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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필 ‘김선욱 악단’ 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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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휘자 김선욱은 4월 서울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처음 연주했다. 공연 전 리허설 장면. [사진 예술의전당]

지휘자 김선욱은 4월 서울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처음 연주했다. 공연 전 리허설 장면. [사진 예술의전당]

지휘자 김선욱(35)에게 처음으로 ‘내 집’이 생긴다. 경기아트센터는 20일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으로 김선욱을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피아니스트로 출발해 지휘를 병행한 그의 첫 ‘집’이다. 내년 1월 경기도예술단의 신년음악회를 시작으로 연간 10회 남짓 경기필을 지휘한다. 임기는 2025년 말까지 2년이다.

김선욱은 2006년 영국 리즈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18세 때다. 그때부터 그는 “언젠가 지휘자가 되겠다”는 꿈을 밝히곤 했다. “12살에 예술의전당에서 베토벤 ‘합창’ 교향곡을 듣고 소리가 가슴 속 불덩이를 타오르게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2010년에는 영국 왕립음악원에서 본격적으로 지휘 공부를 시작했고 3년 만에 졸업했다.

정식 데뷔 무대는 2020년 서울이었다. 당시 그는 “중요한 피아노 무대가 이어져 베토벤 소나타 전곡(32곡), 영국 프롬스 축제 데뷔 등을 소화해야 했다”고 데뷔를 미룬 이유를 설명했다. 또 “그동안 지휘의 어려움을 경험하는 시간이었는데 이제는 내 음악관에 대한 확실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그해 12월 롯데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과 브람스 교향곡 2번을 연주했다. 이어서 영국 본머스 심포니, 마카오 오케스트라,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산시향, 대전시향 등을 지휘하며 경험을 쌓았다. 그는 “피아노가 작은 우주라면 오케스트라는 큰 우주다” “나는 음악 하는사람일 뿐 피아니스트와 지휘자의 범주 구분은 불필요하다”며 두 가지를 병행한다.

상임 지휘자나 예술감독은 맡은 적이 없던 김선욱이 이제 경기필에서 정기공연 기획, 단원 운영·선발 등의 권한을 가지고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것이다. 오는 11월에는 경기필 신규단원 공개채용에도 참여한다. 이탈리아 지휘자 마시모 자네티(61)가 지난해 7월 퇴임한 후 1년 넘게 경기필 예술감독이 공석이었다.

김선욱은 지난 4월 서울 예술의전당의 교향악축제에서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으로 경기필과 처음 호흡을 맞췄다. 6월에도 같은 곡으로 경기아트센터 지휘대에 섰다. 음악 칼럼니스트 황장원은 ‘지휘자’ 김선욱에 대해 “피아니스트인 그처럼 악보에 충실하면서 옛 거장 스타일을 연상시키는 사운드와 해석이 보인다”며 “젊은 단원이 많은 경기필인 만큼 젊은 지휘자가 시너지 효과를 내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김선욱은 다음 달 2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을 지휘하고 피아노 협연도 한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교향시 ‘죽음과 변용’, 오페라 ‘장미의 기사’ 모음곡을 연주한다. 이틀 후에는 서울시향 단원들과 실내악 공연을 연다. 지휘 무대는 해외로 이어진다. 내년 1월 영국에서 본머스 심포니, 2월 헝가리에서 프란츠 리스트 체임버 오케스트라, 3월 루마니아에서 제오르제 에네스쿠 필하모닉, 4월 폴란드에서 슬라스카 필하모니아를 지휘하는 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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