정희·전두환 정부 시절 다져놓은 산업 인프라로 지금 우리가 이만큼 먹고사는 건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조차 한 해도 빠짐없이 플러스 성장을 한 게 보수 이명박 정부(3.2%)다. 문재인 정부는 연평균 2.32%로 보수 박근혜 정부(2.97%)보다 못했다. 재정은 차이가 더 확연하다. 박근혜 시절 23조원이었던 연 순재정적자를 77조 8200억원으로 키웠다. 한마디로 이전 보수정부가 차곡차곡 모은 곳간을 거덜 냈다. 지난 2020년 초 터진 코로나 19사태가 좋은 핑곗거리겠지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나 무분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13만명이나 늘린 공무원 수 등 실책 탓이 훨씬 크다. 특히 공무원 급증은 재정을 압박하는 인건비 상승이나 후세에 부담 주는 연금 적자 확대뿐만 아니라 늘어난 공무원 수만큼 규제도 늘어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직접적 요인이 됐다. 한 민간연구소가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1.3%나 떨어뜨렸다고 분석했을 정도다. 그나마 노무현 정부는 한·미 FTA를 타결시킨 공이라도 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경제에 관해서라면 아무 공이 없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답습하다 못해 통계 조작으로까지 이어진 부동산 실패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숫자 몇 개만 찾아봐도 뻔히 드러나는 불과 몇 년 전 일로도 문 정부 사람들은 이렇게 '조작된 신화'를 만들어낸다. 뻔뻔하다는 비판을 넘어 꼭 짚을 대목이 있다. 보수가 지난 수십 년간 실패해온 역사 전쟁 말이다. 진보를 참칭하는 사람들이 자기들 입맛대로 역사를 기록하고 결국 이를 토대로 좋은 평가를 받을 거라는 자신감이 이런 거짓에 가까운 주장을 거리낌 없이 하는 배경이라서 하는 얘기다.
지나친 비약이 아니다. 지난 2017학년도 수능부터 필수인 한국사 문제지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7년 치 수능을 전부 찾아봤더니, 매년 총 20문제 중 10문제(2018학년도는 9문제, 2023학년도는 13문제)가 일제 침략 야욕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조선 고종 이후 근현대사였다. 입만 열면 5000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면서 정작 후세를 가르치는 교과서에선 절반을 근현대사로 채운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일제 탄압과 관련한 문항이 매년 5~8개(총 34%)로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다. 이쯤 되면 한국사가 아니라 대일 적개심 유발을 위한 일제 수난사로 과목 이름을 바꿔 달아야 할 판이다. 특히 진보가 추앙하는 북한군 창설 주역 김원봉이나 함께 활동한 김익상, 사회주의 단체 정우회 등 유독 사회주의 계열 인사와 독립운동을 연결한 문항이 많다.
일제와 해방공간을 제외한 나머지 문항은 더 기가 막히다. 긍정적 측면만 부각한 남북화해가 총 6번이나 등장한다. 일제와 남북화해를 빼면 7년을 전부 합해도 겨우 10문제가 남는데 그중 이승만 정부를 비판하는 3·15 부정선거가 4번, 첫 진보정부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3번, 전두환 정부 비판이 1번, 6·25 관련 내용이 1번 나온다. 마지막 한 문항은 유일한 경제 관련인 박정희 정부의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인데, '전태일 분신 사건으로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보여줬다'고 부정적 측면을 더 강조한다. 문 전 대통령이 자랑스럽게 얘기한 글로벌 10대 국가로 도약할 수 있었던 과거 보수정부의 전향적 경제정책이나 기업인의 과감한 도전은 어디에도 없다. 수능 문제만 보면 한국은 좌파와 남북화해 덕에 번영한 나라다.
반도체 관련 책들을 찾아 읽다가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던졌다는 질문(『이건희 반도체 전쟁』) 하나에 꽂혔다. 조선이 개국한 1392년과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의 1인당 GDP를 묻더란다. 쌀 생산량 기준으로 개국 때 2달러, 임진왜란 때는 1달러였다. 이 보고를 듣고 이 회장이 "사회지도층이 백성들 먹고사는 문제를 고민하지 않고 정권 연장이나 재창출만 고민하면 지금이 (200년만에 생산이 반 토막 난) 조선과 다를 게 없지 않겠느냐"고 한탄했다고 한다. 지도층 인식과 별개로, 이렇게 좌파 편향적인 데다 이렇게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한국사 교육으로는 실패한 조선을 답습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가 야기한 정율성 공원이나 홍범도 흉상 같은 지엽적인 역사 논란도 퇴행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정말 제대로 역사 전쟁을 하려면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오늘을 만든 기업가나 경제정책을 가르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