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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직전 진돗개 살렸다, 이건희의 반려견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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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고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이 진돗개들을 돌보고 있는 모습. [사진 삼성전자]

고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이 진돗개들을 돌보고 있는 모습. [사진 삼성전자]

시각장애인에 빛을 선사한 삼성 안내견학교가 20일 개교 30주년을 맞으며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남다른 ‘동물 사랑’이 다시 한번 조명 받고 있다.

이 선대회장이 개를 처음 키우기 시작한 것은 일본 유학 시절로 전해진다. 1953년 초등학교 5학년이던 이 선대회장을 일본에 유학시킨 이병철 창업회장은 어린 나이에 홀로 떨어져 지내는 아들이 안쓰러워 강아지 한 마리를 선물했다고 한다. 고국이 그리웠던 이 선대회장은 강아지에게 ‘한국’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타향살이를 달래는 데 따뜻한 위로가 돼준 한국이는 이 선대회장의 ‘평생 동반자’가 됐다.

진돗개 원산지가 한국으로 인정받게 된 것도 이 선대회장의 공이 크다. 그는 중앙일보 이사로 있던 1969년 진도를 찾아 당시 거의 멸종 단계였던 진돗개 30마리를 입양해 300마리까지 늘렸고 이후 10년 만에 순종 한 쌍을 얻었다. 사육사·외국 전문가들과 연구한 결과다. 이후 순종률은 80%까지 올라갔다.

이 선대회장은 1979년 일본 세계견종 종합전시대회에 진돗개 암수 한 쌍을 직접 가져가 선보였다. 이를 계기로 진돗개 원산지가 한국으로 등록되고 2005년에는 세계 최고 권위 애견 협회인 영국 견종협회 켄넬클럽에도 정식 품종으로 등록됐다. 이 선대회장은 한국이 ‘개를 잡아먹는 야만국’이라는 부정적 시선을 바꾸는 데도 앞장섰다. 이 선대회장은 국제동물복지기금(IFAW) 임원진을 직접 서울로 초청해 애완견 연구센터와 안내견학교 신축 현장 등을 견학시키며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는 데 일조한다.

“마누라 빼고 다 바꿔보라”는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내놓은 1993년에는 국내 최초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삼성 안내견학교를 설립해 개인적 취미를 공공의 영역으로까지 넓혔다. 이 선대회장은 생전 자신의 에세이에서 “아무리 취미생활이라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깊이 연구해서 자기의 특기로 만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취미를 통해서 남을 도와줄 수 있다면 더욱 좋은 일일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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