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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디스카운트와 상속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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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안효성 기자 중앙일보 기자
안효성 증권부 기자

안효성 증권부 기자

금융당국의 최대 과제 중 하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들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싱가포르, 홍콩, 런던 등을 방문해 직접 투자설명회(IR)를 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진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해묵은 현상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0년(2012년~2021년)간 한국 상장사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2배로 선진국(2.2배), 신흥국(2.0배)보다 현저히 낮았다. 저평가 이유 역시 해묵긴 마찬가지다. 미흡한 주주환원, 자본의 재배치를 제대로 하지 못해 나오는 저조한 수익성과 성장성 등이다. 특히 주주환원은 45개국 중 최하위권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3일 영국 런던에서 투자 설명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3일 영국 런던에서 투자 설명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은 배당의 투명성을 늘리는 등 개선책을 내놓고 있다. 다행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자본시장 업계에서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바로 상속세 이슈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약탈적 상속세 때문에 대주주는 주가 상승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 자본주의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상속세가 개편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상속세 부담이 큰 나라다.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일본(55%)에 이어 2위지만, 최대주주 주식 할증 과세 적용 시 최대 60%까지 높아진다. 상속세 부담에 한국 정부가 게임업체 넥슨의 지주사인 NXC의 2대 주주로 올라서는 일까지 벌어진다. 상속재산 10조원 중 6조원을 상속세로 내야 하는데 이를 낼 돈을 마련하지 못해서다.

주가가 낮을수록 상속세가 줄어드니 대주주 입장에서는 주가를 높게 유지할 필요가 없다. 각종 꼼수도 난무한다. 자녀 명의의 비상장 회사에 알짜 사업과 일감을 몰아준다. 회사가 번 돈이 그렇게 흘러가다 보니 주가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도 없다. “상장사 이사회가 대주주 세금을 아껴주기 위해 주가를 내려야 하는 경우가 많아 주주 입장에선 손실을 보고 있다”(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 등의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도 상속세 제도 개선을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지만 ‘부자 감세’의 벽을 넘기기 쉽지 않다. 줄어드는 국세 수입(세수)도 고려해야 한다. 다만 이제 생각을 달리할 때도 온 것 같다.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늘어난 데다, 직접 주식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이들도 국민연금 등 다양한 공적연금을 통해 이미 간접적으로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 전 국민 모두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피해를 보고 있다. 부자 감세 논란을 벗어나 해법을 논의해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